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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톡톡 취재수첩최신뉴스

사용후핵연료 처리 대책은

  •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배윤호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3년 2월 22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고리 원전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겠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에 원전 주변 지자체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 지난 주부터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도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 봅니다. 지난 주에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폐기할 시설이 왜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지, 원전 안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자세히 전해 드렸습니다. 이 부분이 궁금하신 분들은 유튜브 울산MBC뉴스 채널에서 지난 주 방송 내용 다시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 주에 잠시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굉장히 위험한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문제는 우리나라뿐만의 일은 아니죠.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라면 어디든 이 문제에 부딪치고 있을 텐데요. 우리나라만 이렇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건지,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우리에게 어떤 해법이 필요한지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Q. 지난 주 이 시간에 사용후핵연료에는 방사성 물질이 굉장히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아예 인간 사회에서 격리해서 영구 폐기하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핵연료에 남아 있는 방사성물질을 다시 모아다 재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전해 주셨어요. 일단 재활용을 어떻게 한다는 건지부터 알아볼까요?

지난 주에 잠깐 말씀드렸듯이, 원자력발전에 들어가는 연료는 1차적으로는 우라늄이라는 물질입니다. 이걸 최대 5년까지 원전에서 사용하고 나면 더 이상 연료로는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요. 그렇다고 방사성물질이 아예 다 없어졌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우라늄의 일부가 연료에 남아 있기도 하고요. 일부는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핵분열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플루토늄 같은 다른 물질로 바뀌기도 합니다. 이런 물질들을 그대로 버리지 말고 뽑아내서 재사용하자는 거죠. 그렇게 되면 사용후핵연료라는 위험한 방사성폐기물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고요. 제대로 쓰이지 않은 우라늄을 재사용하니까 원전을 운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Q. 우리나라는 아직 재활용 쪽으로는 가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 원전을 운영하는 나라들은 대체로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앞에서 말씀드린 방법이 사실 좋은 해결책 같아 보이는 것 같긴 하지만 중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사용이 끝나고 난 핵연료에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같은 물질이 들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플루토늄은 그 자체로 핵무기의 연료입니다. 우라늄의 일부도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 핵무기를 만든 것도 핵연료를 재활용해서 나온 플루토늄 등을 통해서 가능했던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건 군사, 안보적 문제로 제한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으로 재사용이 원칙적으로 안 되는 상태에요. 현재 국제조약으로 핵연료 재처리를 해도 된다고 허용받은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일본 등 극소수입니다.

Q. 앞에서 말씀하신 대로라면 플루토늄이라는 군사적으로 민감한 물질이 나온다는 점 외에는 사용후 핵연료를 재사용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방식이 많이 쓰이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일단은 말씀하신 군사적, 안보적 문제가 가장 큽니다. 핵무기를 만드는 직접적인 재료가 되다 보니까 국제 사회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재사용하는 방안 자체를 꺼리고 있어요. 심지어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의 경우도 그런데, 미국이 전 세계에서 원전을 가장 많이 가동하는 국가인데도 1977년 이후에는 자기 나라에서 재처리를 하지 못 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재처리를 계속 한다는 건 플루토늄을 계속 만들겠다는 거고, 그러면 핵무기를 늘리겠다는 것 아니냐는 다른 나라들의 의구심을 받으면서 국제 사회의 긴장이 높아질 수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는 것 자체가 대안이 맞는지도 확실하지는 않아요. 일단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습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는 데는 그 자체로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데, 그렇게 해서 나오는 건 남은 우라늄이거나 우라늄이 바뀐 플루토늄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먼저 우라늄부터 보면, 현재로서는 자연 상태에 있는 우라늄을 그냥 가져다 쓰는 게 재처리해가면서까지 만드는 것보다 더 저렴합니다. 굳이 이런 방식을 쓰기가 애매한 거죠. 그리고 플루토늄의 경우에는 현재로서는 핵무기에 사용하는 것과 원자력발전소 일부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핵무기에 사용하는 건 당연히 경제성과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죠. 심지어 핵무기는 지금 최대 보유국가인 미국이나 러시아조차 보유량을 줄이려고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플루토늄을 원자력발전소에서 원료로 쓰는 방법이 있긴 한데, 아직까지는 이런 발전 방식이 우라늄만 이용하는 방식에 비해 매우 적어서 수요가 별로 없습니다.

Q. 일본이 이런 재처리 방식을 오래 전부터 추진해 왔다면서요?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원전에 꽤 많은 전기 생산량을 의존하고 있어서 역시 사용후핵연료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그런데 일본의 경우에는 1988년에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서 재처리를 해도 된다고 허락을 받습니다. 그래서 플루토늄을 원전에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을 하고 이런 원전을 늘리려고 했는데요. 하필 플루토늄을 썼던 원자로가 지난 2011년 지진으로 폭발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원전이에요. 후쿠시마 원전이 플루토늄을 쓰느냐 우라늄을 쓰느냐는 중요하지 않긴 한데, 인식이 좋지 않게 되다 보니 이런 발전소를 늘리는 것도 일본으로서는 쉽지 않죠. 즉 일본 내에서 플루토늄을 소비할 수 있는 원전 자체가 많지 않아 재처리공장을 가동하면 날이 갈수록 일본 내에는 플루토늄이 쌓여만 가는 셈인 거에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쓰지도 않는 플루토늄이 2018년 기준으로 47톤까지 늘어났을 정도입니다. 이게 얼마나 많은 양이냐면요. 미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에 탑재돼 있는 플루토늄의 총량이 38톤 정도입니다.

