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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톡톡 취재수첩최신뉴스

울산 도심융합특구 지정

  •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2년 12월 21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울산이 오랫동안 추진해 왔지만 제대로 진척을 보지 못해 왔던 사업 중 하나로 '도심융합특구'라는 게 있습니다. 울산에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으로 여겨져 왔지만 그동안 입지 문제로 추진이 지지부진했는데요. 며칠 전에 울산의 도심융합특구 입지가 확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도심융합특구라는 게 무엇이고 울산에 어떤 효과가 기대되는지,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이 시간에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Q. 저희가 이 시간에 몇 번 이 사업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소식을 전해 드린 적이 있긴 한데요. 그래도 오늘 이 뉴스를 처음 들으시는 분들을 위해서, '도심융합특구'라는 게 무엇인지부터 먼저 정리해 볼까요?

네. 도심융합특구는 아주 쉽게 생각하면, 미국 서부에 있는 실리콘밸리, 우리나라 경기도 판교에 있는 테크노밸리를 떠올리시면 쉽습니다.

이 곳들의 공통점이 뭐냐면, IT업종 같은 첨단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특정한 지역에 대거 몰려있다는 점이죠.

미국 실리콘밸리를 생각하자면 애플이나 구글이 유명하고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도 있죠.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 떠났지만 전기자동차업계 1등인 테슬라도 원래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시작했고요.

또 우리나라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우리나라 최대 포털사이트를 이끄는 네이버, 다음 양대 기업이 전부 입주해 있고요.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3대 회사를 3N이라고 해서 넥슨, NC, 넷마블로 꼽는데, 이 중 넥슨과 NC가 판교에 있습니다. 이외에 한글과컴퓨터라거나 안랩 같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유수 업체들도 모여 있고요.

이런 실리콘밸리나 테크노밸리 같은 지역을 수도권 말고 지방 광역시에도 조성하겠다는 게 바로 도심융합특구입니다.

지난 2020년 9월에 정부가 이 특구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지방 광역시 중에 수도권으로 포함되는 인천은 제외하고, 부산과 대전, 대구, 광주, 그리고 우리 울산에 판교같은 곳을 만들어 보겠다는 겁니다.


Q. 그런데 우리나라 판교에 있는 산업단지의 정식 명칭은 '테크노밸리'잖아요? 지역에는 왜 그런 이름을 안 쓰고 '도심융합특구'라고 붙였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그 지역에 붙은 이름에서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라는 지역은 규소라는 물질을 뜻하는 실리콘과 계곡이라는 뜻인 밸리를 합친 거잖아요.

실리콘, 규소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주된 물질 중 하나입니다.

실리콘밸리에는 원래 인텔, AMD, 엔비디아, 퀄컴 같이 반도체와 관련이 깊은 기업들이 먼저 입주를 했어요. 그리고 이곳이 지형적으로, 실제로 밸리, 그러니까 계곡입니다.

그래서 첨단 산업의 대표격인 실리콘이라는 말과 지형의 특징인 밸리를 합친 용어죠.

판교의 테크노밸리는 그 다음에 생긴 말입니다. 이건 테크노, 그러니까 첨단 기술이라는 말과 밸리라는 말을 합친 거겠죠.

일찌감치 실리콘밸리라는 명칭이 미국에 있었으니까, 우리도 실리콘밸리처럼 첨단 산업을 육성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요.

처음에는 IT밸리, 정보통신기술에 한정해서 명칭을 만들긴 했지만 나중에 이게 꼭 IT기술이 아니어도 다양한 첨단 산업이 들어올 수 있겠구나 해서 이름이 테크노밸리가 됐어요.


Q. 그러면 지방 광역시에는 왜 테크노밸리라는 말을 안 쓰고 도심융합특구라는 독특한 표현을 쓴 건가요?

그 다음에 추진이 된 게 도심융합특구인데, 이 말은 도심과 융합과 특구를 합친 말이죠. 왜 이 세가지를 합쳤는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도심에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이건 접근성 좋고 어느정도 성장 가능성을 갖춘 도심에다가 특구를 조성해야 좋다는 의미로 바로 이해가 되죠.

그리고 융합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이게 나온 이유는 미국 실리콘밸리나 판교 테크노밸리와 다른 우리나라 지역 광역시들의 특징을 반영한 거에요.

정확히는 특징이라기보다는 문제점에 가까운데요. 지금 지방 광역시가 기업이나 인재를 빼앗기면서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는 이유 중 하나가 수도권같이 일자리가 충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고 싶은 학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니면 지역에 살면서도 문화나 의료 같은 생활 여건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잖아요.

그러니까 그 동안 지역 광역시가 각자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려고 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은 많이 했지만, 교육기관이나 문화시설, 주거지역 같이 그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 만한 여건이 안 되면 결국 기업이든 인재든 안 와서 실패한다는 걸 계속 확인했잖아요.

실리콘밸리나 테크노밸리가 성공한 이유는 그 지역 자체가 원래 사람들이 많이 살고 또 살고 싶어하는 지역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거든요. 지방 광역시에는 그런 기반이 없고요.

그래서 아예 지방 광역시에 이런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면 기업만 유치하는 게 아니라, 주거와 문화 같은 다양한 시설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들어가야 한다. 융합해야 한다는 의미 때문에 융합이라는 말이 들어간 겁니다.

마지막으로 특구는 왜 들어갔을까요? 이건 특별구역이란 의미인데, 보통 정부가 특별구역을 지정할 때는 그 지역에서 하고 싶은 목표가 뚜렷하니까,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 그 지역에 대해서는 각종 규제를 풀어준다거나 지원을 많이 해 주는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잖아요?

