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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톡톡 취재수첩

'잠정 중단'.. 부울경 특별연합 앞날은?

  •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2년 9월 28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지난 주 이 시간에 부울경 특별연합, 이른바 메가시티 사업이 경남의 사실상 탈퇴 선언으로 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그제(9/26) 울산도 비슷한 선언을 했습니다. 부울경 특별연합 사업에 대한 논의를 잠정 중단하겠다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부울경 특별연합 사업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지, 이 시간에 마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Q. 먼저 울산시가 그제 발표한 내용부터 정리를 해 볼게요. 부울경 특별연합 사업에 대한 논의를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는데, 그 이유를 뭐라고 들었나요?

한 마디로 정리하면 부울경 특별연합 사업을 해도 울산이 얻는 이익이 없다는 겁니다. 지난 주에 말씀드렸던 대로 김두겸 울산시장이 취임한 직후에 ‘부울경 특별연합 추진에 따른 실익 분석과 수혜 확대 방안’ 이라는 용역을 발주했고요. 그제 이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분석을 해 봤더니 특별연합을 한다고 해서 울산에 실익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겁니다.


Q. 어떤 점에서 이익이 없다는 걸까요?

먼저 인구 이동 면에서 그렇다고 봤습니다. 울산의 경우에 인구 자체가 자연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타 지역으로 나가는 사회적 이동, 인구 유출이나 탈울산이라고 알려진 현상이 더 문제인데요. 지난 10년 동안 미래의 성장 동력이라고 볼 수 있는 29세 이하 인구가 어디로 가장 많이 나갔는지 봤더니 부산으로 가장 많이 이동했다는 겁니다. 이건 그렇게 놀라운 현상은 아니죠. 울산에는 종합대학이 하나밖에 없고, 최근에는 양질의 일자리도 많이 줄어든 데다 문과 출신 등이 고려해볼 수 있는 사무직이나 서비스직 일자리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울산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대학 진학할 때 한 번, 취업할 때 한 번 울산을 집단적으로 떠나게 되는데, 이렇게 이동한 인구는 대부분 인근의 부산에 정착한 뒤 울산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이번 용역에서 분석한 결과입니다.

또 하나 지적한 건 부산 기장이나 일광, 또 인근 경남 지역에 주택 공급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해 인구 유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생산인구들도 돈은 울산에서 벌지만 생활은 타 지역에서 한다는 의미겠죠. 
그러면 반대로 울산에 사람이 유입될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그건 결국 일자리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아시겠지만 울산에 양질의 일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유입보다는 유출이 더 심한 거고요.


Q. 그래도 그동안 지역 간의 연계가 중요하다면서 광역전철도 만들고 도로도 연결하면서 이동은 편해지지 않았습니까? 그런 면에서는 연합을 하는 게 더 낫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분석에서는 그것도 울산에 별 이익이 안 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최근에 광역전철이 개통해서 부산과 울산, 경남 일부 지역이 일일생활권으로 묶이고 이동량이 늘긴 했는데, 교통량 추이를 봤을 때 울산에 이득이 되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출근시간에는 울산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퇴근은 부산이나 경남으로 하더라는 거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은 울산에서 하고 생활은 부산이나 경남에서 한다는 건데, 교통망이 편리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울산에서 빠져나가는 행렬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또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까 울산에 대학이 없다 보니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드렸는데, 만약 교통망이 개설된다면 울산에서 살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부산이나 타 지역 대학으로 진학할 가능성은 더 높아지겠죠. 부산에서 살 필요 없이 울산 집에서 통학하면 되니까요. 지금도 일부 대학생들은 대구로까지 기차를 타고 통학할 정도로 고등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타 지역 대학으로 인재가 더 유출되고, 이들은 대학을 다니는 곳에서 직장을 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울산의 경우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젊은 인구나 우수한 인재를 모을 수 있는 지식산업이나 서비스 분야에는 힘이 약하죠. 또 광역전철 등이 개통되면서 관광객 유입 효과도 일부에서 기대를 했는데, 사실 울산이 관광도시로서 대단히 알려진 바는 없는 데다, 인근 부산에서 울산 바로 근처인 일광과 기장 지역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다 보니 관광객 유입을 기대하기보다는 오히려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일 수도 있다고 이번 용역에서는 봤습니다.


