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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페이 예산, 전액 미반영

  •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2년 11월 16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은 청취자 분들, 울산 시민 분들 많이 사용하시는 울산페이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아마 요즘 접속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난 4일부터 울산페이 예산이 소진되어서 충전이 안 된다, 12월 중순 이후에 다시 공지하겠다는 말씀 들으셨을 거에요. 그래서 12월에 충전하려고 기다리시는 분들 있으실 텐데, 울산시가 울산페이 예산을 아예 없애버렸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 소식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Q. 울산페이가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다 보니까 이용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지셨고요. 가맹점도 급증했어요. 이렇게 울산페이가 지역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곧바로 악재가 들려온 거네요.

네. 사실 울산페이를 이용하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유인은 역시 할인 혜택이겠죠. 연회비가 비싼 신용카드를 쓰더라도 이 정도 할인 혜택을 주는 경우는 드물고요. 또 지역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좋은 게, 이게 대형마트나 백화점, 유흥업소 같은 곳에서는 쓸 수 없고 정말 지역의 소상공인 업장에서만 쓸 수 있다 보니까 할인 혜택을 기대하면서 오시는 소비자가 실제로 많이 늘어났어요. 이 할인 폭은 정부랑 지자체가 부담해 주니까 소상공인 입장에서 할인을 더 해줄 필요는 없는 데다가, 울산페이를 통해서 주문하면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받을 때 내야 하는 수수료도 없거든요. 그래서 지역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좋은 대책이라고도 평가를 받아 왔는데, 이렇게 사업 중단이 결정이 된 겁니다.


Q. 사업을 왜 중단한 건가요?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울산시가 내년도에 쓸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울산페이 관련 예산을 한 푼도 책정하지 않았어요. 앞에서 간략하게 설명드렸지만 울산페이에서 제공하는 10% 할인 혜택은 가맹점인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게 아니고요. 국가가 40%, 지자체가 60%를 부담하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이번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지역 화폐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게 맞냐. 예산 낭비가 아니냐. 일종의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고요. 그래서 국비를 확보하기가 어려울 거라는 예상은 있었어요. 그렇지만 지역에서는 울산페이에 대한 여론이나 활용 실적이 워낙 좋다보니까 어떻게든 유지는 해보려고 했는데, 앞서서 말씀드린 것처럼 윤석열 정부가 울산을 포함해서 전국의 지자체들이 시행하고 있는 지역화폐 발행 사업에 국비 지원을 한 푼도 안 하겠다고 선언해 버렸거든요.

아시겠지만 울산시 입장에서는 이 할인 금액을 전부 지원할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다른 분야에도 예산을 많이 써야 하니까요. 그래서 국비가 지원되는 걸 전제로 해서 그동안 10% 할인 혜택을 제공해줄 수 있도로 지원금을 제공해 왔는데, 이게 가맹점도 늘고 이용 실적이 워낙 좋다 보니까 올해 같은 경우에도 당초에 책정한 지원금이 8월에 한 번 다 소진이 되어 버렸고요. 나중에 추경을 통해서 예산을 더 마련해서 겨우 11월 초까지 유지를 했던 겁니다.


Q. 정부 지원이 없다면 울산시 스스로라도 이 사업을 유지할 수는 없는 걸까요?

앞에서 울산페이 할인 금액을 정부랑 지자체가 4:6으로 나눠서 분담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올해 같은 경우에 울산시가 당초 예산과 추경을 통해서 총 271억 원을 지출했어요. 그래서 올해도 일단 비슷한 규모로 소비가 일어날 걸로 예측하고 250억 원 정도를 예산으로 준비를 해 뒀거든요. 그런데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정도 지원금으로는 기존에 울산페이가 제공하던 한 달 20만원 한도에 10% 할인 혜택을 제공해줄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이용자가 워낙 많아졌기 때문이죠.

이런 경우에 울산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울산시가 가지고 있는 예산 범위에 맞춰서 할인 혜택이나 충전 가능한 금액을 축소하거나, 아니면 이 사업 자체를 안 하는 거죠.

그래서 울산시가 지역화폐 문제에서 다른 시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봤는데 대부분이 자체 예산으로는 사업 진행이 어려웠다고 해요. 사실 울산만 해도 원래 준비했던 내년 예산 250억 원은 전체 필요한 예산의 절반도 안 되니까, 할인폭을 5%로 줄이든지, 한 달에 충전 가능한 금액을 10만 원으로 줄이거나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러면 너무 할인 혜택이 적으니까 이럴 바에는 이용 안 하겠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일단 울산시는 사업을 아예 안 하는 쪽으로 결정하고 예산 자체를 아예 빼버린 겁니다.


