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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톡톡 취재수첩

'반구대 암각화' 사연댐 수문 설치 확정.. 물 공급 대안은 여전히 난항

  •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 톡톡> 표준FM 97.5(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보도국 뉴스취재기자
  • 날짜 : 2022.03.29


울산에 많은 비가 올 때마다 늘 뉴스에 오르내리는 주제가 바로 반구대 암각화입니다.

암각화 침수로 인한 훼손이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어서 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 문제는 또 울산 시민들의 먹는 물 공급과도 관련이 깊다 보니 잘 해결이 되지 않아 왔습니다.

최근에 울산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서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는 방안을 확정했다고 하는데요.
이게 어떤 의미인지, 울산의 먹는 물 공급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1. 먼저 반구대 암각화가 왜 수시로 물에 잠기는 건지, 이것부터 간략하게 정리를 해 볼까요?

-반구대 암각화는 태화강 상류의 대곡천 앞에 있음
-상류의 깨끗한 물이라서 울산시가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음
-식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반구대 암각화보다 하류 지점에 사연댐을 만들어놓고 물을 가둬놨다가 필요할 때 뽑아서 사용
-비가 많이 올 경우 댐에 저장되는 물의 양이 늘어나면 물의 높이도 올라감: 이때 댐으로 막아둔 곳 뿐만 아니라 그 상류 지역의 수위도 함께 올라가게 됨
-사연댐의 최고 수위는 60m로 만들어져 있는데, 반구대 암각화가 이 중간지점 (53~57m) 에 있어서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물에 잠기기 시작


2. 사연댐의 수위를 인위적으로 조절해서 암각화를 보존할 수는 없는 건가요?

-이미 2014년부터 암각화가 잠기지 않도록 사연댐 수위를 53m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음

(1) 사연댐 자체의 문제: 한꺼번에 많은 비가 올 때는?
-우리나라 강우의 특성: 장마철이나 여름 집중호우 기간, 여름~가을 태풍으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비가 와서 수위가 급격히 상승
-사연댐은 수문이 없는 둑 형식의 댐: 비가 많이 오고 물이 찬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수문을 열어서 내보낼 수 없음
-60m 이상까지 수위가 올라갈 정도로 물이 차야 물이 넘치면서 하류로 흘러내려가는 방식
-사연댐에서 정수장으로 물을 뽑아내는 취수탑이 있긴 하지만 취수탑을 통해 빼낼 수 있는 물의 양은 제한적
-현재 사연댐의 구조로는 반구대 암각화 효율적으로 보존하기 어려움

(2) 울산 식수 확보의 문제
-사연댐에 모아놓는 물은 울산 시민들이 식수로 쓰는 깨끗한 물
-울산은 생각보다 식수가 모자라는 지역: 이미 낙동강에서 물을 끌어다 쓰고 있고 그만큼 물이용 부담금을 내 가며 물을 쓰고 있음
-낙동강 물을 정수해서 사용하고 있으나 낙동강 물에 대한 불신 큼
-이런 상황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이유로 울산이 확보할 수 있는 사연댐 물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에 대한 부담


3. 그러면 사연댐 자체의 구조적인 한계를 해결하는 것, 그리고 울산 시민들이 먹을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것, 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거네요.
최근에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는 방안이 확정되었다는 뉴스가 보도가 됐는데, 이건 사연댐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해결책이겠네요?


-사연댐에 수문 설치하기로 지난해 결정됨
-사연댐 자체를 없애자는 건 식수 문제 때문에 불가능
-울산시가 대안으로 물막이 설치나 대곡천 유로 변경 등을 제안했으나 효과 부족, 반구대 암각화 주변 경관 훼손 등의 이유로 반대
-문화재위원회에서 계속해서 수문 설치가 대안이라고 요구해 왔고 이 방안이 결정
-어떻게 설치할 지 용역을 거쳐 최근 수문 설치 방안이 확정됨


4. 수문이 어떻게 설치되는 건가요?

