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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톡톡 취재수첩최신뉴스

울산 워라밸 전국 꼴등

  •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3년 1월 11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소위 '워라밸'이라고도 부르죠. 일과 여가생활의 균형과 조화. 최근 들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수입을 얻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겠죠. 이건 국민들의 신체와 정신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라서 정부에서도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는 데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최근 고용노동부가 지역별로 일과 생활의 균형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는지 조사해 봤는데, 지난 2021년 기준으로 울산의 순위가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고 합니다. 어떤 문제가 생긴 건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Q. 먼저 고용노동부가 이 조사를 왜 하고 어떻게 진행하는 건지부터 정리해 볼까요?

네. 정확한 조사의 이름은 지역별 일생활 균형지수 조사이고요. 2017년부터 조사를 시작해서 이번에 2021년도의 자료가 최신으로 공개가 됐습니다. 이 조사를 시작하게 된 1차적인 이유는 양성평등 구현과 저출생 문제 해결에 있습니다. 당시 정부가 국정과제로 양성이 평등한 일자리 문화를 구현하겠다고 했는데, 이 때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요한 조건으로 봤거든요. 일과 생활의 균형이 깨져서 지나치게 일하는 시간이 많고 쉴 시간은 없거나, 자녀나 노부모같이 가족을 돌보는 데 필요한 시간이 보장되지 않거나 한다면 특히 여성의 경우 사회 활동에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되고요. 여성과 남성 무관하게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이 현황을 조사해서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분석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또 지역별로 그 지역에 특히 우세한 산업적 특성이 있다거나, 사회적 분위기나 문화로 인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이 잘 보장되거나 반대로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걸 전국 단위로 보는 게 아니라 지역별로 확인해 보고 비교도 해 보려는 겁니다.

Q. 그러면 어떤 지역이 일과 생활의 균형이 어느 정도나 보장되는지를 어떤 기준으로 조사하게 되는 건가요?

조사는 크게 일과 생활, 제도, 지자체의 관심도 네 가지로 나눠서 진행이 됩니다. 먼저 일에서는 총근로시간이 얼마나 되는지가 가장 중요하겠죠. 이건 1달에 150시간을 일하는 걸 기준으로 잡습니다. 그러면 평일 기준으로 하루에 대략 7.5시간 정도 일하는 게 되거든요. 이것보다 많이 일하면 근로를 많이 하는 편으로, 적으면 노동시간이 적은 편으로 계산합니다. 이외에 초과근로, 소위 야근이나 주말 근무 같이 쉬는 날 더 일한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도 계산하고요. 1년 동안 휴가를 며칠이나 썼는지도 계산합니다. 1년에 15일을 휴가로 쓴 걸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중요하게 보는 게 유연근무제도 도입률입니다. 일하는 사람의 생활 패턴이나 가족 형태의 특징에 따라서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거나, 전체 근로 시간 자체에 변동을 준다거나 할 수 있도록 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이죠. 이 제도가 직장에 얼마나 도입되어 있는지, 실제로 이용하는 직원들은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합니다. 

그리고 또 중요하게 보는 게 생활의 영역입니다. 아까 이 조사를 시행하는 목적이 양성평등 구현과 저출생 문제 해결에 있다고 했죠. 생활 면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봅니다. 
그래서 남성이 가사노동에 얼마나 참여하는지를 보고요. 여성이 취업하는 것이나 두 성별이 가사를 나눠 하는 것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도 확인해 봅니다. 또 일과 가족생활 중에 무엇을 우선하는지 같은 개인의 의식에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전체적인 여가 시간의 경우도 중요하겠죠. 평일에 쉬는 시간이 얼마나 되고, 그게 충분하다고 여기는지, 그리고 일과 여가생활이 균형잡혀있다고 느끼는지도 물어봅니다. 또 여성의 사회 참여를 높이고 아이를 낳아 키우기 좋은 환경이 되려면 제도적인 보장도 충분히 되어야겠지요. 그래서 여성과 남성이 육아휴직을 어느 정도나 이용하는지, 여성이 출산을 했을 때 배우자가 출산휴가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이 되어 있는지도 봅니다. 그 외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얼마나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지도 확인하고요. 국공립보육시설이나 초등돌봄교실 실태도 확인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역별 실태를 확인해야 하니까요. 지자체가 이 문제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먼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실현하기 위해 지방 정부가 조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지, 관련 제도를 홍보하거나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이 있는지, 가족 단위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은 지역에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이 점수들을 모두 종합해서 지수 형태로 점수를 만들고요.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운영되는 걸 100점으로 봤을 때 거기에 얼마나 도달했는지를 점수로 나타낸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Q. 그래서 이 기준을 가지고 2021년도에 지역별로 일 생활 균형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조사한 거네요. 그런데 울산의 순위가 많이 낮다면서요?

네. 전국 평균이 54.7점인데요. 울산은 47.3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꼴찌입니다. 정확히는 경북과 같은 점수를 받아서 공동 16위인 거예요. 이게 우려스러운 점은 뭐냐면, 울산이 그 전년도인 2020년에는 55.4점으로 당시 전국 평균보다 점수도 높았고 7위권이었는데 불과 1년만에 순위가 크게 떨어진 겁니다.

Q.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건지 이유를 살펴봐야겠네요.

네. 저도 왜 이렇게 극적으로 점수가 떨어지고 다른 지역보다도 상태가 나빠진 건지가 궁금해서 조사를 진행한 고용노동부에 문의해 봤습니다. 그래서 전체 조사 데이터 원본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는데요. 울산의 경우에 2021년이 2020년에 비해 모든 영역에서 지표가 나빠진 걸로 나타났어요. 일과 생활, 제도, 지자체의 관심도가 전부 다 저조해졌다는 거죠.