Q. 그러면 재처리가 반드시 답이 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인데요. 다른 방식인 영구 저장은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게 참 문제인데요. 전 세계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32개인데, 이 중에 관리 정책을 완전히 확정한 나라가 딱 10곳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는 이른바 ‘관망 정책’이라는 걸 펴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여기 해당되는데요. 최종적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채로, 이걸 저장만 해놓은 채로 나중에 결정하겠다고 처리 방식을 계속 미루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말이 관망이지 대부분은 영구 저장할 장소를 찾지 못해서 미봉책으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쌓아놓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당장 원전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동하는 (91기) 미국의 경우에도 영구저장시설은 물론이고 중간저장시설조차 확정적으로 정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에 쌓아놓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 다음으로 원전을 많이 가동하는 (56기) 프랑스도 중간저장시설만 있지, 영구처분장은 만들지 못했습니다. 영구처분장이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 위험을 사실상 영원히 떠안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에는 일찌감치 탈원전을 선언하고 가동을 안 하는데, 기존에 사용했던 핵연료를 아직까지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전이 있던 곳 바깥에 중간저장시설을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우리나라처럼 지역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발해 실패로 돌아갔거든요.

Q. 그러면 영구처분 방식을 확정한 국가가 있기는 합니까?

현재로서 영구저장시설을 확보한 나라는 핀란드가 유일합니다. 핀란드는 원전을 딱 4기 운영하고 있어서 우리나라보다도 원전 보유 규모가 적지만, 영구저장시설은 먼저 확보를 했어요. 핀란드 남서쪽의 에우라요키라는 도시에 부지를 확보해서 영구저장시설을 짓고 있습니다. 원전에서 사용한 방사능 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해 지어지고 있는 시설물로, 지하 500m에서 적어도 10만 년 동안 모든 것과 완벽하게 격리되어 보관하게 됩니다. 왜 10만 년이냐면, 10만 년 정도 지나면 방사능 폐기물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환경방사선(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선)과 동일한 수준으로 떨어질 거라고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10만 년간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시설을 만들어서 사용후 핵연료를 쌓아두고 안전해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겁니다.

Q. 전 세계에서 영구처분시설을 만들려고 할 때마다 갈등이 심했다고 전해주셨는데, 핀란드는 어떻게 이런 시설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일단 논의 자체가 빨랐다는 게 큽니다. 핀란드가 원전 운영을 시작한 게 1980년대인데, 이 당시부터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를 논의를 했어요. 원전을 가동할 때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리법을 찾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정부가 그 때부터 10여년 동안 지질조사도 했고요. 후보 지역도 4곳 정도 찾아내고, 이 중에서 최종 지역을 찾아낸 겁니다.

무엇보다 핀란드 정부가 철저히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시민들과의 소통,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노력을 벌였기 때문에 영구 저장시설이 큰 반대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현재로서 어느 정도까지 안전한 시설인지를 정확하게 알리고 숨기는 내용이 없었다는 거에요. 물론 이런 저장시설을 만드는 것 자체에 대해서 핀란드 안에서 반대 여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요. 이 논의가 얼마나 잘 진행됐냐면, 영구처분시설이 들어서는 에우라요키 지역 주민들이 폐기물 저장소가 들어오는 조건으로 원전을 추가로 지으라고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해야 하는 건 핀란드가 굉장히 작은 나라고, 인구 밀도도 적은 나라라는 겁니다. 영구처분시설은 에우라요키에 있는 한 섬에 지어지는데요. 여기 사는 인구가 천 명도 안 됩니다. 그것도 원전 관련된 직원들이 대부분이고 상주 인구는 거의 없어요. 그리고 에우라요키 전체 인구도 1만 명이 안 됩니다. 또 핀란드가 전체 면적이 33만 제곱미터로 우리나라의 3배가 넘는데, 인구는 550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밖에 안 돼요. 여러 가지 상황상 영구처분시설을 만드는 것 자체가 쉬운 조건이라는 것도 고려를 해야 합니다.

Q. 그럼 그렇게 만드는 영구처분시설은 완전히 안전합니까?

그건 현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능력으로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최대의 기술 수준을 가지고 지하 500m까지 파내려가서 저장을 해둔다는 건데, 10만 년 뒤라는 시점은 현재의 인류 문명사와 비교해봐도 엄청나게 긴 시간이거든요. 지금 만들고 있는 저장소 구조가 그 정도 시간을 안전하게 버텨줄 수 있을지, 나중에 후세 인류가 잘못 건드릴 경우 문제가 없을지는 알 수 없는 대목이긴 합니다.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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