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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톡톡 취재수첩

울산의 각 기관장 임기..시장 임기와 일치

  •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2년 11월 2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최근 울산시가 조금 독특한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어요. 울산시 산하 기관에서 일하는 기관장이나 임원의 임기를 시장의 임기와 맞추겠다는 내용인데, 왜 이런 조례안을 내놓은 것인지, 무슨 의도가 있고 어떤 결과가 예상되는지에 대해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의 해석이 참 분분합니다. 오늘 이 조례안 이야기 자세히 다뤄 보겠습니다.


Q. 먼저 조례안의 내용부터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이 조례안의 이름은 '출자·출연 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관한 조례'입니다. 출자·출연 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를 울산광역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시기와 일치시켜 원활한 시정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사항을 규정하려는 것이 이 조례의 제정 이유라고 나와 있고요.

여기서 출자·출연 기관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가 궁금하실 텐데요. 지방자치단체, 즉 울산시가 설립하고 출자나 출연을 한 기관입니다. 출자는 울산시가 돈을 대고 그만큼 지분을 얻는 형태이고요. 출연은 그냥 돈을 주는 것, 기부해 주는 것입니다. 어쨌든 울산시가 돈을 대 주고 설립도 한 기관이라는 의미죠.

이런 기관들은 울산시청의 소속이 아닌 채로 별개의 법인으로 운영되지만요. 울산시가 돈을 댔고, 울산시가 설립을 했습니다. 또 울산시가 돈을 댄 만큼 직접 감독하고 관리할 권한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기관의 기관장 또는 임원을 정할 권한은 울산시장에게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울산시장이 이렇게 임원을 한 번 정하면, 그 임원에게는 임기가 보장이 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직무상 중대한 잘못을 했거나 특별한 하자가 없다면 보장된 임기 동안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에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무리 울산시가 돈을 댔더라도 울산시와는 별개의 기관이니까 운영의 독립성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기 때문이고요. 임원 본인 입장에서도 임기가 보장되어야 그 기간에 걸쳐서 본인의 운영 철학이나 비전을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이번 조례안은 그동안의 이 같은 기존의 운영 방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각 기관별로 임원의 임기는 제각각 따로 결정하고 있는데, 이걸 2년으로 일원화를 했고요. 더 특이한 건 기관장이 임기 2년을 다 안 채운 상황이더라도 이 기관장을 임명해 준 시장의 임기가 끝나면, 그 때는 시장의 임기가 끝날 때 그 시장이 임명해 준 기관장도 같이 물러나야 한다는 겁니다. 대신 시장이 연임한다면 남은 임기가 보장되도록 했고요.


Q. 왜 이런 조례를 만든 건가요?

결국 이 조례의 핵심은 시장이 임명하는 지방공기업 사장과 출연기관장들의 임기를 단체장과 일치시겠다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이 조례가 겨누는 시점은 결국 새로운 시장이 당선되었을 때입니다. 기존에는 시장의 임기와 출자·출연 기관의 임기가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이 당선돼서 임기를 시작했는데 출자·출연 기관에는 전임 시장이 임명한 기관장들이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서 생기는 갈등이 생각보다 많죠. 새로운 시장이 출자·출연 기관을 통해서 하고 싶은 새로운 일이 있을 수 있는데, 전임 시장이 임명한 기관장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는 겁니다. 또 지금 정부에서 벌어지는 비슷한 상황과도 빗대 볼 수 있는데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다 보니까, 현 윤석열 정부에서 이들의 거취를 놓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소위 알박기 인사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아니다, 규정상 보장된 임기는 다 수행하는 게 정당하다는 말도 나오죠. 이런 문제는 이번 민선 8기 울산시에서도 벌어지고 있는데, 김두겸 시장이 지난 7월에 취임했는데, 출자·출연 기관장 중 일부는 길면 임기가 2024년까지 계속돼요. 시장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례를 만들어서 아예 전임 시장과 임명 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켜 버리면, 이후에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이런 소모적인 논란을 빚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런 조례를 추진하는 이유입니다.


Q. 그 이유만 있는 건가요?

다른 이유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것도 그동안 매번 제기되었던 문제인데요. 울산시가 출자·출연한 기관에 기관장이나 임원을 임명할 때마다 이 자리가 일종의 논공행상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비판이 많았죠. 시장의 정치적 측근이라거나, 선거 과정에서 협력했다거나 하는 인사들이 본인의 능력이나 전문성과는 별 관련이 없는 기관에 기관장으로 취임해서 임기를 보장받고 높은 급여도 받는 게 정당하지 않다는 점이요.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새로운 시장 입장에서는 이 자리들을 비우는 게 그만큼 중요할 수 있다는 겁니다.

