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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톡톡 취재수첩최신뉴스

울산 경제 회복 느리다..이유는?

  •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2년 10월 12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코로나19 사태가 아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대규모 유행은 잦아들었고, 최근에는 관광이나 문화 같이 부진했던 업종들도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죠.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준 충격을 극복해나가는 단계가 시작됐다고 보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울산은 아직 이같은 회복을 시작하지도 못한 채 여전히 부진한 상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 소식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Q. 어떤 분석에서 이런 지적이 나온 건가요?

네. 한국은행 울산본부에서는 구성원들이 지역 경제상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한 번씩 냅니다. 이번에는 송수혁 조사역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이후 울산지역의 고용과 임금이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 평가해보는 분석 연구를 했다고 해요. 이 자료에서 나온 주장입니다.

Q. 이런 분석 연구를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한데요.

사실 울산지역 고용 상황이 코로나19 이전에도 좋았던 건 아닙니다.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조선업 침체나 자동차 업계의 신규 고용 위축 등으로 전국 평균에 비해서 고용이 부진한 편이었거든요. 그리고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면서 더 위축이 됐다는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코로나19는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에 닥친 변수였기 때문에 경제적 위기는 어느 지역에나 다 발생했죠.
문제는 울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그 타격을 더 크게 받았다는 겁니다. 앞에서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울산 고용률이 떨어졌다고 말씀드렸는데, 2017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울산의 고용률은 전국 평균보다 1%p 정도 부진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유행 이후인 2021년에는 울산과 전국 평균과의 격차가 2.8%p로 3배 가까이 벌어졌거든요. 그래서 어떤 분야가 취약하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분석해 봤다고 합니다.

Q.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2022년 현재도 울산은 코로나19 충격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통계청의 고용률 지수를 확인해 봤대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을 100이라고 했을 때 이후의 고용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본 거죠. 울산의 경우 2019년에 100이던 게 2020년과 2021년에 계속 100 밑으로 떨어졌고요.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봐도 98.9로 여전히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국 평균을 보면 2020년과 2021년에는 100 아래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01.9까지 올라왔거든요. 즉 상황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좀 나아졌다는 이야깁니다. 울산은 여기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거죠.
취업자 숫자로 봐도 그렇습니다. 역시 2019년을 100이라고 했을 때 울산은 2022년 상반기까지 98.1로 100 아래거든요. 근데 전국 평균을 보면 2020년에는 100 밑으로 내려갔다가, 2021년부터는 늘어나기 시작해서 올해 상반기에는 102.7까지 올라왔습니다. 즉 코로나19 이전보다 취업자 숫자가 늘었다는 거에요. 근데 울산만 오히려 줄어든 거죠.

Q. 그런데 일자리 숫자나 고용 상태로만 봐서는 고용의 질을 가늠하기가 어렵잖아요. 일자리 숫자는 늘어도 고용이 불안정하거나 공공근로 같은 임시직 형태이면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고요. 고용률 말고 일자리의 질을 보는 기준 중 하나죠, 임금 수준은 어떨까요?

네. 그런데 임금 상황도 좋지 않아요. 이건 각 지역별로 조사한 자료를 가지고 합쳐 본 건데, 역시 2019년을 100이라고 했을 때 울산은 2021년까지도 99.1로 더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즉 코로나19 이후 상황을 회복하지 못한 거죠. 그런데 이 기간에 전국 평균은 2019년 대비 105.7로 크게 늘어났어요. 이건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비대면 서비스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산업들이 떠오르면서 이런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의 임금이 늘어났기 때문이거든요. 실제로 지역별 임금을 보면 정보통신업종의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임금 상승률이 높은 걸로 나와요. 대표적으로 서울과 경기도가 그 사례이고요. 그런데 울산은 가장 상황이 안 좋습니다. 사실 울산도 광역시라서 아무리 산업도시라지만 정보통신업 비중이 3% 전후는 되거든요. 그런데 정보통신업종 비중이 훨씬 낮은 전남, 전북, 강원, 제주보다도 울산의 임금 상승률이 더 안 좋습니다. 나머지 지역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거나 대부분 소폭이라도 올랐는데, 울산은 오히려 떨어졌어요.

