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연속기획 최신뉴스

[연속기획1] 암각화를 지켜낸 50년의 역사 '시민의 힘'

이다은 기자 입력 2025-06-30 21:45:53 조회수 0

[앵커]

울산MBC는 '반구천의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암각화의 역사와 가치를 살펴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발견부터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반세기 넘는 시간동안 고비마다 시민들이 큰 역할을 해왔는데요.

첫 순서로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그리고 반구대 암각화로 이어지는 '반구천의 암각화'의 역사를 이다은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1970년 크리스마스 이브, 커다란 돌에 각종 문양이 새겨져 있다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발견의 실마리가 된 반구천의 한 바위.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 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각종 도형과 글, 그림이 새겨진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그렇게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1년 뒤, 그림들이 그려진 바위가 있다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선사시대 문화의 정점이라 불리는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그 존재를 알렸습니다.

바다를 뚫고 비상하는 듯한 수많은 고래를 비롯해 거북과 물개, 작살과 그물을 이용한 생생한 사냥 장면까지 삼백여 점이 넘는 그림이 바위 가득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문명대 / '반구천의 암각화' 최초 발견자]
물을 건너서 찾아갔더니 내가 전혀 보지 못했던 기학적 무늬들이 이끼 속에 가려서 희미하게 이렇게 보였습니다.

두 암각화 모두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차례로 국보로 지정됐지만,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암각화의 존재를 모른 채 지어진 사연댐의 수위에 따라 물에 잠기고 다시 드러나는 일이 반복되면서 곳곳이 훼손됐기 때문입니다.

사연댐과 암각화의 공존을 위해 물길을 바꾸는 방안과 암각화를 둘러싸는 투명 댐 건설 등 다양한 방안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함인선(당시 기술교수)]
실패라고 봐야죠. 3년 동안의 기간이라고 하는 것 중에서 실제로 뭐 저희가 기술 개발이나 이런 거에서 소요된 기간은 한 두어 달도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나며 암각화 보존은 자칫 관심 밖으로 멀어질 수 있었지만, 그때마다 시민들이 나서 서명운동과 국민청원, 걷기대회까지 열며 암각화를 다시 끌어냈습니다.

"암각화 건져라, 사연댐 열어라!"

결국 긴 시간 동안 거듭된 논의 끝에 암각화가 더이상 물에 잠기지 않도록 사연댐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수문 설치 방안이 마련됐습니다.

1970년 겨울, 마을 주민의 제보로 시작된 크리스마스의 기적.

시민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반구천의 암각화'는 역시 시민들의 힘으로 보존방안까지 마련하고 울산과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유산이 될 준비를 마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다은입니다.

Copyright © Ulsan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이다은
이다은 dan@usmbc.co.kr

취재기자
dan@usmbc.co.kr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