비슷한 사례를 대구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사실 이 조례의 아이디어를 낸 게 울산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7월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홍준표 대구시장이 당선되자마자 처음 추진한 게 똑같은 사업이었어요. 홍준표 시장이 내놓은 1호 조례가 이렇게 출자출연 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겠다는 내용이었거든요. 좋게 해석하다면 시장의 정치적 비전이나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전문가를 임명하겠다는 걸로 볼 수 있겠습니다만, 실제로 하지만 과정이나 결과를 살펴보면 임명된 사람들이 홍준표 시장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인사가 많고, 심지어 음주운전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전력이 있는 사람까지 임명되었기 때문입니다.


Q. 시장이 갖고 있는 중요한 권한 중 하나가 인사권이잖아요. 이 권한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로 봐야 하는 걸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조례의 취지가 어떨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줄 세우기 인사나 논공행상 방식의 인사가 될 위험이 높은 제도가 될 수 있다고 봐야겠죠.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만약에 시장이 본인 임기를 채우고 다음 선거에서 지거나 연임이 끝나서 물러나는 상황이 아니라 중간에 다른 일을 하게 되거나 어떤 이유로든 본인 임기도 못 채우는 상황이 된다면, 그 때는 기관장이 어떻게 되는 건지도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Q. 이게 적용되는 게 울산의 어떤 기관들인가요?

울산의 출자출연 기관이 모두 12곳이고요. 울산시설공단, 울산경제진흥원, 울산일자리재단, 울산관광재단 등인데 이 중 울산도시공사와 울산시설공단, 울산연구원 3곳은 빠집니다. 이 세 곳은 지방공기업법이나 지자체 출연 연구원법 등 상위 법률에서 3년 임기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하위법인 조례로 건드릴 수가 없는 상태에요.


Q. 이런 조례를 만드는 데 법적인 문제는 없는 건가요?

울산시가 출자하거나 출연한 기관은요. 물론 울산시가 돈을 대고 설립하긴 했지만 울산시와 완전히 별개인 법인인 곳에 대해 울산시가 자신들이 만든 조례를 근거로 임기를 정하거나 바꿀 수 있느냐는 게 중요하겠죠.

예를 들어 민간의 법인이 자체 정관으로 대표의 임기를 3년으로 정해놓고 누군가를 임명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갑자기 울산시가 조례를 들먹이면서 나가라고 한다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인 거잖아요.

일단 이 조례를 제안한 울산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출자출연기관은 민간의 다른 법인들과 다르게 애초에 울산시가 돈을 대서 만든 기관이고 설립도 직접 한 기관이고요. 울산시로서는 돈을 댔기 때문에 이런 기관들을 감독하고 관리할 권한이 포괄적으로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출자출연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임기를 정해놓았거나 사전에 정해진 기관장이 있다고 해도, 이걸 무시하는 조례를 만들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 효력이 실제로 있는지는 법적으로 정확히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출자출연 기관장을 누가 정할지 결정하거나 그 임기가 얼마나 되는지 규정하는 건 울산시가 만든 같은 등급의 조례인 경우도 있고요. 그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정관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같은 등급의 조례이라면 상위법이 아닌 상태에서 한 조례가 다른 조례를 압도할 수 있는지를 다퉈 볼 지도 모르고요. 또 기관의 자체 정관인 경우에는 조례의 하위법률이라고 볼 수는 없어서, 상위법 우선의 원칙 같은 걸 애초에 들이밀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 교체 대상으로 지목될 기관장 당사자들이 이 조례의 내용을 받아들이면 모르겠지만, 만약 반발할 경우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는 았습니다.

또 법적인 논쟁과 별개로 이런 논쟁을 통해서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시장의 임명권 행사 방식 자체를 바꾸자는 말도 나와요. 이렇게 하는 게 단체장·기관장 임기 일치가 순기능이 많은 만큼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으니까, 새로 선출된 단체장에게 기관장 임명 권한을 주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있지만, 애초에 조례라는 인위적인 방식을 넣어서 단체장과 기관장 임기를 맞추는 것보다는 산하기관장을 단체장과 정치적 성향이 맞거나 선거기여도가 높다는 이유로 앉히던 관행을 바꿔 제대로 된 전문가를 앉히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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