실제로 도심융합특구는 거의 최고 수준의 특례가 적용이 됩니다. 원래 한 지역에 특구는 하나만 지정할 수 있는데, 도심융합특구 안에서는 추가로 다른 사업을 벌이거나 기업 유치를 하고 싶을 때 다시 한 번 그 안에 특구를 중복으로 지정해서 추가적인 혜택을 주는 게 가능합니다.

또 원래 이 특구는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추진하는 건데, 부처의 경계를 넘어서 중소기업벤처부가 창업 지원도 해 주고요. 교육부는 대학이나 연구기관 육성 사업도 도와줍니다.


Q. 지금까지 설명해주신 내용을 들으면 굉장히 전망이 밝은 사업으로 보이는데요. 왜 그동안 울산에서는 사업이 제대로 진행이 안 된 건가요?

이 정도로 혜택이 많다 보니까 너도나도 하고 싶어 한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원래 울산시는 처음에 울주군 KTX역세권에 특구를 유치한다는 계획이었어요. 여기가 울산 구도심에서 거리는 멀지만 KTX역이 만들어져 있고, 기존에 역세권 부지가 이미 확보가 되어 있죠. 그리고 여기서 상업시설 개발이나 여러가지 지역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싶어 했고요. 여기에 별다른 진척이 없었는데, 정부가 도심융합특구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니까, 이게 KTX역세권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업이 진행되는 듯하다가 중구 지역 정치권에서 반대를 하기 시작했죠. 울산의 도심은 중구인데 왜 울주군 KTX역세권 먼 곳으로 가느냐. 도심융합특구의 지정 취지를 살리려면 중구에 입지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면서 사업 추진이 흔들리기 시작한 겁니다.

울산시 안에서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는데, 지역 간 유치 경쟁이 되어버리니까 어느 쪽도 양보를 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고요. 고심하다가 울산시가 결국 울주군과 중구를 묶어서 국토교통부에 둘 다 특구로 지정해 달라고 했는데, 이게 1차적으로는 거절을 당합니다.

애초에 도심융합특구의 특성이 도심 한 곳에 만드는 거고, 여러 가지 시설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융합적인 구역이라는 점인데, 울주군과 중구는 너무 먼 거리에 있잖아요.


Q. 그러면 이번에 최종 선정된 특구는 이 문제를 해결한 건가요?

반만 그렇습니다. 원래 울산시가 신청할 때는 울주군 KTX역세권이랑 중구 혁신도시에 장현산단까지 묶어서 제출했는데, 이건 탈락했고요.

이번에 제출한 수정안에서는 여전히 울주군과 중구가 합쳐져 있는데, 면적을 대폭 줄였습니다. 처음 신청할 때는 560만 제곱미터에 달했는데, 신청하면서 이걸 276만 제곱미터 규모로 절반 가까이 줄였고요. 최종 확정된 건 193만 제곱미터로 더 줄였어요.

그러니까 일단 한 곳에 모은다는 개념에서는 면적을 줄이면서 해결을 했는데, 두 곳이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는 도심이나 융합의 개념을 완벽히 달성하기는 쉽지 않겠죠.


Q. 그러면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는데 문제는 없을까요?

양쪽 지역 모두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는 있습니다. 울주군의 경우에는 역세권이라는 강점이 있고 터가 넓어서 기업을 다양하게 유치하기 좋다고 보고 있고요. 중구는 도심에 있고 이미 혁신도시로 새로운 상업권이나 주거지역이 마련되어 있어서 인재나 기업 유치가 가능하다고 보는 거죠.

그런데 말씀드렸다시피 이 두 지역은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잖아요. 애초의 도심융합특구라는 특성을 생각해봤을 때 이게 완전히 성공하려면 한 지역에 모여 있어야 하는데 울산만 두 곳이 굉장히 멀리 있거든요.

그러면 지역 간에 융합을 이야기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고요. 울주군은 울주군 따로, 중구는 중구대로 각자 유치 경쟁을 벌일 위험이 생기기 때문에 결국 조율을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다른 광역시는 어떤가요?

다른 지자체도 입지 선정을 놓고 내부 경쟁은 있긴 했지만 결국 한 곳으로 정리를 했거든요. 이 정리가 일찍 끝났기 때문에 대구가 가장 먼저 2020년 12월에 특구 지정이 됐고요.

이후에 광주와 대전도 차례로 됐고, 마지막까지 입지 문제로 결정을 못 내리던 부산도 작년 11월에 센텀으로 지역 확정을 해서 특구 지정을 마쳤어요.

그런데 울산은 지역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다가 다소 기형적인 형태로 특구가 만들어져 버렸죠.

이러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일단 대구와 광주, 대전, 부산이 일찌감치 특구를 먼저 만들었기 때문에 사업 시행 계획이나 설계 작업도 일찍 시작했고요. 그만큼 기업 유치나 인재 확보도 빠를 거에요.

울산은 지금 너무 늦었기 때문에 나머지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불리함이 있고요.

두 번째는 앞서 말씀드린 기형적인 입지의 문제입니다. 나머지 지역을 보면요. 대구는 옛 경북도청 터랑 경북대학교 일원을 묶어서, 광주는 혁신도시가 있는 상무지구에 특구를 만듭니다. 대전은 KTX역세권이랑 충남도청이 이전되는 부지를 확보했고요. 부산은 센텀 지역입니다.

이 지역들의 특징이 기존의 도심지역이거나, 애초에 신도시가 있어서 금방 개발하기 쉽고 기업이나 인재 유치도 쉽다는 점이거든요.

그런데 울산의 입지들이 그런 특성을 갖고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 듭니다.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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