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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톡톡 취재수첩최신뉴스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은?

  •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2년 11월 23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지난 주말 동안 울산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대형마트에 가신 분들 정말 많으셨을 겁니다. 대규모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하니까 고객들이 몰려서 계산하는 데만 1시간 넘게 기다리거나, 어떤 매장은 고객이 너무 많이 몰려서 안전 사고 위험이 커지는 바람에 잠시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고 하죠.

또 최근 들어서는 대형마트들이 포털사이트와 제휴하거나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서 고객의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활발하게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면 역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건 지역의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들이지요. 그래서 정부에서도 전통시장들이 대형마트에 대항할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배송 서비스를 도와주는 사업을 신청했는데, 올해 들어서 울산지역의 전통시장들이 이 사업을 전부 포기했다고 합니다. 이 내용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Q. 전통시장에 대해 정부가 배송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게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 건가요?

네. 이건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진행하는 전통시장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이 됩니다. 전통시장은 여러 개의 소규모 업체들이 모여 있는 방식이라서 작은 주인들이 여러 명 있는 구조라서, 시장 자체는 크지만 각 업체의 규모는 영세하거든요. 그래서 전체를 경영하는 대표자가 존재하는 대형마트처럼 통합된 마케팅이나 배송 같은 서비스를 진행하기가 어려운 구조에요. 그래서 정부가 시장 상인회 등에 비용을 지원해 줘서, 전통시장에서 필요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겁니다. 만약 어떤 전통시장이 우리는 배송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지원해서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판단한다면 정부에 배송 서비스를 하고 싶다고 요청하고, 정부가 그에 맞는 예산을 내려줘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이런 방식으로 울산의 주요 시장들이 2015년경부터 배송 서비스를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Q. 사실 전통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주차가 어렵다거나, 물건을 산 다음에 가지고 다니거나 집까지 가지고 가는 게 어려워서 망설이시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는 배송 서비스가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맞아요. 전통시장은 구조적으로 지역의 구시가지 등 주차공간이나 편의시설을 충분히 마련하기 어려운 곳에 입지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시장을 가는 것 자체가 힘들고요. 대형마트는 일단 실내이고, 이동이 굉장히 편한 구조로 되어 있는 데다가, 카트를 밀고 다니면서 다양한 품목을 담아서 한 번에 결제하는 게 가능하죠. 그런데 대형마트는 야채 가게, 생선 가게, 정육점 등 가는 곳마다 일일이 결제를 해야 하고요. 그렇게 산 물건을 계속 들고 걸어 다녀야 하는 구조이죠. 그래서 전통시장을 자주 다니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개인용으로 소규모 카트를 이용하시기도 해요. 그렇지만 또 어떤 전통시장 같은 경우에는 시장 자체가 경사로로 되어 있거나, 도로가 울퉁불퉁하거나 해서 이런 걸 쓰는 것도 쉽지 않기도 하고요.

사실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게 대형마트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건 물건을 사 보신 분들은 다 아시는 내용일 거에요. 문제는 이런 불편 때문에 더 비싼 줄을 알면서도 전통시장 대신 다른 곳을 선택하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전통시장들이 시장 내부의 구조를 당장 뜯어고친다거나 대형 카트를 밀고 다닐 수 있게 한다거나 하는 대대적인 리모델링은 어렵더라도, 적어도 손님이 맨몸으로 와서 장을 쭉 본 다음에 다시 맨몸으로 집에 돌아가고, 물건은 한꺼번에 배송해 주는 거라도 해보자는 거죠.