-현재 둑 형태로 만들어진 사연댐 중간을 판 뒤 수문을 달아놓는 것
-현재 사연댐 최고수위가 60m인데 47m 지점까지 파 놓음
-반구대 암각화는 53m 지점인데 왜 더 아래로 내려놓는가?
-집중호우 등으로 한꺼번에 물이 차오를 걸로 예상될 때 미리 수문을 열어서 수위 급상승 예방
-수문을 댐 전체에 걸쳐서 3개 만들어서 한꺼번에 열 수 있도록: 물을 그만큼 빨리 뺄 수 있음
-200년에 한 번 주기로 오는 대홍수가 발생하더라도 18시간이면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낼 수 있을 정도로 신속하게 물 빼는 게 가능
-이 방안으로 하면서 평소 수위를 52.2m 수준으로 유지: 암각화가 물에 잠길 일이 없음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기간 1년에 1달에서 비 많이 오는 해에는 5달
-수문 설치하면 1년에 1일 미만으로 줄어듬. 사실상 댐이 없는 자연상태처럼 유지될 수 있음
-이 방안으로 정해졌고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2025년 완공 예정: 국보인 암각화 보존 문제라서 이 비용은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음


5. 이렇게 해서 반구대 암각화를 안정적으로 보존할 방안은 마련이 됐습니다. 그러면 이제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만큼 부족해지는 식수를 어떻게 확보할 지가 남았네요.

-울산 물 부족 지역 (식수로 활용할 수 있는 물 부족)
-사연댐에 물을 최대한 담아서 쓰더라도 4만 톤 가량이 부족한 상황
-2014년부터 암각화 잠기지 않도록 평소 53m 수준으로 수위 내려서 사용하고 있음: 이로 인해 3만 톤 추가 부족해짐
-이번에 수문 달아서 최저 수위 47m까지 내리기로 함: 이러면 연 평균 냈을 때 하루 1.9만 톤이 추가로 모자라게 됨
-이 물을 어디서 끌어올 것인가?
-지난 2019년 낙동강 물 문제 해결 위해서 정부와 관련 지자체들이 협결하기로 했고, 지난해 6월 대통령 직속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암각화 보호를 위해 필요한 식수를 청도 운문댐 등을 활용해서 울산에 공급한다고 의결
-그런데 의결한 대로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음


6. 정부에서 의결을 했다는데 왜 해결이 안 되는 건가요?

-의결 방안을 관련된 지자체에 강제로 적용하지 않고 지자체간 협의와 정부의 지원 방안 등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
-식수 공급: 식수를 모아놓는 곳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개발행위 사실상 전면 금지됨.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과 삶의 질 훼손되는 문제 발생해 반대 여론 심각함
-울산이 청도 운문댐의 물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청도 운문댐의 물은 현재 대구에서 식수로 사용하고 있음. 울산이 이 물을 쓰려면 대구가 다른 곳에서 물을 받아와야 함
-대구도 깨끗한 물을 받고 싶어함. 낙동강 중하류 지역에는 산업단지들이 있어 물의 안정성 확보할 수 없고 낙동강 페놀 사건 등의 영향으로 불신 큼
-낙동상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구미에 해평취수장이 있음. 이 곳의 물을 대구가 받아쓰는 게 목표
-이러려면 구미 해평취수장 영역 늘리는 문제 발생: 해평취수장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대하고 있고, 구미시에서도 반대 여론 분명히 하고 있음
-여기에 6월 지방선거 앞두고 구미시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구미 지역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전부 해평취수장 물을 대구에 줄 수 없다고 하고 있음
-결국 구미와 대구 간 물 공급 문제 해결되지 않으면 울산이 청도 운문댐 물을 먹을 수 없는 상황


7. 그러면 수백억 원을 들여서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놓고도 쓸 수 없거나, 아니면 울산시민들이 먹을 물이 심각하게 모자라게 되는 거잖아요.

-울산시로서도 구미나 대구에 협의를 강제할 수 없고 정부에 계속해서 해결책을 내놓아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
-의견 조율이 빨리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일단 수문을 만들면서 그 사이에 문제 풀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으로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먹는 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고 했으니 이 공약 지켜달라고 요청할 예정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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