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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톡톡 취재수첩

통신 안전 사각지대 '별정통신사' 긴급상황 대책은?

  •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 톡톡> 표준FM 97.5(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2년 8월 1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사)

오늘은 8월 2일 뉴스로 알려져서 전국적으로도 크게 이슈가 되었던, 울산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살인 사건이어서가 아니라,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Q. 먼저 어떤 사건인지부터 간단히 정리하고 시작해 볼까요?

네. 사건은 그제(8/1) 밤 발생했습니다. 가해자는 30대 남성이었고요, 피해자는 여성입니다. 사건 당시 두 사람은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되었고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났던 사이라고 합니다. 이 당시 가해자인 남성은 술에 취해 있는 상태였습니다. 중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가 없는데요. 어쨌든 두 사람간에 다툼이 벌어졌고요. 중간에 피해 여성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다툼 중에 결국 가해 남성이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습니다. 사건은 여성이 살던 집에서 벌어졌다고 합니다.


Q. 먼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저희가 이 시간에 문제삼으려는 건 이 사건 자체의 내용에 대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미 뉴스 보도를 통해 접하신 분들도 있을 텐데, 피해 여성이 경찰에 신고를 해서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결국 살해당했다는 지점,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뤄 보려고 하거든요.


그렇습니다. 무슨 방식으로 만났고 아무리 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죠. 이 상황에서 피해자는 살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 인해 목숨을 잃으셨고요. 이 분에게 가해자를 왜 만났냐는 등 사건의 이유를 찾으려는 것은 의미도 없거니와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잘못된 태도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겠고요. 저희는 사건 시작부터 끝까지 왜 피해자가 경찰에 발견되지 못했는지를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먼저 최초로 여성이 경찰에 112 신고를 했던 게 그제 밤 11시 10분입니다. 이 당시 피해 여성은 전화는 걸었지만 자신이 누구고, 어디 있고, 무슨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 상황을 정확하게 말하지 못했어요.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2층인데요"라는 말과 "나가"라는 말 정도가 전부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마도 현장에서는 이미 다툼이 벌어지고 있었을 거고요. 이후 확인할 수 있었던 건 가해자인 남성과 피해 여성이 다투는 소리, 그리고 여성의 비명 소리 정도뿐이었다고 합니다.
이 정도 상황이면 경찰도 문제가 생겼다는 걸 파악했겠죠. 그래서 곧바로 피해 여성을 찾으려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 시도가 전부 실패했어요. 실제로 경찰이 피해 여성을 찾으러 다니는 사이에 가해자였던 남성이 인근 파출소에 찾아와 자신이 여성을 죽였다며 자수를 했는데, 그게 첫 신고가 있은지 2시간이 지나서였습니다. 그때서야 정확한 사건 현장이 피해 여성의 집이라는 게 확인이 되었고요. 뒤늦게 현장을 찾아가 봤지만 피해 여성은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Q.  피해자 분이 112로 신고를 했다면 전화번호나 통화 기록이 남지 않습니까? 보통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피해자의 정보나 위치를 파악해서 경찰이 현장을 찾는 것 아닌가요?

말씀드린 것처럼 경찰도 신고를 받자마자 곧바로 대응에 나섰어요. 그런데 경찰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피해자의 전화번호랑, 피해자가 알 수 없는 어느 건물의 2층에 있다는 것뿐이었죠. 이 상황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겠죠.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거랑. 지금 위치가 어디인지 찾는 거요.

먼저 할 수 있는 건 피해자의 전화번호를 바탕으로 가입자 정보를 찾는 것입니다. 휴대전화는 실명으로 개통하니까, 이 전화번호를 어떤 사람 명의로 이용하는 건지를 찾는 거죠. 그렇게 하면 가입자의 인적 사항이랑 주소지도 찾아질 수 있고 바로 현장으로 갈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 첫 단계부터 수색이 안 됐습니다. 이유는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SK, KT,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가 아니라, 소위 알뜰폰으로 잘 알려져 있는 별정 통신사를 통해 개통한 것이었기 때문이에요. 별정 통신사는 자체적으로 통신망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앞서 말씀드린 이통3사의 통신망을 빌려서 다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입니다. 보통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경찰이나 소방 당국에서 통신사에 통신자료제공요청을 하고, 통신사는 별다른 이유가 없으면 곧바로 제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건 통신3사나 별정 통신사나 다 마찬가지에요. 문제는 별정 통신사들이 자료 제공을 제 때 안 해주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겁니다. 대형 통신3사의 경우에는 자료제공을 요청하면 절차를 밟아서 수십 분 내에도 제공을 해 준다고 해요. 이걸 365일 24시간 해 주는데, 야간에도 전담 근무자를 두고 긴급 상황에 대응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별정 통신사들은 회사가 영세하다거나 직원을 둘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야간이나 휴일에는 아예 직원을 배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조차 없는 거죠. 이번 사건의 경우가 이런 이유로 문제가 된 겁니다. 경찰이 피해 여성의 휴대전화 가입정보를 통신3사에 요청해 봤는데, 어디에도 없었던 거죠. 그러면 별정통신사 소속인 거고, 그 때부터는 찾을 길이 없는 거에요.


