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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이음 정차역 경쟁

  •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3년 1월 18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울산 태화강역에도 준고속열차인 KTX 이음이 정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 지난 달에 전해드렸는데요. 최근 들어서 이 KTX 이음 정차역을 유치하기 위해서 울산은 물론이고 부산 등 인근 지자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KTX 이음이 울산에 정차를 할 수 있을지, 앞으로 지역의 광역 교통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오늘 이 시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Q. 먼저 KTX이음이다. 준고속열차이다. 이게 기존 KTX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하시는 분들 많으신데요. 이게 어떤 열차인지부터 정리해 볼까요?

네. KTX이음은 한국철도공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준고속철도차량입니다. 기존의 KTX나 KTX산천의 경우 최고속도가 시속 300km 정도인데요. KTX이음은 이것보다 약간 느린 시속 260km로 운행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기존의 열차 중 가장 빠른 새마을호가 아무리 빨라도 시속 150km 정도니까 KTX이음은 거의 고속열차에 가까운 속도로 운행한다고 봐야겠지요.

지난 2021년에 청량리에서 안동까지 이어지는 중앙선 구간부터 공식 영업운행이 시작된 열차이고요. 현재는 이 중앙선 외에 서울에서 강릉이나 동해를 오갈 수 있는 강릉선이랑, 충청도에서 운영중인 중부내륙선에 KTX 이음이 투입돼 있습니다.

Q. 이 KTX이음이라는 열차가 울산을 지나갈 수도 있다는 거네요?

네. 이런 이야기가 나온 배경을 이해하려면 처음 말씀드린 중앙선 구간의 역사를 좀 알아야 합니다.

이 중앙선은 일제 시대때 만들어져서 서울 청량리에서 경북 경주까지 잇는 역할을 해 왔어요. 그런데 역사가 그만큼 오래되었고 주변 개발 상황이 바뀌다 보니까, 주거지가 생기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노선을 개편해야 할 이유가 생기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구불구불하게 만들었던 노선이 아무래도 효율이 떨어지다 보니까 터널을 뚫거나 노선을 바꿔서 직선화할 필요성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단선, 철로가 하나인 곳만 있어서 왕복 운행이 안 되다 보니까 철도 운행 간격이 넓어지는 곳도 있고, 전철화가 안 된 구간도 생겼거든요. 그래서 이에 대한 대대적인 개량 사업이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현재로서는 서울 청량리부터 경기도 양평, 강원도 원주, 충청도 제천과 단양을 지나서 경상도 영주, 그리고 안동역까지 구간은 복선이면서 전철화가 완료되어서 KTX이음이 정식 속도로 운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방송 보고 계신 분들은 지도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 중앙선 노선이 안동에서 끝이 나는 게 아니고요. 점선이지만 신경주까지 연결이 되어 있지요? 그리고 신경주부터는 아시다시피 기존에 깔려 있는 경부선과 겹치게 됩니다. 그 다음에는 어떤 연결이 가능해지냐면, 현재는 이 지도에 완벽하게 표시가 안 되어 있는데. 현재 포항과 신경주 쪽을 연결하는 동해선 노선이 있어요. 이게 신경주를 통해서 내려오면 지금 건설되어 있는 북울산역과 태화강역을 거쳐서 부전역으로 가는 동해남부선 전철 노선과 연결이 됩니다.

그러니까 지금 중앙선을 기준으로 서울 청량리에서 안동까지 구간은 이미 복선 전철화가 되어 있는데, 중앙선의 나머지 구간인 신경주까지는 추후에 복선 전철화가 될 거에요. 그리고 나면 이미 복선 전철화가 되어 있는 동해남부선과 노선이 연결이 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거죠.

즉 국가가 처음에 계획을 했던 것은 서울에서 신경주까지, 즉 중앙선의 구간을 복선 전철화하는 건데, 결과적으로는 부전까지 연결이 가능하게 된 거죠.

그래서 한국철도공사나 국토교통부에서도 이게 건설이 다 된다면 전 노선화에서 복선 전철화가 되어 있고, 그러면 고속열차도 다닐 수 있는 조건이 되니까, 서울 청량리역에서 부산 부전역을 잇는 노선을 만드는 방법도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겁니다.

