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학교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해 듣는 고교학점제가 고등학교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순천의 한 학교가 학점제 선택과목 강사를 채용한 뒤 정규 교과 수업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학습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강서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고교학점제를 실시하고 있는 순천의 한 사립 직업계 고등학교.
학교는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학생들이 선호하는 선택과목을 개설하고 산업 현장의 근무자들을 강사로 채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학교에서도 올해 3월 '실용미술'이란 선택과목 강사를 모집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강사는 선택과목이 아닌 정규 미술 교과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원자격증도 없는 선택과목 강사가 미술 교과목을 정규 교원 대신 가르쳤다는 겁니다.
학교 운영 계획안을 들여다보니 실용미술 강사가 기존 미술 교원에게 할당된 수업시수의 절반 가량인 256시간을 수업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심지어 성적과 직결된 수행평가 점수까지 강사가 매겼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학교 학생]
"일러스트는 기존 미술 선생님이 수행평가 점수를 매기고 다음에 그 세개는 강사 선생님이 매기고 합산해 가지고 점수가 나오는 거예요."
학교 측은 기존 미술 교원이 교무부장 업무를 맡아 업무가 과중해지다 보니 수업 시수를 덜어주기 위해 부득이하게 강사를 투입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선택과목 강사더라도 정규 교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줄 알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강사가 수행평가 점수를 매겼다는 주장은 부인했습니다.
[00고등학교 교장]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좀 하다 보니까 약간의 행정적인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전라남도교육청은 해당 학교가 수업을 부적절하게 운영한 사실을 확인하고 학교 재단 측에 관련자들의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다만, 무자격 강사가 가르쳤더라도 수업을 안 한건 아니기 때문에 미술 수업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학생들의 학년 진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라남도교육청 관계자]
"다양한 형태로 학교에서 운영하실 수 있게끔 자율권이 있습니다. 무슨 과목을 하고 어떻게 하겠습니다라고 사전에 저희가 그걸 확인할 수는 없죠."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되는 고교 학점제.
시행 첫해부터 그 자율성을 악용해 거꾸로 학습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MBC뉴스 강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