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 커]
사람을 쉽게 구조할 수 있다며 정부가 억대의 돈을 들여 튜브 발사장치를 전국에 설치했는데요.
2년 넘게 제대로 이용이 되질 않고 방치되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철거를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실제로 발사를 해보니, 이용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다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바닷가에 설치된 '구명환 발사장치'입니다.
뚜껑을 열면 구조용 튜브가 접힌 미사일 모양의 구명환 여러개와 발사기가 들어 있습니다.
발사기에 장착해 쏘면 물에 닿는 순간 튜브가 펴져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인명구조에 쓰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인근 주민들이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거냐며 문의가 들어오는 상황.
왜 그런지 실제 발사를 해보니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힙니다.
물에 빠진 사람과의 거리를 맞춰 발사해야 하는데 눈대중으로 거리를 맞출 수가 없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미사일 모양의 구명환이 물에 닿아도 좀처럼 펴지질 않는다는 겁니다.
[기자]
가까운 거리의 경우 익수자에게 탄두를 직접 던지면 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번 던져보겠습니다.
물 속으로 형체를 감췄던 구명튜브는 8분이 지나서야 부풀어 오릅니다.
실험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어이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임치연 / 동구 화정동]
빨리 신고해야지 그러면. 신고 먼저 해야지. 이거 기다렸다가 사람 죽어버리는데.
장비를 작동시키면 자동으로 119에 신고된다는 안내문도 있지만 실제 신고는 되지 않습니다.
이 장치는 2년 전 행정안전부가 여름철 물놀이사고를 줄이겠다며 2억 8천만 원을 들여 전국 11개 지자체에 모두 37대를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행안부는 예산만 지원하고 후속 관리에는 손을 놓았고,
답답한 지자체가 직접 업체에 문의를 해봤지만 관리는 커녕 연락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자체 담당자(음성변조)]
2년에 한번 가스하고 교체하면 된다. 그래서 이제 하려고 했던 거죠. 아예 안 오고 연락 자체를 안 받으니깐.
행안부 사업에 앞서 대구에서 조달청 사업으로 똑같은 장치 30대가 설치됐는데,
역시 실제 상황에 쓰기 어려워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철거까지 마쳤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업체는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작동 안될 수 있다며, 설치 2년이 안된 장치는 무상으로 수리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대당 6백만 원이 넘지만 기대와는 달리 작동하지 않는 구조장비.
지자체엔 예산 낭비, 시민들에겐 안전 불신만 남기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다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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