[앵커]
중증 지적장애인들이 함께 생활하는 울산의 한 대표 재활원에서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해자는 장애인들의 생활을 도우라고 고용된 생활지도원들이었는데,
30명 가까운 지적장애인들이 돌봄 대신 폭행 피해를 당해왔습니다.
이다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180명이 넘는 중증 지적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울산의 한 재활원.
이곳의 한 지적장애인이 지난해 11월 늑골골절 진단을 받았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건 입소자들을 돕기 위해 고용된 담당 생활지도원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전수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29명.
폭력을 휘두른 생활지도원도 한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기자]
경찰이 재활원의 최근 한 달간 CCTV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수백 차례의 폭행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전문적인 돌봄이 어려운 가정보다 나을 것이라고 믿고 있던 가족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폭행에 가담한 정황이 확인된 건 전체 생활지도원의 4명 가운데 1명꼴인 20명.
이들은 손과 발은 물론 전화기, 키보드 등 물건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들어 때리기도 했습니다.
[A씨 / 발달장애인 보호자]
"몸무게가 80kg 가까이 나가요. 그러는데 얼마나 세게 찼으면 애를 발로 확 들어 차 가지고 옆으로 콱 넘어지더라고요."
직접 때리는 것으로 모자라 지정장애인들이 서로를 폭행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나왔습니다.
[B씨 / 다운증후군 장애인 보호자(음성변조)]
"똑같은 다운증후군이더라고요. 걔한테 시키는 거예요. 머리를 때리라고. 그러니까 걔가 이렇게 때리더라고..."
오래된 CCTV 영상은 모두 삭제돼 남아있는 증거는 재활원에 보관된 한 달치가 전부입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장애인들이 폭력 피해를 겪었는지 확인도 쉽지 않은 겁니다.
[C씨 / 다운증후군 장애인 보호자]
"표현 못 하고 인지 안 되고 뭐 그런 애들만 유독 많이 이렇게 매일매일 그렇게 애들이 노예 같은 생활을..."
재활원 측은 폭행을 주도한 생활지도원 3명을 해고하고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설 관계자]
"피해 가족 부모님과 당사자에게 사죄를 드려야 할 사안이고.. 그런 시설에 가치와 원칙이 훼손돼서 면목도 없는 사안이고 그렇습니다."
골절 피해와 병원 진료가 없었다면 지적장애인의 약점을 노린 폭력 범죄는 재활원 안에서 아무도 모른 채 지속될 뻔했습니다.
MBC뉴스 이다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