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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톡톡 취재수첩최신뉴스

원전 안에 핵폐기물 저장?

  •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배윤호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3년 2월 15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어제(2/15)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의 이현숙 대표와도 이야기를 나눈 사안입니다. 한수원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고리원전 안에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지역 사회의 반발이 거셉니다. 최근에는 원전 인근 지역 정치권까지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낼 정도입니다. 사용후핵연료 보관 문제가 왜 이렇게 장기간 해결되지 않고 있는지 오늘 좀더 알아보겠습니다.

Q.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명확한 개념은 아니에요. 이걸 사용후핵연료라고 하기도 하고, 방사성폐기물이다, 혹은 핵폐기물이나 조금 자극적으로는 핵쓰레기라고 부르는 경우까지 있는데, 이 개념들이 무엇인지부터 정리하고 시작해볼까요?

네.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나오는 폐기물의 종류가 워낙 여러가지다 보니까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가장 큰 개념은 방사성폐기물이에요. 방사성폐기물부터 정의하자면 원자력발전소나 관련 시설 등 방사성물질을 이용하는 곳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말하는데요. 이게 그냥 폐기물은 아니고, 방사성물질 그 자체, 또는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또 다른 물질을 의미하고요. 방사능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 그냥 버리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위험이 있어서 별도로 폐기해야 하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방사성폐기물은 정말 다양할 수 있어요. 우리가 오늘 다룰 사용후핵연료도 방사성폐기물의 한 종류이고요. 원전을 가동하면서 사용하는 부품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이외에 원전을 냉각하거나 청소하면서 쓰는 물도 폐기물이고요. 작업자들이 일하면서 입었던 작업복이나 장갑 같은 것도 전부다 오염이 되었기 때문에 그냥 버리면 안 되는 방사성폐기물로 분류가 됩니다.

심지어 원전에서 발생하는 기체도 방사성폐기물의 일종이에요. 원전을 가동하면서 터빈을 돌리면 바람이 발생하잖아요. 이 바람을 원전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이 공기도 전부 오염이 되어 있겠죠.

이런 것들이 모두 방사능으로 인간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원전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방사성폐기물을 '핵폐기물'이나 '핵쓰레기'라는 다소 거친 표현으로 명명하기도 하는데, 일단 공식적인 명칭은 방사성폐기물로 되어 있습니다.

Q. 이런 폐기물들이 전부 다 주변 지역을 오염시킬 수 있는 건데, 지금은 특히 사용후핵연료가 문제가 되고 있는 거죠?

네. 사용후핵연료는 말 그대로 원전에서 원료로 쓰고 나서 남는 폐기물을 의미합니다. 보통 핵연료봉 하나를 4년에서 5년 동안 사용하고 나면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인 사용후핵연료가 되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원자력발전소에 원료로 넣는 물질은 우라늄인데요. 이게 원전에서 가동을 하고 나면 여러 가지 물질로 변형이 됩니다. 이중에는 플루토늄 같이 독성이 굉장히 높으면서 안전한 수준으로 분해되기까지 굉장히 오랜 세월이 걸리는 물질도 포함이 되어 있어요. 또 열을 매우 많이 발생시켜서 위험한 세슘이나, 아까 플루토늄처럼 안전해지는 수준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요오드 같은 물질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앞서서 말씀드린 방사성폐기물의 한 종류가 사용후핵연료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이 방사성폐기물은 그 위험도에 따라서 고준위와 중준위, 저준위로 분류를 하고 위험도에 따라서 처리하고 보관하는 방식도 달라질 정도예요.

당연히 사용후핵연료는 방사성폐기물 중 가장 위험한 고준위 폐기물에 속합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빼낸 다음에도 오랜 기간동안 높은 방사능농도와 열을 방출하고요. 따라서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높습니다. 그래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보다 훨씬 철저하게 안전관리를 해야하는 물질이기도 해요.

Q. 그럼 그 위험한 물질을 지금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 건가요?

사용후핵연료는 쓰고 난 직후에는 굉장히 위험한 방사능이 높은 농도로 배출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특히 열이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냉각을 시키는 게 먼저입니다. 그런데 이걸 바깥으로 빼내서 냉각을 시킨다면 주변에 방사능 오염을 일으킬 위험이 굉장히 크겠죠.

그래서 먼저 원자로 건물 안에 저장수조를 만들어 놓고요. 이 수조 안에서 식히는 작업을 벌입니다.

그런데 원전 건물 안에는 저장 수조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여기가 다 차면 저장용량에 여유가 있는 다른 저장수조로 옮기거나, 지금 새로 짓겠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건식을 포함해서 다른 중간저장시설로 옮겨서 저장을 합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이걸 완전하게 폐기할 수 있는 영구저장시설을 만들어야 하고요. 아니면 사용후핵연료에 남아있는 방사능물질들을 다시 처리해서 연료로 재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 인류의 기술로는 핵연료봉에 남아 있는 방사능물질을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만들어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모두 폐기하는 게 현실입니다.

