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퇴근길 톡톡 취재수첩

'먹튀 논란' 영어 키즈카페 갑작스런 휴업 날벼락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요즘 아이들 키우시는 분들 사이에서 영어 키즈카페 한 곳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에 지점이 11개나 되는 유명한 곳인데, 예고없이 갑자기 휴업을 통보해서 미리 대금을 낸 분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1. 어디서 이런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사건이 일어난 곳은 울산 남구의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영어 키즈카페입니다. 영어유치원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고 키즈카페인데 영어 학습의 기회가 열려있는 곳입니다. 키즈카페에 아이 맡기면 직원이 함께 놀아주거나 간단한 학습 등을 도와주기도 하는데, 이를 원어민 교사가 하는 것입니다. 아이를 맡기면 영어로 놀아주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데요. 영어유치원의 비싼 가격에 부담 느끼면서도 어린이 영어교육에 관심 많은 부모나 보호자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 21일에 임시휴업을 하면서 문제가 벌어진 것입니다. 


2. 키즈카페는 보통 현장에 찾아가서 그날 사용할 만큼만 결제를 하고 아이를 맡기는 곳이잖아요. 키즈카페가 문을 닫았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건가요?
이곳이 단순 1회권보다는 장기간/장시간을 선결제해놓고 차감하는 방식 위주로 운영되었기 때문입니다. 1회권으로는 평일 기준으로 2시간에 7만 원으로 매우 비싼 편 (주말은 2시간 14만 원)인데요, 최대 2년치까지 장기간으로 이용권을 끊어놓고 차감하는 방식으로 이용해야 저렴해집니다. 6개월 120시간에 336만 원으로 시간당 2만 8천 원 정도 합니다. 6개월 이상 사전등록하면 3대1 소수정예 수업을 해준다는 식으로 홍보를 해 왔습니다. 최대 24개월(2년)을 하게 되면 정가가 천만 원이 넘습니다.
이렇게 단가가 저렴해지고 사실상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영어유치원에 부담 느끼는 보호자들이 선결제 방식으로 이용한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또 작년 9월에 문을 열면서 당시에 금액 할인과 사용기간 두 배 연장해준다는 등의 혜택 제공해 2년치 등록한 회원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백화점 입점 업체이고 백화점 카드 등을 통해 결제가 되니까 백화점이라면 괜찮겠다는 신뢰도 한몫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문을 닫으니까 문제가 된 것입니다.


3. 그리고 문을 닫는다는 통보가 예고없이, 정말 갑자기 왔다면서요?
4월 21일에 갑자기 문자로 통보 "경영난을 겪고 있어서 3주간 휴업하겠다" 본사 대표는 하루아침에 잠적했고 연락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해당 키즈카페는 문을 닫은 상태고, 응대할 직원들도 없습니다. 3주간 휴업한다고 밝혔지만 정확히 3주 뒤에 재개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확정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 업체가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데 백화점 측도 당혹해 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백화점 입점업체이고, 백화점 카드 등을 통해 결제했으니 백화점이 책임지라고 항의하고 있습니다. 


4. 그런데 이같은 휴업이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건 왜 그런 건가요?
이미 경영난을 이유로 휴업 이전부터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전국 다른 지점 직원들의 증언입니다. 직원들에게도 임금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휴업하기 바로 전에야 통보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본사 대표는 연락 두절 상태이고 사무실도 닫혔고, 홈페이지도 최근 문을 닫았습니다. 직원들이 대표를 임금체불 등으로 노동청에 신고한 지점도 있습니다. 7개월 전에 장기간 결제 유도하면서 2배로 기간 연장해준다거나 금액 할인해준다고 했던 게 사실은 목돈을 미리 받아서 잠적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피해자들도 있습니다. 같은 방식(선결제 유도)으로 피해 입은 소비자가 울산에서만 80명이 넘고 전국적으로는 천여 명, 금액으로 치면 1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백화점도 정확한 상황을 휴업하는 시점에야 알았고 해결 방안을 뒤늦게 찾는 중입니다. 


5.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익숙한 상황이 생각납니다. 대형 헬스클럽 같은 체육시설이나 문화시설 같은 곳에서 6개월이나 1년 같이 장기간을 미리 등록하라고 유도한 다음에 갑자기 문을 닫아버린다거나 하는 사태 여러 번 접했던 것 같은데요.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고 소비자들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선결제를 유도하고, 이미 내부에서 경영난 발생하고 있었는데도 장기간 등록을 집중적으로 권유했던 점을 의심하고 있는 겁니다. 악의적으로 소비자들을 속인 것이라면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의 법적 조치를 할 수 있지만 당장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업체 대표는 경영난으로 3주 휴업한다고 했지만 그러면 연락이 닿아야 하는데 대표는 연락 두절, 본사 사무실도 문을 닫고 연락이 안 됩니다. 3주 이후에도 문제가 안 풀릴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그나마 초창기에 등록해 어느정도 이용한 경우는 피해가 적지만 최근에 등록했다가 한 차례도 이용 못 한 사례도 있고 피해 규모가 워낙 커서 전국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6.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렇게 선결제를 했다가 업체가 문을 닫아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았잖아요.
그럴 때마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게 있었죠. 결제를 현금으로 하지 말고 카드로 하고, 장기간 할부 결제를 걸어 놔라. 그러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건데요.
이번 사안에서 그런 식으로 피해 구제를 받을 수는 없는 건가요?

현재로서는 이 방식의 피해 구제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업체 대표가 보낸 문자에 힌트가 있는데요, 경영난을 겪어서 문을 닫는다고 했는데 폐업한다는 게 아니라 3주간 [휴업]을 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카드로 결제했고 할부를 신청했다가 업체가 부도나거나 폐업을 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 카드 청약철회권이나 할부항변권을 통해서 나머지 금액이 결제되지 않도록 막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업체 측 입장은 폐업한 게 아니다. 휴업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 대상에서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3주 후에 정상 영업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비춰 볼 때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게 이용자들의 생각입니다.
한국소비자원도 실태 파악에 나섰고, 해당 키즈카페가 입점한 전국의 백화점과 쇼핑몰 등도 사태 해결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7. 그러면 지금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을 방법이 있나요?
할부 결제를 했더라도 당장 정지할 수는 없습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휴업 상태에서는 청약철회나 할부항변권 행사를 받아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대응할 방법은 있는데, 울산의 경우 백화점에 입점해서 운영했기 때문에 소비자가 낸 돈이 먼저 백화점에 들어가고, 그 다음에 거기서 수수료를 떼고 키즈카페에 넘겨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으로 결제가 진행될 테니까, 백화점이 이 돈을 받아서 키즈카페 쪽으로 넘기지 않고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방식 등의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할부 결제를 한 경우에나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할부 이자 등을 고려해 일시불로 이미 결제를 끝내버린 경우에는 지금으로서는 손을 쓸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입점한 백화점이나 결제한 카드사 등을 통해서 해결 방안 찾겠다고 했지만 사태 장기화될 우려도 있습니다. 
유희정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