Q. 그러니까 울산이 풀지 못한 문제들이 특별연합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건데, 그 동안은 특별연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러면 울산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잠정 중단을 하겠다는 겁니다. 특별연합에 장점이 있다는 걸 아니까 사업을 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기는 어려운데, 지금 상황에서는 울산에 실질적인 이익이 없고, 이대로 연합을 추진하면 안 된다. 먼저 울산에 경남이나 부산에 대항할 만한 기반 시설이나 정주 여건을 충분히 갖춰 주고, 그 다음에 통합을 논의하도록 해 달라는 겁니다. 그렇지만 이게 완벽하게 중단하는 게 아니라 ‘잠정’이라는 말을 붙인 데도 이유가 있습니다. 울산시도 특별연합의 효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어쨌든 일일생활권으로 연결되면 유동 인구가 늘어나고 울산으로 오는 사람도 있을 수는 있다고 봤습니다. 또 울산 혼자서는 인구가 110만 명대밖에 안 되지만, 부산과 경남을 합치면 700만 명이 넘어가거든요. 이렇게 인구 규모를 늘려서 연합의 이름으로 중앙 부처에 다양한 사업이나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할 기회는 생길 수 있다고도 봤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의미심장한데요. 부울경 특별연합의 문제점을 꼼꼼히 살피고, 울산과 같은 생활권인 경주, 포항과 함께 해오름 동맹이 상생발전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Q. 부울경 특별연합이 아니라 해오름 동맹을 추진하겠다는 건가요? 이게 지난 주에도 전해드렸지만 일종의 자리 싸움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는데요.

그렇게 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김두겸 시장이 지난 선거 때부터 부울경 특별연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계속 밝혀 왔거든요. 특별연합은 졸속으로 추진됐다. 경남과 부산에 인구와 자본을 빼앗길 것이다. 울산 중심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말을 후보 시절에 했는데, 사실 이번 용역 결과는 김두겸 시장의 이런 의견과 거의 일치합니다. 그러면서 했던 이야기가 사실상 흐지부지된 해오름 동맹을 다시 들고 나온 건데요. 울산시가 여기에 주목하는 건 지자체 간 연합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느냐는 점인 것 같습니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특성상 부산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데, 해오름 동맹은 상대가 경주랑 포항이니까 울산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울산에 유리하게끔 구도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보는 듯합니다.


Q. 그러면 해오름 동맹으로 지역 간의 연합 발전을 꾀할 수는 있는 걸까요?

사실 그 부분이 애매합니다. 특별연합은 이미 지자체 간에 합의를 마쳤고 정부의 승인까지 받은 데다가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어느 정도 구상이 되어 있는 상태거든요. 하지만 해오름동맹은 자치단체들 간의 자매결연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세 지역이 합쳐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고 어떤 효과가 기대될지 명확하게 청사진이 제시된 게 없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해오름동맹을 추진하다가 사실상 별다른 성과 없이 흐지부지되기도 했죠. 법적으로 승인을 받은 부울경 특별연합이냐, 울산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해오름 동맹이냐, 울산시가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그러면 부울경 특별연합 사업은 끝난 건가요?

부산이 남아 있으나 사실상 의미가 없는 상태이긴 합니다. 아직 경남이나 울산이나 공식적으로 탈퇴한 것은 아니라서 특별연합 사무실도 있고 직원들이 근무도 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일이 될 리는 없겠죠.

다만 울산의 경우 완벽한 중단이 아니라 잠정 중단이라고 논의를 해볼 여지를 남겼고, 경상남도도 사업이 적절하지 않다고는 밝혔지만 부울경 통합의 큰 틀에는 동감한다는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다시 연합이 진행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특히 부산은 어떤 식으로든 세 시도 간 협력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거고요. 다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경남이나 울산에서 나온 부울경 특별연합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의견 표명이 진짜로 연합 사업을 그만두거나 연합에서 탈퇴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특별연합 사업 과정에서 지역의 몫이나 권한을 더 요구하거나, 정부에 더 적극적이고 빠른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종의 정치적 행동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각 지자체장의 의중은 드러난 말로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는 향후의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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