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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학폭위 심의 "쌍방폭행" 법원에선 "정당방위"

유영재 기자 입력 2022-08-03 10:29:59 조회수 1

[앵커 ]
창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간 폭행 사건이 있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렸습니다.

학폭위는 쌍방폭행으로 결론 내렸는데, 법원은 학폭위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잘못 파악했다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재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문제가 된 폭행은 지난해 10월, 창원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점심시간에 일어났습니다.

한 학생이 욕설을 내뱉으며 의자에 앉아있던 동급생의 다리를 걷어차고 얼굴을 두 차례 때렸습니다.

자신의 옷을 바닥에 던진 게 아니냐는 시비가 붙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폭행당한 학생은 눈과 눈 주변을 다쳐 전치 3주를 진단받았습니다.

[폭행당한 학생 어머니]
"(눈) 안쪽에 심하게 근육까지 다 찢어졌더라고요. 그래서 근육까지 봉합을 했고요. 그런 일이 처음이라서 너무 속상했죠."

폭행 사건이 있은 지 석달이 지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학폭위 조치결정 통보서에는 먼저 폭행당한 학생도 상대방의 무릎을 발로 한 차례 찼다며 두 명 모두 가해 학생이자 피해 학생으로 구분했습니다.

학폭 위원들은 두 학생에게 봉사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한 제3호 처분인 교내 봉사 처분을 내렸습니다.

"먼저 폭행당한 학생의 학부모는 학폭위 처분이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법원의 판단은 학폭위 결정과 달랐습니다."

법원은 "고의로 무릎을 때렸다고 보기는 어렵고, 가해자의 폭력에 대하여 소극적인 저항행위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피해 학생의 행동은 정당방위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했다"며 해당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8개월이 지나서야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습니다.

[폭행당한 학생 어머니]
"교육청 입장에서는 법적인 판단이랑 조금은 다를 수 있다 하셨는데 그 기준을 도대체 어디다 두고 심의를 하면 엉뚱한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고..."

학폭 사안을 심의하는 위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권성룡/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교육지원청의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조치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항상 참석하도록 그러한 제도를 의무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 사건을 처리한 창원교육지원청은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학폭위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창원교육지원청 관계자]
"절차상의 문제를 행정소송에서 전혀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사실관계에 대한 오류, 그것에 따른 재량권의 남용 문제였거든요."

창원교육지원청은 두 학생을 상대로 학폭위를 다시 열어 처분 수위를 정할 방침입니다.

MBC 뉴스 이재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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