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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경남

[경남] 동네 목욕탕이 사라졌다

[앵커]
어릴 적 주택가 골목 어귀에 있는 동네 목욕탕을 많이들 이용해 보셨을 겁니다.

특히 명절을 앞두고는  꼭 다녀와야 하는 곳이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아파트 문화로 바뀐 데다 코로나19 여파에 공공요금 인상까지 맞물리며 동네 목욕탕이 서서히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서창우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노후한 주택이 밀집한 곳에 50년 넘게 자리 잡고 있는 경남 창원의 한 목욕탕.

불이 꺼진 채 문은 굳게 닫혀 있고 탕 안은 텅 비어 있습니다.

지난해를 끝으로 폐업한 겁니다.

[구청 관계자]
"영업 부진으로 보시면 되겠어요."

이 목욕탕을 오랫동안 이용해 왔던 어르신들은 아쉬움이 큽니다.

[남명줄 / 인근 주민]
"이 동네에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거든. (주인이) 동네 사람이니까 (요금을) 좀 싸게 하고 그랬어요. 지금은 여기가 없으니까 나이 많은 사람들이 저기 위(목욕탕)까지 올라가고.."

50년 넘게 주민들이 찾았던 또 다른 목욕탕도 더 이상 문을 열지 않습니다.

폐업 신고를 한 건 지난해 11월,

하지만 이미 더 오래전부터 영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 개방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2월부터 3년간 경남 지역 목욕탕 85곳이 폐업했는데, 이 가운데 60%가 20년 이상된 목욕탕이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960곳이나 문을 닫았습니다.

동네 터줏대감이었던 대중목욕탕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겁니다.

[목욕탕협회 관계자]
"아파트 문화로 바뀌다 보니까 집에서 샤워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아닙니까. 이미 7-8년 전부터..그때부터 목욕탕이 사양 산업으로 접어들어 가지고.."

여기에다 코로나 이후 거리두기 영향으로 그나마 목욕탕을 찾는 손님까지 확 줄었고,

지난해에만 가스 요금이 세 차례 오르는 등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되면서 업주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걸로 풀이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년째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는 서명밀 씨도 한숨뿐입니다.

4년 만에 요금을 천 원 올리긴 했지만 세신사와 보일러 기사 등에 들어가는 인건비에 연료비도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서명밀 / 목욕탕 업주]
"지하수로 운영해도 전기세, 수도세,가스비 (부담이 됩니다.) 지금 (공공요금이) 20% 넘게 올랐으니까 전에 수준만큼이라도 해줘도 감사하죠."

그러나 정부는 올해도 대대적인 공공요금 인상을 예고해 대중 목욕탕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MBC뉴스 서창우입니다.

유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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