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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리포트 '고래'한국의 고래

[한국의 고래] 밍크 고래의 수난

밍크(Minke whale)는 수염고래 가운데 덩치가 작은참고래(Pygmy right whale) 다음으로 작다. 평균 몸길이 약 8m에 평균 몸무게는 약 5톤인 밍크고래는 수치적으로는 육중하다. 하지만 다른 대형 고래에 비해 작고 날씬하다. 입부리가 뾰족한 게 특징이다. 가슴지느러미는 귀신고래처럼 짧고 흰색 띠가 굵어서 눈에 띈다. 몸은 대체로 짙은 회색이나 검정색이고 배 쪽은 희다. 등지느러미가 뚜렷하다. 전 세계 바다에 고루 분포하고 있다. 밍크 역시 계절에 따라 사는 곳이 다른데 여름에는 극지방에서 머물고 봄과 가을에는 열대지방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밍크Minke, 영어로 '밍키'라는 말은 노르웨이 출신 ‘마인크’라는 고래잡이배 선장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마인크 선장이 어느 날 대왕고래를 잡았다고 허풍을 떨어서 봤더니 고래가 작고 볼품없었다. 그래서 이 고래를 ‘마인크가 잡은 고래다’ 해서 그의 성을 따 마인크 고래, 즉, 밍크고래가 됐다는 말이 있다.



호주 케언즈 해안에서 매년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발견되는 남반구 밍크 고래


구한말부터 러시아와 일본에 의해 우리나라에서 포경산업이 본격화된 이래 밍크는 주된 포획대상이 아니었다. 다른 고래보다 몸집이 작아 경제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획으로 바다에서 고래 자원이 급속도로 줄어들자 밍크도 잡기 시작했다. 다른 고래보다 개체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어서 지금도 우리 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죽거나 불법포획되는 고래의 대부분은 밍크 고래다. 고래고기 전문점에서 판매되는 고래도 대부분 밍크고래다. 

그물에 걸려 위판되는 밍크 고래 가격은 많으면 1마리당 1억 원 가까이 거래된다. 고래 포획 금지로 공급은 차단됐지만 고래고기를 찾는 수요는 꾸준하기 때문에 부르는게 값이다. 그래서 고래를 몰래 잡는 불법포획이 우리 바다에서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고래 불법포획꾼들은 엔진이 강력하고 뱃머리에 서서 작살을 던질 수 있는 특수장치를 설치한 배를 타고 다니며 고래를 잡는다. 그들은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작살이 달린 창을 던진 뒤 고래가 가라 앉지 않도록 공기 부이를 연결하고, 고래가 달아나다 지치면 배 위로 끌어 올려 해체해서 육지로 몰래 들여 온다. 

아래는 지난 201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밍크고래 2마리를 잡다가 해경에 적발된 불법포획꾼들을 다룬 울산MBC 다큐멘터리 <밍크고래의 춤>의 한 장면이다.



우리 바다에서 인간이 고래에게 위협이 된다는 것을 고래가 알게 되면서 밍크 고래는 우리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밍크 고래가 우리 바다에서 뛰놀고 있지만 좀처럼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간혹 발견되더라도 어민들이 설치한 정치망 그물에 걸려 죽거나 고래고깃집에서 먹을 것으로 해체되어서야 볼 수 있다.

해마다 전 세계 수많은 고래 애호가들을 불러 들이며 밍크 고래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호주 케언즈 앞바다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고래가 뛰놀수 있는 곳이 인간에게도 살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설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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