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항에서 범고래 발견
2022년 11월21일 낮12시쯤, 울산 동구 방어동 동방파제에서 5km 떨어진 해상에서 범고래가 발견됐습니다. 중화학공업이 발달한 울산. 관련 화물을 실어 나르는 울산항에는 항상 대형 선박이 많이 드나드는데 정박된 배들 사이로 범고래가 유영한 겁니다. 범고래는 고래 가운데 외형적으로 식별이 쉬운 편입니다. 등 위에 높게 솟아 오른 등지느러미가 있습니다. 눈가에 희고 둥근 큰 반점이 있고 배도 흰색입니다. 몸통이 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런 특징 때문에 범고래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등지느러미를 세어보니 5개가 보입니다. 다 자란 고래와 새끼 고래가 섞인 걸로 추정됩니다.
울산항에 들어온 선박에 물건을 납품하던 목격자는 무척 기뻤다고 합니다. 울산항에서 직접 범고래를 목격한 것도 처음이지만 울산 앞바다가 건강하기에 고래가 발견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울산항 안에서 돌고래류를 제외하고 큰 고래가 발견된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고래들은 보통 선박 운항이 잦은 곳은 피해 다니기 때문입니다. 박겸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박사는 "배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은 고래가 회피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런 지역까지도 범고래가 무리를 이뤄서 이동하는 것은 꽤 이쪽을 자주 이용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범고래. 우리나라 연안에서 종종 발견
범고래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종종 목격됐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견된 것은 2022년 봄 강원도 속초에서 7마리를 발견했고 그 앞서는 2017년 3월 경북 울진에서 7마리가 목격됐습니다. 대개 육지에서 수십km 떨어진 곳으로 항만까지 접근한 예는 드문 일입니다.
범고래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과학자들은 대략 전 세계적으로 10만 마리는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열대 바다보다는 차가운 바다와 극지방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캐나다와 알래스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북부 등 추운 지방에서 더 자주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 작은 범고래는 어떻게 최 상위 포식자가 되었나?
범고래는 귀엽게 생겼습니다. 한 때 전 세계적으로 범고래 쇼가 흥행했습니다. 지금은 동물 보호를 위해 고래 쇼를 금지하자는 운동이 일고 있지만 20년 전 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고래 쇼를 할 수 있는 건 범고래나 돌고래 정도인데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이들 고래를 친근하게 느낍니다. 12살 소년과 범고래의 우정을 그린 영화 도 범고래를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느끼게 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런데 이 범고래가 해양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불립니다. 범고래 중에서 개체가 큰 것인 몸길이가 8미터나 됩니다. 사람보다 4~5배는 큰 거죠. 그러나 대형고래와 비교하면 1/2 ~1/4 밖에 안 됩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포유류인 대왕고래는 30미터가 넘고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귀신고래 등도 15~20미터나 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큰 고래들을 제치고 범고래가 최 상위 포식자가 되었을까요? 아마 이빨과 무리 생활에서 답을 찾을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귀신고래를 취재하기 위해 멕시코 캘리포니아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요, 현지인들은 범고래에 목이 물려 죽은 귀신고래를 종종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귀신고래는 겨울에서 봄까지 멕시코 캘리포니아에서 새끼를 낳고 번식합니다. 범고래가 만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데 그 길목에 있다가 귀신고래의 목을 물어뜯어 죽이는 겁니다. 귀신고래는 범고래보다 덩치가 2.5배나 큰데 당하는 겁니다.
# 이빨고래와 수염고래
범고래는 이빨고래입니다. 고래는 크게 이빨고래와 수염고래 2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빨고래는 말 그대로 이빨이 있는 고래이고 수염고래는 이빨이 없고 수염이 있습니다. 고래 10마리 중 9마리를 이빨고래인데 향고래, 돌고래, 범고래가 대표적인 이빨고래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왕고래, 혹등고래, 귀신고래는 덩치만 컸지 수염고래라서 그런지 비교적 유순합니다. 이빨고래 가운데는 향고래가 가장 큰데 범고래의 2배 정도 됩니다. 소설 <백경>에 나오는 모비딕이 향고래인데 향고래가 온순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소설에 묘사된 것만큼 흉폭하진 않습니다. 향고래는 사람이 고래잡이를 나섰기 때문에 살기 위해 포경선을 공격했을 수도 있는 것이지 가만히 있는 사람을 먼저 공격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반면 범고래가 사람을 먼저 공격했다거나 자신보다 큰 향유고래를 무리를 지어 공격했다는 기록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빨고래류 가운데 가장 큰 향고래보다 범고래가 더 최 상위 포식자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람도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것처럼 고래도 고래마다 기질이 다릅니다.
# 이빨고래는 분수공이 1개, 수염고래는 2개
참고로 고래가 입을 벌리지 않아도 이빨고래인지 수염고래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빨고래는 숨을 쉬는 분수공이 1개이고, 수염고래는 2개입니다. 고래는 포유류이기 때문에 숨을 쉬기 위해 해수면으로 올라오는데 고래가 숨을 쉴 때 분수공으로 물이 뿜어져 나옵니다. 그러니까 분수공의 물줄기가 1개이면 이빨고래, 분수공의 물줄기가 2개이면 수염고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