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긴 대왕고래
대왕고래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동물 가운데 가장 깁니다. 북반구와 남반구에 모두 살고 있는데 남반구에 사는 대왕고래가 더 깁니다. 남반부에 사는 대왕고래는 최대 몸길이가 33미터, 몸무게가 무려 179톤에 이릅니다. 가장 큰 공룡으로 꼽히는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몸무게가 50톤 정도였다고 하니 대왕고래가 얼마나 큰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대왕고래는 얼굴이 납작합니다. 등에 혹이 있는데 혹은 몸 길이의 2/3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가슴지느러미만 어른 남자보다 큽니다. 그런데 몸 길이가 길다보니 가슴지느러미는 짧아 보입니다.
암컷은 2-3년에 한 번씩 출산을 하며, 임신 기간은 약 11개월입니다. 새끼는 하루에 2.5cm씩 자라면서 10년 동안 어미 곁에서 성장합니다. 수명은 대략 100년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대왕고래, 우리나라에 있나요?
대왕고래, 우리나라에 있었습니다. 일본포경협회가 작성한 <포경통계집>을 보면 1911년부터 1944년까지 우리나라 연안에서 대왕고래가 꾸준히 잡혔습니다. 안 잡힌 해가 더 많긴 하지만 1944년에 2마리가 잡힌 걸 보면 대왕고래가 멸종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연안 뿐만 아니라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사할린과 대만, 관동지방까지 포함해 대왕고래를 잡은 통계를 보면 점차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1911년 243마리가 잡혔는데 1915년 57마리로 줄고 1924년부터 1944년까지 한해 30마리 이상 잡은 적이 없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대왕고래를 잡았다는 기록이 없고 또 봤다는 기록도 없습니다. 현재 대왕고래는 우리 바다를 떠난 걸로 추정됩니다.
대왕고래도 남획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20세기 초에 35만 마리가 있었으나 현재 전 세계에 걸쳐 1만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북대서양와 남반구에 각각 2개 이상의 그룹이 있습니다.
# 스리랑카 트링코말리에서 만난 대왕고래
스리랑카(Sri Lanka)는 고래 생태관광으로 유명합니다. 1983년부터 고래 관광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86년까지 고래를 잡았고 2000년대에 이르러 고래를 관광의 소재로 보았습니다. 스리랑카에서는 수도 콜롬보 남쪽에 위치한 미리사(Mirissa), 북동부에 위치한 트링코말리(Trincomalee)가 고래 관광지로 유명합니다. 고래가 출몰하는 해안은 더 많습니다. 각 해안에서 만날 수 있는 고래의 종류가 다르고 고래 종별로 회유 시기도 다릅니다. 트링코말리에서는 해마다 2월 중순에서~5월 사이에 향고래와 대왕고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둘 다 볼 것을 기대했지만 대왕고래 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이 곳에서는 2종류의 고래 관광이 있는데 그냥 배 위에서 고래를 보는 프로그램과 바다에 뛰어들어 고래를 보는 것입니다. 관광선은 6인승으로 소형입니다. 고래가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작은 배를 운행하는 겁니다.
고래관광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고래의 진로 방향 선상에 있으면 안된다. 고래의 측면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접근해야 한다 △100미터 이내로 접근하면 안 된다 △소음금지 △과속금지 등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곳을 방문했던 2018년 4월에는 이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고래 한 마리를 발견하면 20여 척이 고래를 에워 샀습니다. 배들이 서로 대왕고래에 가까이 가기 위해 과속을 일삼았습니다. 개 중에는 무리하게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숨을 쉬러 해수면으로 올라온 대왕고래가 놀라서 급히 방향을 틀거나 호흡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혼비백산 도망가는 모습을 보는 게 무척이나 씁쓸했습니다.
# 14분마다 숨 쉬는 대왕고래
대왕고래는 규칙적으로 숨을 쉽니다. 대왕고래는 14분 정도 잠수하고 3분 정도 숨을 쉬는 걸 계속 반복합니다. 대왕고래를 촬영하기 위해 따라다니다 보니 알게 된 겁니다. 우리는 번번이 대왕고래를 놓쳤습니다. 잠수하고 숨쉬는 간격은 알았지만 잠수후에 어디로 올라올 지 예측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발견하고 따라가면 너무 늦은 겁니다.
하루에 겨우 한 컷을 건질까 말까하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우리는 귀인, 아니 귀한 고래를 만났습니다. 잠수를 하고 14분 후에 어디에 있을지 예측 가능한 고래였습니다. 대왕고래는 크릴을 주로 먹는데, 이 고래는 크릴이 풍부한 협곡Canyon을 따라 계속 이동했습니다. 우리도 고래의 속도에 맞춰 협곡을 따라 이동하면서 대왕고래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먹이 활동이 왕성한 고래는 하루에 2~4시간씩 크릴을 먹으며 이동합니다.
# 대왕고래 발자국과 똥
바다에 주황색 부유물이 둥둥 떠 있습니다. 바다에 웬 꽃인가 생각했습니다. 막대를 뻗어 하나를 건져보려고 손을 뻗는 순간, 선장이 말렸습니다. 대왕고래의 똥이라는 것입니다. 하하하. 대왕고래의 내장을 거쳐 나온 부산물 똥이라기에는 색깔이 너무 예뻤습니다. 선명한 주황색이고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대왕고래는 해수면에서 똥을 누고 방금 사라졌는지 주변에 둥그런 기름 띠 같은 게 형성돼 있습니다. 이걸 고래 발자국, footprint라고 부릅니다. 기름은 아닙니다. 고래가 앞으로 나가는 추진력, 고래 꼬리의 소용돌이에 의해 만들어 집니다. 풋 프린터는 고래가 잠수한 시작점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