Q. 지금 조사하는 영역이 일과 생활, 제도, 지자체의 관심도 네 가지라고 하셨잖아요. 구체적으로는 이 항목들 중에서 어떤 부분이 얼마나 나빠진 건가요?

가장 많이 나빠진 부분은 일입니다. 2020년 점수가 15.8이었는데 2021년에는 9.8로 크게 떨어졌어요. 2020년에는 오히려 전국 평균보다도 일 영역의 점수가 좋았는데, 2021년 들어서는 크게 떨어진 겁니다. 이 정도로 점수가 나빠진 폭도 울산이 전국에서 가장 심했어요. 이게 왜 그런지 자세히 살펴봤는데요. 일에서는 다섯 가지를 봅니다. 총 근로시간과 초과근로시간, 휴가기간을 확인하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이용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하는데요. 이 중에서 울산은 총 근로시간이 크게 늘어났어요. 2021년에 울산의 총 근로시간이 179.6시간인데, 보통 한 달에 150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렇게 일해야 하루에 휴게시간 빼고 7.5시간 정도를 일하는 게 되는데, 울산은 이것보다 30시간 가까이 더 일한 거니까. 하루에 8시간을 꽉 채우고도 더 일한 날이 있다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특히 나빠진 게 유연근무제도 관련 지표입니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직장 비율이 27%p 이상 줄어들었고요. 운영을 해도 실제로 이용하는 비율도 25%p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코로나19 유행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2020년은 코로나19 유행이 막 시작되었던 때라서, 식당이나 체육시설, 목욕탕 같이 위험시설로 분류된 곳에서는 예방적으로 사업장 문을 닫은 경우도 많았고요. 정상적으로 사업장을 가동하다가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문을 닫고 일을 안 하는 경우도 많았죠. 그런데 2021년 들어서는 물론 유행은 계속됐지만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줄어들었고, 당장 생계 문제가 더 절박해지니까 그만큼 일을 더 했다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Q. 다른 지표에서 또 특징적인 부분이 있을까요?

생활 영역, 정확히는 일과 여가에 대한 인식, 여성의 노동과 가사에 대한 인식 부분에서도 울산이 타 지역에 비해 점수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습니다. 이게 다소 아이러니한 부분도 있었는데요. 여성이 취업을 하는 것에 대한 견해는 6.5%p나 좋아졌습니다. 즉 여성이 일을 하는 게 가능하고 그래야 한다는 데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정작 일과 가족생활의 우선순위를 배치하는 측면에서는 점수가 훨씬 더 떨어졌어요. 가족보다는 일이 먼저라는 사고방식이 더 우세해졌다는 거죠. 이걸 꼭 여성이나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고 보기만은 다소 애매한 게, 평일 여가시간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줄어든 편이고, 여가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더 많아졌어요. 그만큼 일 자체를 너무 많이 하거나, 해야 하다 보니까 다른 부분에까지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제도적으로도 개선이 되어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의 영역에서 이제 여성이 이런 휴가를 제대로 써야 한다는 인식은 좀 나아졌는데, 울산의 경우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사업장의 비율이나, 여성이 출산했을 때 그 배우자인 남편도 출산휴가를 쓸 수 있는 기업은 줄어들었어요. 울산은 제조업이 많은 산업적 특성상 남성 취업자가 많은 도시인데, 남성의 자녀 양육에 대해 제도적인 보장이 후퇴하고 있는 건 문제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하나 더 짚어볼 부분이 있는데요. 아까 말씀하신 내용 중에 울산시민의 일과 생활의 균형이 2020년보다 2021년에 더 나빠진 이유가, 2020년에 코로나19 유행으로 일하는 시간 자체가 줄어서 그럴 수 있다는 분석을 전해 주셨는데요. 그러면 2020년의 상황이 예외적으로 좋았던 것이라고 봐야 하는 건가요?

저도 이 점이 궁금해서 더 찾아봤습니다. 이 조사 제도가 2017년부터 시행되긴 했는데 당시의 조사 지표는 지금과 좀 달라서 그대로 비교하기는 어렵고, 같은 방식으로 조사한 것 중 코로나19 유행 직전에 조사했던 2019년의 결과를 확인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당시 울산의 점수가 43.3점으로 전국에서 16위. 이번 조사 결과랑 차이가 없었고요. 2019년에 43.3점이고 2020년에 55.4점이었다가 2021년 들어서 47.3점까지 떨어진 거니까 어떻게 보면 울산의 예전 모습대로 돌아온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일은 9.8점, 생활은 16.6점, 제도는 16.3점, 지자체 관심도는 4.6점이었는데요. 2019년 기준으로 일은 9.8점으로 2년 전에도 똑같은 수준이었고, 생활과 제도는 소폭 개선됐지만 지자체 관심도는 더 떨어졌다는 점도 주목해볼 만 합니다.

이 통계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2020년은 코로나19 유행이라는 굉장히 특수한 상황 때문에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여가나 휴가시간이 강제로 늘어난 것에 가깝고,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고 일상을 회복하기 시작하니까 예전처럼 일을 많이 하고, 당장 수익을 더 내는 게 목표가 되니까 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지역 사회의 관심도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경제적으로 팍팍해진 울산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춰서 더 많은 사람들이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직장에서든, 지자체에서든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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