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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장애인보호작업장 인권유린

[알파GO] 보호는커녕 수치심..'사전 읽어라' 강요

[앵커]
직업 훈련을 통해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 '장애인 보호 작업장'이란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울산의 한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폭행과 인권 유린을 당해 청각 장애인들이 스스로 일을 포기하고,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파고 김문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울산 남구의 한 장애인 보호 작업장. 관공서나 기업들의 주문을 받아 각종 홍보물과 현수막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시설의 80% 이상은 장애인 노동자들입니다. 최근 일을 관두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이곳에서 홍보물 디자인 업무를 맡아 온 청각 장애 2급 A씨는 넉 달 만에 일을 그만뒀습니다. 장애인을 무시하는 직원들의 행동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청각 장애인 A씨 (음성:수어통역)]
"부를 때 의자를 흔든다거나 아니면 이렇게 (몸을) 탕탕 친다거나 아니면 책상을 쾅쾅 쳐서 많이 놀라고.."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얼굴을 바라보거나 눈을 먼저 마주쳐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폭행도 있었습니다. 마치 과거 군대처럼 정강이를 발로 차기도 하고 살이 쪘다며 배를 잡고 흔드는 등 학대도 일상이었습니다.

[청각 장애인 A씨 (음성:수어통역)]
"주눅이 들어서 겁이 나서, 겁이 나서 어떻게 물어보냐고 그러잖아요. 맞을 것 같아요. 무섭대요."

이런 일은 2년 전, 새 원장이 취임한 뒤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원장은 듣기 위해서는 말하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며 국어 사전 읽기를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청각 장애인 B씨 (음성:수어통역)]
"책이랑 사전을 펼쳐놓고 모든 사무실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정확한 발음으로 읽어라.."

모멸감이 밀려왔지만, 항의도 할 수 없었습니다.

[청각 장애인 B씨 (음성:수어통역)]
"불편해서 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는데 막 웃으면서 장난인 척 하고 넘기시니까.."

수어 통역사가 시설 관계자를 통해 중재에 나섰습니다.

[(녹취) 수어 통역사(지난달)]
"그 농인의 청력은 연습한다고 발전되는 게 아니고 개선이 되는 게 아니다. 그거를 꼭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원장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설치지 말라'는 것. 더욱이 장애인의 소통을 위해 제도적으로 보장된 수어통역마저 업무 방해라며 차단하려 했습니다.

[수어 통역사]
"'농아인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습니다, 그거 설명하는 게 당신 지금 우리 회사 업무 방해하는 겁니다. 외부인이 들어와서 왜 이렇게 설치냐'라고 원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거든요." 

원장은 취재진을 만나, 폭행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자/부적절한 말이나 태도, 행동이 있었다(이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원장/여기 사회복지시설이잖아요. 그런 것에 대해서 저희가 굉장히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러면서도, 수어 통역은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원장]
"입모양을 보고 본인이 하고 필담을 해서 몇 년 동안 그렇게 근무를 했었고, 안되는 게 아니고."

이 원장이 임명된 2019년 이후 퇴사자가 그 전에 비해 3배까지 늘었습니다. 관할 지자체에서 장애인보호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어도 1년에 한번씩 인권 실태를 점검한다고 하지만 적발된 건은 없었습니다. 관리 감독이 형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관할 울산남구청은 피해 내용이 정식으로 접수되면 관련 기관에 통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 피해를 호소한 장애인은 4명, 모두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보호'라는 단어가 붙은 건 아마도 그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지금도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알파고 김문희입니다.
김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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