Q. 이런 서비스는 전통시장 안에서 혼자 해결하기는 어려운가요? 정부 지원이 꼭 있어야 하는 건가요?

전통시장의 사정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일단 전통시장 내부의 개별 업소들이 자체적으로 이런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전통시장도 소매시장이기 때문에 대부분 물건을 몇 천원, 비싸야 몇 만원 단위 소규모로 구매를 하는데, 이런 걸 일일이 배송을 해주려면 고객들이 배송비를 더 내야 해서 가격 이점이 떨어지거나, 반대로 상인이 부담하자면 물건을 판 이유가 없는 수준으로 비용이 많이 들겠죠. 자체적으로 배송 서비스를 하는 건 단체주문이나 대규모 주문이 발생하는 가게들이나 일부 가능한 일이고, 대다수 업장은 상상도 하기 힘듭니다. 특히 전통시장 내부의 노점들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겠죠.

그리고 상인회 전체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배송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것도 생각보다는 쉽지 않습니다. 이 배송 서비스를 하려면 결국은 상인들이 돈을 내서 운영해야 하는데, 배송을 다닐 차량도 사야 하고요. 물건을 배달해 줄 기사도 고용해야 합니다. 전통시장의 매출 규모가 이런 운영비를 제하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운영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정부가 배송 서비스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만 해준다면 이 서비스를 하고 싶어합니다.


Q. 그래서 앞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울산의 주요 전통시장들에서 배송 서비스를 진행을 했고요. 그래서 실제로 전통시장의 매출이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도 나오기도 했어요.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이 서비스가 대부분 중단이 됐다면서요?

네. 울산에서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해서 전통시장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시장이 총 14곳입니다. 중구에서는 문화의거리, 반구시장, 성남프라자, 웰컴시티, 젊음의거리, 구역전시장이 해당되고요. 남구에서는 수암종합시장, 울산번개시장, 울산산업공구월드입니다. 동구는 남목시장, 동울산종합시장, 전하시장이 지원을 받고 있고요. 북구는 염포시장과 호계공설시장이 지원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들 중 단 한 곳도 전통시장 지원 사업을 신청하면서 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안 한 거에요. 대부분이 시장 내 홍보 행사 같은 걸 할 수 있는 마케팅 비용을 달라거나, 상인회의 행정이나 서무 업무를 도와줄 매니저를 고용할 비용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Q. 배송 서비스가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는데 왜 신청을 안 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일단 올해부터 전통시장 지원 사업의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전통시장에 지원해주는 사업이 여러 가지가 있는 게 아니고요. 예산의 총액을 정해 놓고요. 시장에서 본인들이 필요한 내용을 정해서 골라 지원받는 형식으로 개정이 됐어요. 그러니까 예전에는 배송서비스 예산 따로, 시장 홍보나 인력 지원 사업이 별도로 진행되니까 다 따로 지원을 해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서비스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그랬더니 상인 분들이 결정하신 게 배송 서비스를 포기하겠다는 겁니다. 배송 서비스가 매출에 당장 도움이 되는 건 맞는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배송 서비스를 계속 운영할 비용을 댈 수 있을 만큼 추가적으로 매출이나 이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아니거든요. 정부가 보기에도 배송 실적이나 배송 서비스에 필요한 고정 비용을 고려하면 이게 사실상 적자였던 겁니다.


Q. 그러면 지금 울산에서 배송 서비스를 하는 시장은 없는 건가요?

공식적으로 통합된 배송 서비스는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가장 큰 시장 중 한 곳인 남구 신정시장도 올해 상반기까지만 이 서비스를 진행했고, 이후에는 배송 서비스에 필요한 비용을 자체적으로 마련하지 못해서 중단했다고 해요.


Q. 사실 온라인 배송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계속 바뀌고 심지어 새벽 배송 방식까지 도입되는 등 수요는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전통시장이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요.

일부 전통시장의 경우에는 포털사이트와 제휴해서 대안을 찾아보고는 있습니다. 울산의 경우 남구 신정상가시장이랑 수암상가시장이 포털사이트 장보기 코너에 입점을 해서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고 배송을 해주고 있는데요. 아직은 규모가 적고 실적이 아주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이런 온라인 서비스는 연령이 높고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직접 하기는 참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거든요.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한 시점입니다.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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