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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리포트 '고래'한국의 고래

[한국의 고래] 반구대 계곡 암각화와 고래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크리스마스 선물

  태화강 상류인 울산 언양읍 대곡리에는 반구대 암각화가 있습니다. 암각화, 말 그대로 바위 위에 새겨진 그림으로 300여점의 형상이 표현돼 있습니다.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암각화 유적 중에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선사시대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데다 미적 감각까지 뛰어나 국보 제285호로 지정됐습니다. 유적은 천전리 각석을 답사하던 동국대 문명대 교수 팀이 지역 주민의 말을 듣고 알게 됐습니다. 당시가 197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여서, 반구대 암각화를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곳은 당시 반구대 지역에 살았던 이들이 사냥과 어로의 풍요를 빌었던 성스러운 장소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바위에 그려진 그림을 알아 볼 수 있게 보정이 이뤄졌다. 자료제공:울주군청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바위에 그려진 그림을 알아 볼 수 있게 보정이 이뤄졌다. 자료제공:울주군청


#울산MBC, 고래 그림에 주목

    울산MBC는 이 가운데 고래 그림에 주목했습니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고래된 고래 사냥 그림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암각화 왼쪽에 고래 그림이 집중돼 있습니다. 특히 고래와 고래를 사냥하는 사람들이 매우 사실적입니다. 바위에 새긴 그림이라 그림은 단순하지만 놀랍게도 어떤 고래를 새긴 것인지 현대인들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고래의 특징을 잘 살려 표현한 덕분입니다.

반구대 암각화에서 일부 그림을 강조한 일러스트
반구대 암각화에서 일부 그림을 강조한 일러스트
   

    위의 사진은 첫번째 사진에서 일부 그림을 부각시켜 표시한 겁니다. 왼쪽에 바다거북이 있습니다. 그 아래에 있는 게 귀신고래입니다. 귀신고래는 목에 줄이 있는데 그 특징을 매우 잘 살렸습니다. 귀신고래 아래에는 혹등고래가 있습니다. 혹등고래는 배에 여러 개 줄이 있는 게 특징입니다.귀신고래와 혹등고래를 잘 구별해 표현했습니다. 

    귀신고래 주변은 고래 천국입니다. 희미하지만 귀신고래 위쪽을 자세히 보면 어미 고래 등에 새끼 고래를 업고 있는 고래가 보일 겁니다. 또 왼쪽 고래는 작살을 맞았습니다. 암각화 오른쪽 위에는 여러 사람이 협업을 해서 고래를 잡는 모습이, 오른쪽 아래쪽에는 사람이 고래를 해체하는 모습까지 고래잡이 전 과정을 알 수 있습니다. 


# 왜 울산에 세계 최초의 고래잡이 그림이 있을까?


    세계 최초의 고래 사냥 그림은 왜 울산에 새겨진 것일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고래에게 울산 앞바다는 먹이가 풍부하고 쉬어가기에 적당했던 것입니다. 전 세계 바다 영양분의 약 70%는 육지와 인접한 연안에 있습니다. 육지의 영양소가 빗물에 씻겨 바다로 흘러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래도 이동을 할 때 먼 바다로 다니는 것이 아니라 영양분이 많은 육지 가까이 해안에 붙어 이동합니다. 한반도 동해안 지형을 보면 강원도에서부터 수심 200m 미만의 얕은 바다인 대륙붕이 좁게 내려오다가 울산 앞바다에서 넓어집니다. 고래는 대륙붕 위를 이동하는데 좁은 통로로 내려오다가 울산 앞바다에서 한꺼번에 넓어지면서 머물기가 적당했던 겁니다. 반대로 북쪽으로 올라갈 때도 좁은 통로 앞에서 쉬기 좋았습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울산앞바다에는 각종 고래가 뛰놀았고 선사 인들이 고래를 잡기에 최적의 장소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래잡이가 주업이었던 그들은 신성한 곳을 찾아 문자가 없던 시절, 생활상을 바위그림으로 남겼습니다. 그것이 오늘날 남아 있는 세계 최초의 고래잡이 그림, 반구대 암각화입니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등재 추진

   수천 년 동안 바위에 새겨진 그림은 어떻게 침식이나 풍화가 되지 않고 현 상태를 보존하였을까요? 바위 위쪽이 지붕처럼 튀어나와 있어서 작품을 보호하였던 덕분입니다. 그런데 그 오랜 세월을 암각화가 불과 50여년 만에 훼손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암각화가 발견되기 6년전인 1965년에 사연댐이 들어서서 암각화가 물 속에 잠겼다 나왔다를 반복한 때문입니다.

   문화재청은 반구대 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가장 큰 걸림돌은 완벽한 보존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겁니다. 사연댐은 울산시민들의 식수원이어서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 암각화는 살 수 있지만 울산시민들이 마실 물이 부족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경북 운문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방안을 협의해왔는데 좀 진척된다 싶으면 반대 의견이 제시돼 자꾸 삐걱대고 있습니다. 울산시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 반구대 암각화 앞에 흙으로 제방을 쌓아 물길을 돌린다던지 투명 유리 막을 설치하는 등 여러 가지 안을 내놨지만 번번이 문제가 있는 안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홍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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