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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리포트 '고래'한국의 고래

[한국의 고래] 브리칭이 멋있는 혹등고래

# 가장 사진에 많이 찍힌 혹등고래

    혹등고래는 덩치가 큰 편입니다. 성체의 길이는 14미터 안팎에 몸무게는 30톤에 이릅니다. 귀신고래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넷에 '고래'를 검색하면 혹등고래 사진이 가장 많습니다. 브리칭 하는 모습이 많이 포착돼 있습니다. 브리칭이란 고래가 몸 전체를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떨어지며 수면을 때리는 행동인데요, 혹등고래와 귀신고래가 빈번하게 하는 편입니다. 

    혹등고래는 배에 여러 개의 주름이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아래턱에서 배꼽 부근에 이르는 깊은 주름이 좌우 대칭으로 나 있습니다. 이 주름은 고래 개체에 따라 수가 다릅니다. 14개에서 22개 정도. 등 쪽은 어두운 회색에 가까운데 주름이 있는 배 쪽은 흰색입니다. 가슴지느러미와 꼬리도 반대쪽은 흰색입니다. 그리고 등에 혹이 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귀신고래와 혹등고래를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덩치가 비슷하고 몸에 따개비가 붙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첫째, 귀신고래는 목에, 혹등고래는 배에 주름이 있고 둘째, 귀신고래를 가슴지느러미가 짧고 혹등고래는 길고, 셋째 귀신고래는 따개비로 개별 개체를 확인하고 혹동고래는 꼬리지느러미의 문양이 각기 달라 개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가 바바우에서 만난 혹등고래
통가 바바우에서 만난 혹등고래

 

# 우리나라에도 혹등고래가 사나요?

    아래 그림은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혹등고래처럼 보이는 고래의 모습입니다. 배에 여러 개의 주름이 잘 보입니다.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져 있다는 말은 그 시대에 혹등고래 같은 고래를 잡았다는 말이고 우리 연안에 살았다는 말입니다.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혹등고래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혹등고래


     하지만 언제 혹등고래가 언제 자취를 감췄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고래 통계는 일본포경협회가 작성한 <포경통계집>을 참고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일본은 1911년부터 해방 될 때까지 우리 연안에서 고래를 싹쓸이했습니다. 전쟁 물자가 부족했던터라 고래를 잡아 기름을 짜낸 겁니다. 이 때 고래별로 몇 마리를 잡았는지 통계를 남겼는데 혹등고래를 잡은 기록이 없습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한 장면. 혹등고래가 한강 다리 위를 날고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한 장면. 혹등고래가 한강 다리 위를 날고 있다.


# 혹등고래 세계 곳곳에서 발견

    인터넷에 혹등고래를 찍은 사진이 가장 많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 눈에 잘 띈다는 뜻일겁니다. 혹등고래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일본 오키나와, 호주 시드니, 미국 하와이, 미국 보스턴 등에서는 혹등고래 관광투어가 있습니다.  

    취재진은 통가 바바우로 혹등고래를 만나러 갔습니다. 이곳에서는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고래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에서 보는 고래와 바다에서 보는 고래는 감흥이 다릅니다. 특히 고래를 동영상에 담으려면 가급적 가까이 갈 수 있는 곳이 좋기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통가 바바우Vava’u, Tonga는 1개의 큰 섬과 40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많은 섬들이 모여 있어 큰 파도를 막아주기 때문에 고래가 새끼를 낳아 키우기 좋습니다. 혹등고래가 회유하는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이 이 곳의 관광 성수기입니다. 고기잡이를 하던 어선들이 이 시기에는 조업을 중단하고 관광선으로 나섭니다.


고래 탐사선을 운영하는 여행사 골목. 인근에 선착장이 있다.
고래 탐사선을 운영하는 여행사 골목. 인근에 선착장이 있다.

#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고마운' 혹등고래

    고래 탐사선은 최대 8명이 탑승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1조 4명, 2조로 나눠 번갈아 들어갑니다. 50여척의 탐사선이 있는데 먼저 고래를 발견한 배가 먼저 볼 수 있습니다. 선박은 고래에 100미터 이하로 접근할 수 없고 사람은 30미터 이하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고래가 놀라서 달아나면 고래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망망대해에서 고래를 찾는 건 쉽지 않습니다. 어느 날은 고래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고 카메라 촬영 버튼을 눌러보지 못한 날도 있습니다. 고래 천국이라는 곳에서 의외로 고래 찾기는 숨바꼭질 술래보다 더 힘듭니다. 그래도 혹동고래가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건 가끔 30분에서 한 시간쯤 한 자리에서 놀 때가 있습니다. 이 때는 사람이 다가와도 도망가질 않습니다. 고래는 빨리 움직이는데다 숨을 쉰다고 해수면에 올라올 때만 볼 수 있어서 작정하고 숨으면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한 자리에서 놀 때 고래 모델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잘 찍어야 합니다.  


동트는 새벽부터 고래 탐사선을 타기 위해 선착장에 모인 관광객들
동트는 새벽부터 고래 탐사선을 타기 위해 선착장에 모인 관광객들


# 수컷의 세레나데

    수중카메라 감독이 혹등고래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배에서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리발을 신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바다에 머리를 짚어 넣자 혹등고래의 노래 소리가 들렸습니다. 수컷의 노래는 매혹적입니다. 암컷 고래에게 구애하는 수컷의 세레나데. 혹등고래는 수심 30미터쯤에서 수직으로 서서 가슴지느러미를 열고 사람이 서서 노래 부르는 것처럼 그렇게 30분쯤 노래를 계속했습니다. 고음인데 주변을 울리는 풍부한 성량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의 상대가 누구인지를 모르지만 절로 응원하게 됩니다. 물이 너무 깊고 물이 흐려서 영상에 담아 공유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습니다. 카메라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 눈보다 못하다는 걸 이럴 때 느낍니다.


# 혹등고래의 자녀 교육

    혹등고래는 또 다른 방법으로 감동을 줬습니다. 고래들의 행동은 타고나는 건줄 알았는데 이들은 학습을 했습니다. 엄마가 날개를 한번 치면 새끼가 똑같은 자세로 날개를 쳤습니다. 엄마가 꼬리를 치면 새끼가 똑같이 꼬리를 쳤습니다. 날개 한번 치고 꼬리 한번 치고 어느 새 둘의 리듬이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새끼고래에게 날개치기와 꼬리치기를 가르치는 훈육 장면은 생경하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홍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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