Q. 그러면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찾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것도 안 됐나요?

그 방법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이걸 이해하려면 휴대전화를 통해 사용자의 위치를 찾는 방식을 아셔야 하는데요. 위치 정보를 찾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보통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기지국 정보가 첫 번째입니다. 기지국 근처를 지나갔거나 통화를 했다거나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는 정보를 확인하는 거죠. 두 번째는 휴대전화 사용자가 와이파이 기능을 켜고 어딘가에 접속해 있을 때, 그 와이파이에 접속한 기록을 통해서 위치를 역추적하는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는 휴대폰의 위치 기능이 켜져 있을 때입니다. 이 경우 위성 통신을 한 GPS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위치를 찾을 수 있죠. 이 세 가지 중 기지국이 가장 흔한 방식이지만 기지국 범위가 적어도 500m에서 심하면 수km까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정보를 알더라도 실제로 사용자를 찾기에는 유용한 정보는 아닙니다. 대신 더 정확한 건 와이파이나 GPS이죠. 이것도 건물 안이라면 통신 자체가 안 되는 경우도 있고, GPS로 위치를 알더라도 고층 건물이면 어느 집인지 찾기 어려운 상황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2층이라고 말한 게 있으니까, GPS정보를 안다면 찾기가 훨씬 수월했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피해자의 휴대전화는 위치 기능도, 와이파이 기능도 꺼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결국 경찰이 아무리 애써 봐도 피해자를 찾을 방법 자체가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이후 가해자가 자수해서 현장을 찾아간 뒤에야 피해자가 발견됐고 그때는 이미 숨진 상태였던 겁니다.


Q. 그런데 이렇게 별정통신사 휴대전화가 긴급 상황에서 도움이 안 되는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네. 그것도 굉장히 여러 번 있습니다. 최근에 특히 문제가 됐던 사건사고를 찾아 보니까요. 지난 2017년 경기도에서 벌어졌던 사고가 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난로를 피우다가 일산화탄소 중독된 것 같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가 됐는데, 신고자가 가스에 이미 중독된 상태여서인지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자신의 위치가 어딘지도 정확하게 알리지를 못했어요. 소방 당국에서도 똑같이 대응했습니다. 먼저 휴대전화 번호의 주인이 누구인지 찾으려고 통신자료 제공 요청을 했는데, 별정통신사 가입자였던 거죠. 경찰이 수색 과정에서 알뜰폰 업체 4곳에나 신원 조회를 요청해 봤는데, 이번 사건과 똑같은 이유로 조사 자체가 안 됐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게 토요일 밤이었거든요. 주말에 야간이고 알뜰폰 업체에는 직원이 아예 없었던 거죠. 이 사고 때도 휴대전화의 위치나 와이파이 정보는 잡히지 않아서, 소방 당국은 결국 기지국 신호가 잡힌 곳으로 출동할 수밖에 없었지만 현장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거리 오차가 그만큼 났던 거죠. 구조 과정에서 기지를 발휘해서 신고하신 분의 휴대전화 번호를 저장하고 카카오톡 메신저로 친구추가를 해서 이름이랑 간단한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이걸 바탕으로 역추적해보기도 했지만 이런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겠죠. 첫 신고는 밤 9시 30분에 접수가 되었는데, 구조 과정에서 온갖 방법을 써서 신고자의 차량을 발견한 게 3시간이 지난 밤 12시 반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근처를 찾다가 거기서 40분이 더 지나서야 신고하신 분들을 찾습니다. 기지국이 잡힌 곳에서 1km 가까이나 떨어져 있었고, 한밤중이라 어두우니 제때 찾는 게 애초에 불가능했던 거죠. 결국 현장에서 두 분이 숨졌습니다.