Q. 그런데 지금 이 방식 중에서, 원전 안에서 수조에 저장하는 단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한수원 설명인 거잖아요.

네.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원전 건물 안에다 만들어놓을 수 있는 수조 용량은 한계가 있겠죠. 그러다보니 원전을 가동하면 가동할수록 수조에 사용후핵연료가 쌓이면서 더 저장할 공간이 없어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가동했던 원전이 고리 원전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원전에 비해서 수조에 보관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아요. 고리원전의 경우에는 지금 평균 87.6%가 차 있어서 가장 심각한 상태입니다. ㅐ서 정부가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부에 더 보관해둘 수 없는 시점, 포화 시점을 산정해 봤는데, 빠르면 2028년에 다 찬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러면 이제 5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Q. 그러면 지금 정부나 한수원이 생각하는 대책은 무엇인 건가요?

일단 첫 번째는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수조에다가 사용후핵연료 자체를 더 촘촘하게, 많이 보관하는 겁니다. 더 이상 수조의 면적을 늘릴 수는 없으니까 그 안에다 보관을 더 많이 하겠다는 거죠.

사용후핵연료는 수조 안에 그냥 쌓아놓는 것이 아니고요. 저장대를 만들어서 거기다가 꽂은 뒤에 수조 안에 넣는 방식인데, 이 저장대를 만들 때 사용후핵연료봉 간에 일정한 거리를 두도록 하거든요.

그런데 이 저장대 자체를 만들 때 핵연료를 훨씬 더 촘촘하게 보관해서 많이 넣을 수 있게끔 하겠다는 겁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도 문제 제기가 많은데, 그렇게 촘촘하게 보관하다가 핵연료봉 간에 부딪친다거나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 원전 내부 자체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고요.

두 번째는 어제 전해드렸던 건식 저장시설을 포함한 다른 저장방식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원전 안에 아무리 촘촘하게 보관해도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보관할 수 없는 시점이 올 거에요. 그러니까 원전 밖의 다른 공간으로 옮겨서 보관을 하겠다는 겁니다.

보통 이렇게 밖에 보관할 때는 건식 저장을 하게 되는데요. 앞서 이야기했던 습식 저장방식은 물을 통해서 사용후핵연료의 열이나 방사능을 낮추는 것이고요. 건식 방식은 금속이나 콘크리트 안에다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특정한 금속이나, 일정한 두께 이상의 콘크리트는 방사선도 통과를 할 수가 없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그래서 일단 방사선이 통과할 수 없는 차폐용기에 담고 건물 자체도 방사능이 배출되지 않는 형태로 만들어서 저장을 해둔 뒤에, 자연적으로 열이 천천히 식도록 보관하는 방식인 겁니다.

Q. 그런데 지금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지역사회에서도 반발을 하는 이유가 원전 안에 이런 위험한 물질을 또 보관하겠다는 점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동안 지역 정치권에서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여권 주요 인사를 포함해서 울산이나 부산 지역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고요.

네. 이러는 이유는 원전 안에 있는 수조에 보관을 하는 방식이든, 건식 저장시설에 넣고 자연적으로 식히는 방식이든 이런 보관 방법은 어디까지나 사용후핵연료를 폐기하는 거의 첫 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아시겠지만 원전에서 사용하는 연료에서 나오는 방사능물질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서 안전한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수만 년에서 수십만 년이 걸려요. 그렇기 때문에 안전한 곳에, 정확히는 인간의 생활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보관하는 게 가장 좋거든요.

그런데 고리원전 안에다 건식저장시설을 만들겠다는 건 결국 지금 원전 주변 지역에 사람이 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말이 안 된다는 게 지역 주민들이나 정치권의 주장인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원전을 운영하면서 운영 기간동안 발생하는 위험을 지역 주민들이 감수하면서 살았는데, 앞으로는 그 핵연료를 계속해서 내 생활권 근처에 두고 있는 것마저도 또 감당해야 하는 거죠. 특히 고리원전 1호기 같은 경우에는 사용 정지가 확정이 되었으니까, 더 이상 원전 가동을 안 하면 원전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데, 거기다가 저장시설을 지으면 또 위험을 장기간 감내하라는 이야기인 거죠.

Q. 그러면 근본적으로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결국은 영구 저장시설을 만드는 게 대책입니다. 인간의 생활권에서 아예 멀리 떨어진 곳에다가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해서 자연 상태의 안전한 수준으로 방사능이 내려가도록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이건 수만 년에서 수십 만 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상에 짓는 것은 의미가 없고 보통 지하 500~1000m 깊이로 파서 보관하는 게 권장이 됩니다.

아직 우리 인류는 방사성물질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법은 알지만, 사용하고 난 물질을 빠르게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면 원전을 처음에 지을 때부터 사용후핵연료를 나중에 어떻게 보관할 지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을 처음에 건설할 때 이런 대책을 충분히 만들지 않았어요.

뒤늦게 1980년대 들어서야 전국을 돌면서 영구저장시설 부지를 찾아봤지만 그때마다 지역 사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서 번번이 포기를 했거든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대책을 마련해 놓지 않고 미봉책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다가 이제 와서 더 이상 보관할 곳이 없어지니까 임시방편을 계속 찾게 되는 것이고, 이게 어제 이현숙 대표님이 전해주신 것처럼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보니 지역 사회나 정치권의 반발도 거센 상황인 겁니다.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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