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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예비타당성 심사뉴스플러스원

소멸 위기를 넘어 '지역 대개조'로.. 비수도권 발전 대책은?

국도가 편도 1차로?


경상북도 내륙에 영양군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영양군의 면적은 815.8k㎡로 서울시 전체 면적보다 34% 이상 넓습니다. 이런 영양군에 왕복 4차로 도로가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심지어 영양군 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로인 국도 31호선조차 왕복 2차로, 편도 차로 1개뿐입니다.

이 도로는 30년 넘게 왕복 2차로, 편도 1차로 상태로 방치돼 왔습니다. 인구가 1만 6천 명밖에 안 되는 도시가 출퇴근 시간마다 주 도로의 정체를 각오해야 하고, 국도에 경운기라도 한 대 등장하는 날에는 도로 전체가 마비됩니다. 국도 바로 옆 산에서는 돌덩어리가 떨어지기 일쑤고 태풍만 오면 곳곳이 침수됩니다. 선형도 구불구불합니다. 영양군 주민이 갑자기 아플 때 병원을 가려 해도, 국도를 타고 넘느라 1시간 20분을 달려가야 의사 얼굴을 봅니다. 이런 이유로 경북 영양군의 치료 가능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같은 시점에 서울 강남구의 치료 가능 사망률은 30명에 불과했습니다.

국도는 지역이 아니라 국가가 설치하고 운영하는 도로죠. 그래서 영양군과 경상북도는 국가에 수없이 국도를 고쳐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 요구는 첫 단계부터 좌절되기 일쑤였습니다. 사업을 벌이기 전 진행하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매번 탈락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이러합니다. 인구가 1만 6천 명에 불과하니 이용하는 차량도 많지 않을 텐데, 그런 도로를 넓혀주는 건 ‘재정 낭비’라는 겁니다.


대한민국 2위 항만 연결도로도 '경제성 없다'?


그럼 울산 정도로 규모가 큰 도시에서는 어떨까요? 울산에는 큰 항구가 2곳 있습니다, 공업도시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부터 울산본항이 운영되어 왔고, 공업지역이 확장되고 물류량이 늘어나면서 1997년 울산신항이 새롭게 조성됐습니다. 두 항구는 붙어있지 않고, 6km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당연히 두 항구를 오가야 하는 물동량이 적지 않겠죠? 그래서 울산시와 해양수산부는 연결 도로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 왔습니다. 산업 물동량을 원활하게 처리하고, 대형 화물차나 위험물 운반 차량이 도심에는 되도록 진입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이 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 단계에서 좌절됐습니다. 도로를 짓는 비용에 대비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입니다. 울산신항은 오는 2026년까지 2차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물동량은 갈수록 늘어날 겁니다. 지금도 본항과 신항을 오가는 화물들은 도심지역 도로에 얽혀 상습적인 교통 정체와 대형 사고를 일으키곤 합니다. 위험한 화학물질을 실은 화물차가 주거지역 인근을 돌아다니는 것도 참 불안한 일인데, 도로 신설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상 이런 불편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예비타당성조사'가 뭐길래



예비타당성조사, 줄여서 ‘예타’라고도 말하는 이건 뭘까요? 이 조사의 취지는 그 이름에 답이 있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비용(총 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가 재정 300억 원 이상)이 드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즉 ‘예비’로, 그런 사업을 추진해도 괜찮을지 그 ‘타당성’을 전문 연구기관에서 ‘조사’하는 제도입니다. 애초부터 이 제도는 재정 낭비를 줄이기 위해, 좀 더 솔직하게는 돈을 안 쓰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예비타당성조사가 도입된 시점이 1999년이라는 점이 그 힌트입니다. IMF 외환위기로 국가 재정 운영이 위태로워지면서 돈을 아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죠. 국가가 사업을 벌이기 전에 그 정도 비용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를 미리 따져 보고, 그 결과를 참고해서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겁니다. 말은 ‘참고’라지만, 사실상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대규모 국가 투자 사업의 첫 절차이자, 반드시 넘어야 하는 관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사업의 ‘타당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경제성, 투입한 비용 대비 효과가 얼마나 될 지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비용’과 ‘효과’에서 변동이 큰 쪽은 ‘효과’입니다. 도로를 신설한다고 할 때, 산악지형 같은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자면 서울이든 울산이든 도로를 짓는 비용은 거의 비슷할 겁니다. 하지만 효과는 그렇지 않죠. 인구 1만 6천 명인 경북 영양군과 인구 111만 명인 울산시, 948만 명이 넘는 서울시에서 도로가 만들어낼 수 있는 물류 개선이나 이동 편익의 정도는 압도적으로 차이가 날 겁니다.

이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인구가 많고 이미 기반시설이 촘촘히 마련돼 경제적 효과를 끌어내기 쉬운 서울과 수도권은 어떤 사업에서든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인구가 줄고 산업 동력이 떨어지는 비수도권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의 벽이 나날이 높아지겠죠. 그래서 예비타당성조사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오히려 벌려놓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고, 정부도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경제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사업을 추진할 여지를 준다거나, 낙후된 지역에는 가산점을 주는 방식도 고려해 봤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비수도권이 추진하는 많은 대규모 사업들이 경제성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지역 대개조, 국토 균형발전의 길은?



인구 100만이 넘는 광역시인 울산조차 지역 발전에 필수적인 사업들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건 지역민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국가 균형 발전이나 지역 경제 활성화 같은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기 전에, 같은 국민인데도 도로나 재난 예방 시설, 병원과 같은 생활에 필수적인 편의조차 적절하게 제공받지 못하는 것은 수도권 주민에 비해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거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습니다. 반대로도 생각해 봅시다. 대한민국의 넓은 영토 중 극히 일부인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인구의 절반이 모이고, 모든 기반시설이 집중되는 것 또한 지극히 비효율적이고 ‘타당하지 않은’ 상황이 아닐까요?

이에 따라 울산MBC는 국토의 균형 발전과 비수도권의 소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발전을 위해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대기획 ‘지역 대개조’를 마련했습니다. 현재 비수도권이 겪고 있는 위기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알아봅니다. 지역이 스스로 발전할 기회를 마련해 보고, 국가로부터 기회를 얻어 보려는 노력이 번번이 좌절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게 앞서 설명해드린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때문은 아닌지도 살펴볼 예정입니다. 수도권 같은 특정 지역에 인구와 자원이 집중되는 문제 앞에서 선진국들은 어떤 대책으로 이를 극복했는지도 취재하고 있습니다.

다시보기: 울산MBC보도특집 [지역대개조] 2부-예비타당성 조사는 타당한가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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