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투데이경남

[경남] '새순은 커녕 가지도 잃었다' 흉물 된 가로수

[앵커]
화사한 꽃이 피는 벚꽃나무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요즘, 반대로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변해 있는 가로수들이 있습니다.

구청에서 가지치기를 심하게 한 건데, 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한 도로,

도로를 따라 줄지어 심어진 가로수들이 잎사귀와 잔가지 하나 없이 앙상하게 뼈대만 남아 있습니다.

뭉뚝해진 가지 끝엔 톱으로 자른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기자]
예쁜 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새순이 돋아나는 봄입니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벚꽃 나무와 달리 이 은행나무들은 굵은 가지가 모두 잘려 싹조차 틔우지 못하고 흉물로 남았습니다.

[최유진/ 창원시 마산합포구]
(나뭇가지를) 너무 많이 쳐서 이게 아마 잘못하면 몇 그루는 죽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그리고 너무 보기도 싫고요.

또 다른 곳도 마찬가집니다.

서울의 연세대학교 앞 거리와 올림픽공원 인근에서 기둥만 남은 나무들이 포착됐습니다.

지난해 3월 말 진주에서도 가로수들이 싹둑 잘렸습니다.

매년 꽃이 피기 바로 전에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박정기/ '노거수를찾는사람들' 대표활동가]
(가로수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이 가장 큰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과도하게 가지치기를 해버리면 가지도 작고 나뭇잎도 적으니까 그만큼 그늘이나 공기 정화 기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림청 매뉴얼에 따르면 대형목이라고 해도 전선을 비롯한 특별한 장애물이 없는 경우에는 가지치기를 지양해야 합니다.

특히 은행나무는 고압선이 걸려있지 않는 이상 가지치기를 되도록 하지 말라고 돼 있지만 행정당국이 이를 어긴 겁니다.

정부의 매뉴얼을 어겨가면서까지 가지치기를 하는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이수진/마산회원구청 산림농정과 주무관]
지금 이미 봄철이고 가지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이제 가을철에 은행 열매나 낙엽 때문에 불편할 걸 우려하셔가지고 지금도 계속 지속적으로 민원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또 다른 이유는 비용 문제.

올해 이 구청에 배정된 예산 8천만 원으로 나무 1만1천여 그루의 가지치기를 합니다.

작은 가지뿐 아니라 큰 가지까지 쳐버리면 매년 하는 걸 4년에 한 번씩만 해도 돼 비용을 절반 이상 아낄 수 있단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입장은 다릅니다.

이렇게 심하게 가지치기를 하면 가로수 생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은행나무 가로수를 새로 심게 되면 가지치기를 하는 것보다 오히려 비용이 더 든다는 주장입니다.

[홍석현/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가로수처럼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그런 상황이 계속적으로 반복될 경우에는 결국에는 죽거나 아니면 뿌리도 약해져서 위험하기 때문에 잘라내고 또 새로운 나무를 심어내고 그렇다 보니까 계속적인 세금이 (들어가게 되는거죠.)

이런 논란이 해마다 반복되자 환경부는 최근 나뭇잎이 달린 가지의 25% 이상을 자르지 말라고 관련 기관에 권고했습니다.

MBC NEWS 이선영입니다.

유영재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