Q. 어떤 분야에서 이런 문제가 생긴 걸까요?

그래서 고용이나 임금 실태를 분야별로 나눠서 분석을 해 봤다고 합니다. 먼저 성별부터 보면 남성의 경우가 고용률 회복이 더 느려요. 원래 코로나19 유행은 대면서비스업종에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줬고, 이 업종은 주로 여성들이 많이 종사했죠. 그래서 가장 먼저 고용 위기에 내몰렸던 게 여성들인데, 이 분들은 다행히 최근 들어서 대면서비스업이 다시 재개되면서 여전히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고용률이 조금은 나아지고 있어요. 2019년이 100이라면 2020년에는 95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차차 회복해서 올해 상반기는 98.9입니다. 반면 남성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코로나19의 충격을 많이 받지는 않았는데요. 대신 한 번 떨어진 고용률이 잘 회복이 안 되고 있습니다. 2019년을 100으로 보면 현재 98.7입니다. 사실 성별 차이가 아주 많이 나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격차는 연령대에서 벌어져요. 올해 상반기를 볼 때 50대와 60대는 오히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고용이 늘어났습니다. 반면 40대는 96까지 떨어졌고요. 대체로 20대에서 40대, 젊은층의 고용이 부진합니다. 이 연령대가 어떤 분들이냐면 운송장비 제조업, 즉 울산의 자동차와 조선산업 관련 업체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거든요. 그런데 이 업계가 좀처럼 고용을 늘리지 않다 보니 회복도 더딘 겁니다. 그래서 이 분들 임금도 떨어진 상태고요.

Q. 코로나19라는 위기는 전국에 공통적으로 닥쳤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서 울산의 회복 속도가 느리다는 건 울산지역의 경제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닐까요? 왜 회복이 더디다고 분석했나요?

실제로 회복이 더딘 이유로 감염병 같은 대외 상황의 변화에 취약한 울산의 경제 구조가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울산의 일자리는 거의 대부분이 감염병 확산에 굉장히 취약하다는 거죠. 생각해보면 자동차나 조선업 같은 울산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은 애초에 재택근무가 안 되는 업종이죠. 울산의 경우 사회 기반 시스템에 꼭 필요하지는 않으면서 동시에 재택근무도 안 되는 비필수, 비재택 일자리 비중이 41.7%인데 이게 전국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2위가 부산인데 30%대 중반이고, 전국 평균도 31%대에요. 그러니까 코로나19 같은 상황의 충격을 전면적으로 받는 거죠.
또 대외 상황이 코로나19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울산의 경우 경제 활동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죠. 그러면 글로벌 경기에 굉장히 민감하게 영향을 받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세계 경제에 두 가지 문제를 가져왔는데요. 첫 번째는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 두 번째는 부품 같은 물건이나 서비스의 세계 공급망이 무너졌다는 겁니다. 첫 번째는 매출 부진으로 이어질 거고요. 두 번째는 공급망 차질로 물건을 만들어 팔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거죠. 현대자동차가 코로나19로 중국에서 부품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생산을 중단하거나, 반도체 공급을 못 받아서 인도 기간이 한없이 지연되는 문제가 그런 사례입니다. 실제로 자동차 산업의 생산지수가 2019년 이후로 계속 침체 상태이고요. 자동차에 관련되는 금속가공이나 기계장비 같은 후방 산업들은 더 심각해서 2019년을 대비로 했을 때 심하게는 60% 수준까지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Q. 그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이건 장기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건데. 울산의 주력산업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인공지능이나 로봇 기술, 인터넷 기술 발전으로 자동화가 가속화되면 사람들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죠. 이 위험에 노출된 일자리들이 대부분 제조업 쪽에 몰려 있는데, 울산이 역시 이런 고위험 일자리 비중이 52.8%로 전체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또 제조업에서도 일자리가 안 만들어져요. 업종별 취업유발계수라고 10억 원 당 몇 명이나 더 취업을 시키냐는 지표가 있는데, 자동차산업은 2015년에 8.9명이었는데 2019년에는 7.6으로 떨어졌습니다. 사람 많이 고용하는 게 특성인 조선업도 2019년 9.7이던 게 2019년 7.6까지 내려갔어요. 이건 코로나19 유행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전부터 가진 구조적 문제였고 이게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좋아질 일은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자동차의 경우에는 미래차 산업이라거나, 조선산업은 친환경 선박 개발 같은 신산업을 발굴해서 새롭게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는 제안으로 보고서는 마무리가 됐습니다.

Q. 그런데 전통 제조업만으로는 울산의 경제 규모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 그래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나왔던 거 아닌가요? 여전히 해결이 안 되고 있는 겁니까?

그게 가능하려면 결국은 R&D, 연구개발 과정이 필요합니다. 관련 기관이나 기업들이 지역에 와야 하고 특히 관련된 인재를 모으는 게 중요한데, 문제는 이런 기업이나 인재가 수도권에 몰려 있지 지역에는 오지 않으려 한다는 거죠. 이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일 수 있는데, 지역에 연구기관을 유치하지 않으니 인재가 오지 않는 것인지, 인재를 구하기 어려우니 제조업 산업체들이 공장은 지역에 두고도 연구소는 서울에 세우는 것인지는 분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단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유지해서는 울산 같은 지역이 더 나아질 것 같지는 않으니, 기관 이전이나 유치 등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살 길을 찾자는 겁니다.
그리고 또 지적한 문제가 일자리의 미스매치, 서로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울산이 제공하는 일자리가 고용 안정성이나 임금 수준에서 더 이상 구직자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구직자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은 울산에서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서 구직자와 업체 간의 접점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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