Q. 지금 '아이디어'라고 하셨는데요. 그러면 이게 완전히 확정된 사업이 아니라는 건가요? 지난달에는 장관이 KTX 이음을 울산 태화강역에 정차할 수 있게 추진하겠다는 말까지 했는데요?

일단 서울 청량리에서 부산 부전을 잇는 계획 자체는 예정되어 있는 게 맞습니다. 중앙선의 경우에 경부선 등에 비해서 여객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비용 대비 수익이 잘 안 나오는 노선이거든요. 그런데 부산은 대표적으로 여객 수요가 많은 도시이기 때문에, 기존의 부산역 말고도 부전역에서도 서울을 오가는 열차가 있으면 여객을 확보하기가 좋다는 거죠.

그래서 중앙선의 기존 노선들을 복선화하면서 전철화하는 사업을 추진한 것도, 그 자체로는 사업성이 안 나오지만, 중앙선 KTX의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추진된 것도 있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이라는 게 애초에 KTX를 운영할 목적으로 시행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지금 운행하고 있는 경부선과 호남선 KTX는 아예 처음부터 국가가 고속철도를 운행할 목적만으로 계획을 짜고 노선과 정차역을 결정해서 시행한 사업이었죠. 그런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은 기존의 무궁화호나 새마을호 기차, 또 지역별 전철이 운영되는 노선을 좀더 편리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노선을 개선하는 게 본래 목적이고요. KTX이음을 이 노선에 투입한다는 건 나중에 나온 아이디어라는 겁니다.

그래서 중앙선의 경우에는 KTX가 어느 역에 몇 번이나 설 지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요. 지난달에 국토교통부 장관이 울산 태화강역에 정차를 추진하겠다는 것도 확정을 한 게 아니라, 그렇게 추진하겠다는 방향성을 설명한 것에 가까웠습니다. 저도 이 발언의 의도가 궁금해서 당시 국토교통부에서 내놓았던 보도자료를 찾아봤는데, 정차역 결정은 2024년에 될 예정이라고 단서를 달아 놨더라고요.

Q. 애초에 고속열차를 만들겠다고 노선을 만드는 것과, 기존 노선에 고속열차를 도입하는 것, 둘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길래 그런 건가요?

저도 이 점이 궁금해서 한국철도공사에 물어봤는데요. KTX 경부선이나 호남선처럼 처음부터 고속열차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사업을 추진할 때는요. 사업을 추진하는 초창기부터 정차역을 미리 정해 놓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노선을 그으면서 어디에 몇 번이나 설 지를 미리 계획해 놓고, 역도 그에 맞춰서 짓는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 진행하는 KTX이음 사업은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미 노선이 존재하고 있고 역도 이미 만들어져 있는 상황에서 열차를 투입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열차와 역이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어디에 몇 번을 세울지를 완전히 새롭게 정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KTX 경부선이나 호남선은 그 열차가 지나가는 곳이면 정해진 역에 모두 열차가 서는 게 맞는데, 지금 중앙선의 상황은 그 노선에 KTX이음 열차가 지나간다고 해서 다 서 주지는 않을 것이고, 어디에 얼마나 설 지도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Q. 그러니까 기종착역이 서울 청량리역이랑 부산 부전역이라는 것 말고는 중간 단계는 정해진 게 없다는 거네요? 그러면 이건 언제 어떻게 결정이 됩니까?

정차역이 어디가 될 지는 철도사업법에 따라 정해지는데요. 철도사업법에서는 해당 철도 노선이 개통할 예정일로부터 2달 전까지, 기차를 운행하는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이 노선과 운영 계획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면 국토교통부가 검토를 거쳐서 최종 승인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노선 개통 2달 전이면 지나치게 촉박한 것 아니냐는 궁금증이 나올 법한데요. 실제로 제출하는 게 2달 전이고, 코레일이 정차역을 결정하는 건 길면 6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노선이 개통하는 건 철도가 준공된 다음에 진행이 되는 거니까요. 코레일에서는 보통 철도 건설이 언제쯤 끝나겠다는 윤곽이 나오면 그때부터 노선 위에서 열차 시운전도 해 보고, 역별로 환경을 제대로 갖췄는지 점검도 한다고 합니다. 이 때 보통 정차역도 결정을 하게 된다고 해요.

Q. 그래서 지금 울산 태화강역 말고도 정차역 유치 경쟁에 뛰어드는 지자체가 많잖아요. 울산에서는 북울산역과 남창역에서 유치를 선언했고, 인근 부산에서도 정차역 유치를 이미 추진하고 있다면서요?

네. 아무래도 서울이나 충청권, 강원내륙권을 바로 오갈 수 있다는 중앙선의 특성 때문에 유치전에 뛰어드는 지자체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울산의 경우 지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태화강역 외에 새롭게 정차역 유치에 뛰어든 북울산역과 남창역 지역의 특징이, 언양에 있는 기존 KTX울산역이 가기에 너무 멀다는 특징이 있어서겠죠.