Q. 이런 긴급 사건사고가 아니더라도 별정통신사 휴대전화 정보가 제대로 확인이 안 되어서 발생하는 문제가 생각보다 많다면서요?

경찰이나 소방 당국에서 휴대전화의 주인을 찾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긴급한 사건사고에서 당사자를 찾는 경우도 있을 거고요. 휴대전화 사용자가 범죄에 연루된 게 의심될 때 통신기록이나 위치를 찾기 위해서 찾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별정통신사는 어떤 경우에도 제때 정보를 받기가 힘듭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야간이나 주말, 휴일에는 아예 사무실에 당직 근무자 자체가 없으니까 정보 조회 자체가 안 되고요. 평일 주간이라고 해서 빨리 되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현장에서 업무를 보시는 경찰이나 소방 관계자 분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별정통신사 업체들이 직원이 부족하다거나 전국에서 몰려드는 요청이 많다는 이유로 아무리 독촉해도 자료를 빨리 주지 않아서, 며칠을 기다려야 하거나, 심지어 2주나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평일 낮에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볼게요.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범인과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은 다음에 돈을 전달했다면, 그 통화했던 전화기의 주인을 찾거나, 그 전화기가 심지어 대포폰이라고 하더라도 그걸 들고 있는 사람이 지금 어디 있는지 빨리 찾으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겠죠. 하지만 별정통신사 업체들이 정보를 제 때 안 주면 보이스피싱 범인은 이미 돈을 딴 데로 보내버렸거나, 대포폰이니까 버리고 명의를 바꿔버리고 잠적하겠죠. 특히 이런 보이스피싱 사고는 수십 분에도 돈이 오갈 정도로 빠른데, 인적사항 확인에만 며칠씩 걸리면 사고를 해결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겁니다.


Q.  알뜰폰의 경우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별다른 통신 기능을 쓰지 않고 연락만 되면 되니까 저렴한 요금제로 많이 사용을 하는데, 위치 추적이 제대로 안 된다면 큰 문제이겠어요. 사용하시는 분들이 이 문제를 제대로 알고 계셔야 할 텐데요.

그 똑같은 문제가 어르신들에게서도 발생합니다. 어르신들도 통신비 부담이 크니까 알뜰폰을 이용하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분들이 길을 잃으셨거나 실종됐을 때 빨리 찾으려면 위치 추적을 하거나 인적 사항을 찾아내야 하는데, 역시 별정통신사라는 이유로 문제가 됩니다. 또 저소득층에서도 알뜰폰을 많이 사용합니다.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고 저렴한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건데, 이런 위험하거나 긴급한 상황에서 보호를 못 받는다는 건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알뜰폰 사용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올해 6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별정통신사에 가입하신 분이 1천 160만 명입니다. 전체 이동통신 서비스를 가입하신 분 중 15%에 달할 정도에요. 이 분들에 대한 보호가 전혀 안 되는 겁니다.


Q. 그러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미 수 년 전부터 알뜰폰 같은 별정통신사도 긴급 상황에서 위치 정보 등 제공하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그래서 별정통신사 중 규모가 큰 곳 일부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여전히 대다수 업체는 서비스 제공이 안 됩니다. 이건 법적으로 통신사들이 24시간 인력을 운영해 가며 긴급 상황에 대응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에요. 또 알뜰폰 같은 별정통신사의 사업 모델이 부가서비스를 최소화해서 이용자 요금을 줄이는 방식인데, 긴급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인원을 늘리거나 배치할수록 비용이 늘어나니 별정통신사 입장에서는 의무가 아닌 이상 서비스 제공을 꺼리는 거죠.

보통 경찰이나 소방 당국 등에서 통신자료 제공 조회, 신원 조회를 요청할 때 1차적으로는 통신3사에 요청을 보냅니다. 그런 다음 3사에서 정보가 없다고 회신이 오면 통신3사가 아닌 다른 곳, 즉 별정통신사에 가입했구나 하고 다시 알아보는 형태입니다. 앞서서 별정통신사들이 통신3사의 망을 빌려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니까 별정통신사들이 스스로 긴급한 상황에서 정보 제공을 해줄 능력이 없으면, 통신망을 빌리고 있는 이통3사에 가입자 정보를 미리 맡겨놓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직접 하지 못할 거라면 이통3사를 통해서 대신 찾기라도 하자는 거죠. 그런데 이 경우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문제가 생깁니다. 별정통신사에 가입한 이용자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별정통신사에만 준 거지, 그 망을 빌려주는 이통3사에 제공하겠다고 동의한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 방법은 막혀있습니다.

결국 법적으로 별정통신사가 긴급한 상황에 대응하는 업무를 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만들거나, 아니면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요. 경찰청에서 최근 통신사들과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별정통신사에 가입한 분들의 정보를 야간이나 주말에도 바로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건데요. 올해 말까지는 개발을 마쳐서 현장에 적용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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