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울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다행히 인명피해를 남기진 않았지만, 푸른 숲에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렇게 산불이 발생하면 다시 숲을 가꾸는데 수백억 원이 들지만, 돈을 쏟아부어도 시간이 흘러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습니다.
정인곤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마을 입구부터 주택이 모두 산불에 타버린 언양읍 신화마을.
12년 전에도 산림 280ha를 태운 대형 산불을 경험한 곳입니다.
잿더미로 변해버린 산을 다시 가꾸기 위해 2년 동안 50억 원을 들여 나무를 심었지만,
또 한 번 닥친 재앙 같은 산불에 마을 뒷산은 흙바닥까지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산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불이 난 산 곳곳에서는 이처럼 이번 산불에 타버린 수령이 얼마 안 된 나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십 년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예전 숲의 모습을 찾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겁니다.
그마저도 이제는 허송세월이 됐습니다.
[윤부기 / 언양읍 신화마을 주민]
"지금 저렇게 불타면 13년 전에 심은 나무들은 거의 다 죽어버리고 또다시 심어야지 않겠습니까‥"
5년 전 28시간 동안 519ha의 산림을 태운 웅촌 산불의 흔적도 아직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산불이 가라앉고 난 뒤 3년 동안 110억 원을 들여 나무를 심었지만, 하늘에서 바라본 산은 아직도 잡초만 무성한 민둥산으로 남아있습니다.
산불이 발생한지 5년이 지났지만 산 중턱에는 아직도 화마가 휩쓸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새로 심은 나무는 좀처럼 자라지 않고, 곳곳에는 불에 탄 나무가 방치돼 살아있는 생명을 찾아보기 힘든 곳이 돼버렸습니다.
[백수남 / 등산객]
"고라니고 뭐고 저기 있다가 놀라서 도망가고 이 정도로 귀한 산인데‥ 지금 나무가 하나 없으니까 바람은 그냥 그대로‥"
지난주 울산에서 발생한 2건의 산불 피해 추산 면적은 웅촌 산불의 두 배에 가까운 994ha.
본격적인 피해 면적 조사가 진행되면 훼손된 산림은 더욱 넓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두 배로 들 수밖에 없는 복구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습니다.
[서재철 / 녹색연합 상근전문위원]
"한 30년은 돼야 이제 수목들도 자라고 거기에 이제 토양층도 형성되고 미생물도 있고 동식물도 돌아오고‥"
산림청은 긴급 진단팀을 파견해 정확한 피해 면적을 파악하고 복구작업을 수립할 계획이지만,
울창한 산을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지는 기약 없는 상황입니다.
MBC뉴스 정인곤입니다.
(영상취재 :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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