문제는 부산이 유치 경쟁에 굉장히 적극적이라는 겁니다. 해운대구에서는 센텀역을 내세우고요. 기장군의 경우에도 기장역이나 오시리아역, 일광역, 좌천역이 이미 마련돼 있으니 이 중 한 곳은 반드시 정차시키라는 입장입니다. 또 부산 내륙 중심지인 동래구에서도 동래역 정차를 요구하고 있어요.

아시겠지만 부산이 울산보다 인구나 여객 수요 면에서 앞서는 게 현실이고요. 부산이 울산보다 훨씬 먼저 유치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울산에서 정말 KTX이음 열차를 유치하고 싶다면 한국철도공사를 설득할 논리를 충분히 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철도공사 측에서는 아직 준공까지 2년은 남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정차역을 어디에 정할 지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정차역을 잡는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까 정차역이 있는 도시의 성격이나 정책적 필요성도 보겠지만, 결국은 수요가 핵심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Q. 그러면 울산으로서는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한 가지만 더 정리해 볼게요. 지금 KTX이음과 관련되서 언론에서 나오는 보도를 보니까, 울산에 있는 역들의 경우에 역간 거리가 너무 짧아서, 고속열차가 일일이 정차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건 어떤 말인가요?

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중앙선 노선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부분인데요.

유튜브 실시간 방송으로 보시고 계신 분들은 지도 다시 보고 있으실 텐데요. 지금 중앙선에서 KTX이음이 연결되어 있는 역들 간의 거리가 제법 먼 편입니다. 청량리에서 첫 역인 양평까지가 47.9km나 되고요. 그 다음에 서원주까지도 38.5km가 떨어져 있습니다. 짧아도 20km대, 길게는 80km까지 역간 거리가 벌어져 있어요. 그런데 울산 지역을 놓고 봤을 때 신경주에서 북울산까지 오는 데는 32.2km 정도이지만 북울산역에서 태화강역까지는 9.7km, 태화강역에서 남창역까지는 16.2km밖에 안 됩니다.

보통 고속열차가 시동을 걸고 속도를 내기 시작해서 어느 정도 효율이 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런데 이 정도로 거리가 짧아 버리면 속도를 최고 수준까지 못 내거나, 속도를 좀 내려 하다가도 멈춰 버리게 되죠. 그러다 보니 고속열차의 취지를 훼손하는 역 배정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Q. 역간 거리에 대한 규정이나 제재를 신경써야 하는 게 있는 건가요?

저도 그게 궁금해져서 한국철도공사에 물어봤는데, 법이나 기준으로 정차역간 거리를 제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상식선에서 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건데, 예를 들어 역간 거리가 10km밖에 안 되어도 성격 다른 대도시 두 개가 있다면 둘 다 세울 수 있고, 50km 넘게 떨어져 있어도 수요가 없다면 안 세운다는 거죠.

예를 들어 서울역에서 광명역까지는 KTX열차로 15분밖에 안 걸리고, 속도도 별로 안 나요. 두 역간 거리도 21.7km로 짧은 편이고요. 하지만 서울과 광명은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까 세운다는 계산이 가능한 건데, 울산이 그 정도 수요를 낼 수 있을지는 생각해 봐야 겠지요.

Q. 그 외에 또 고려할 요소가 있습니까?

앞서 반복해서 말씀드렸던,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이 KTX열차 운행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기존 열차의 운행을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노선 개선 사업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문제가 됩니다.

이미 중앙선 노선에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다니고 있기 때문에, KTX이음이 들어올 경우 이들 열차들과 노선을 공유해야 하거든요. 게다가 중앙선 노선의 경우 기차 말고 전철도 운행중이에요. 서울 쪽에서는 경의중앙선 전철과도 노선을 같이 쓰고, 우리 울산과 부산 지역에서는 동해남부선 전철과도 노선이 겹치게 됩니다.

그러면 하나의 노선을 고속전철과 일반 기차, 거기에 전철까지 함께 써야 한다는 건데, 지금도 중앙선은 전철과 기차가 겹쳐서 운행이 지연되거나 하는 일이 있거든요. 거기다가 만약 KTX이음이 울산과 부산까지 들어올 경우에도 일반 기차는 물론이고 15~2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는 전철과도 노선을 나눠 써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KTX이음이 이런 구간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열차 운행 횟수나 속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서, 이후에 코레일이 노선 배정과 운영을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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