Q. 그런데 울산페이를 이용하시는 시민 분들이든, 이걸 받으시는 가맹점이든 울산페이가 그동안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대에 기여한 부분이 분명히 크단 말이에요. 이걸 이렇게 한 번에 중단해 버리는 건 기껏 그동안 쌓아온 노력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거라 아깝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네. 실제로 울산페이 이용 실적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높아요. 원래 2019년에 처음 울산페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충전 한도가 50만 원이나 되었는데도 이용하는 분들이 적었거든요. 그랬는데 할인 혜택을 늘리다 보니까 이용하시는 분들이 급증했죠. 그래서 첫 해였던 2019년 말에는 가입자가 5만 명 정도밖에 안 됐는데, 올해 9월, 그러니까 3년도 안 되어서 가입자가 51만 7천여 명입니다. 3년만에 열 배가 늘어난 거죠. 거기다 울산페이는 만 14세 이상인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거든요. 물론 울산페이를 타 지역민들도 이용할 수 있기는 한데, 울산 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보고, 만 14세 이상 울산 인구가 96만 명 정도인데 이 중 50만 명 넘게 이용하고 있는 거니까 시민들 중 절반은 이걸 쓰고 있다고 봐야 해요.

이렇게 활성화가 된 건 할인혜택에 소비자가 늘어나니까 지역 소상공인들이 적극적으로 가맹에 나선 것도 큽니다. 울산의 자영업체가 7만 곳이 조금 안 되는데, 이 중에 울산페이 가맹점으로 등록하신 분들이 6만 5천 곳이 넘어요. 그러니까 지역의 자영업자 분들 중에 93% 넘게 울산페이 가맹점에 가입해 있는 정도인 거죠.

그래서 지역에서도 특히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할인 폭을 조금 줄이거나 충전 한도를 줄여서라도 어떻게든 이 제도를 유지하면서 국가 지원을 더 끌어내도록 노력하면 안 되냐는 요구가 정말 많았고요. 실제로 이 예산안을 받아본 울산시의회에서도 울산시가 안그래도 지역화폐 발행 실적이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닌데 이걸 없애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Q. 이 정도로 가입자나 가맹점이 늘어났는데도 실적이 부진하다는 건가요?

그러니까 이용하시는 소비자, 가입하신 가맹점은 부쩍 늘어났는데, 지자체나 국가가 지원하는 금액이 너무 적다는 겁니다. 다른 시도랑 비교해봤을 때 적어도 7대 광역시 중에서는 울산시가 지역화폐 발앵 규모가 꼴찌에요. 그리고 전국 17개 시도를 비교해봐도 세종시와 제주시 다음으로 뒤에서 3번째 꼴찌거든요. 사실 울산이 부자 도시이고 재정 면에서도 다른 시도보다 건실한 편 아니냐. 그리고 울산이 부자 도시라고 해도 소수의 대기업 직원들이나 돈을 잘 벌지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건 울산이라고 다를 바 없는데, 지역의 소상공인들에게 거의 유일하고 실질적인 지원책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화폐가 없어지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사실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겠다고 정부가 여러 가지 정책을 펴긴 하는데, 대부분은 돈을 빌려주는데 이자를 조금 줄여준다거나, 시설 개량을 도와준다거나 하는 간접적인 대책에 가깝지, 이렇게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소상공인 업체에 찾아가서 직접 소비를 할 수 있게 유도하는 정책은 지역화폐가 유일하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이게 없어지는 게 특히 가맹점,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아쉬운 거죠.


Q. 울산시는 어떤 입장입니까?

울산시도 이런 여론을 모르는 건 아니라서 고민을 하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비 지원이 전혀 안 되는 상황에서 이걸 다 부담하는 것 자체가 너무 부담스럽고, 할인 폭이나 사용 금액을 절반 이상으로 줄여버리면 애초에 기대한 지역 경제 활서화 효과도 그다지 많지는 않을 거라고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사실 이건 전국의 지자체가 다 비슷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지난 정부에서 지역 균형발전이라거나, 소상공인 지원이라거나, 특히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차원으로 활용되기도 했거든요.

사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을 통해서 생필품을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10% 할인이 워낙 큰 혜택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지역 소상공인들을 찾게 되었던 게 사실이거든요. 아무리 울산페이 자체가 편리한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소비자는 그다지 많지 않을 걸로 보여서, 사실상 할인혜택 없이는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은 지역 기반이 울산에 없고 수도권에 본사를 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결국은 지역의 돈이 타지로 유출되는 문제가 다시 불거지기도 할 거고요.


Q. 이 사업이 2019년에 시작됐잖아요. 이제 겨우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궤도에 오른 사업인데, 이렇게 포기하는 건 너무 아쉽지 않을까요?

그래서 울산시도 다만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국비 지원이 확정된다면 내년 울산페이 발행이 극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고 가능성은 열어놨습니다. 당장 국비 지원을 정부가 다 끊겠다고 했으니까 지금 상황에서는 울산시 재원만으로 지금 수준의 운영을 할 수는 없는데, 아시겠지만 예산 편성은 정부가 안을 제출하는 것이고, 최종 결정은 국회에서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지역화폐는 울산 말고도 전국 각지에서 많이 쓰이면서 활성화되어 있고, 이걸 계속 유지해 달라는 여론이 대부분인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정부 안에서는 이 예산이 없지만,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의 의지가 있다면 이 예산을 부활시킬 수도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이건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고 향후 국회의 예산안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겠죠. 그래서 울산시도 만약에 뒤늦게라도 국비가 부활한다면, 곧바로 울산페이를 우선 발행하고 추후 추경으로 자체 재원을 편성해 운영할 수는 있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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