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 커]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사람뿐 아니라 문화유산도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불과 9일 전 세계유산에 등록된 반구대 암각화는 완전히 물에 잠겨 흔적도 찾을 수 없고, 국가등록문화유산인 구 삼호교는 힘없이 주저앉았습니다.
이다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울산 중구와 남구를 잇는 '구 삼호교' 한복판이 힘없이 강물 위로 주저앉았습니다.
다리 상판과 교각 곳곳에 균열이 생겨 한 눈에도 위태로워 보입니다.
사흘동안 300mm 넘게 쏟아진 비에 불어난 강물을 이기지 못하고 다리 일부가 내려앉은 겁니다.
[임창욱 / 울산 남구 삼호동]
아줌마 한 분이 저게(다리가) 무너졌다 하더라고. 자기가 그 앞에서. 바로 앞에서 무너졌어요. 그 아줌마는 지진 난 줄 알고 도망쳐 왔어요.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 삼호교는 1924년에 건설된 울산 최초의 근대식 교량입니다.
2년전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고 지난 5월부터 보수공사가 시작됐는데,
관할인 중구청이 국가유산청과 협의 없이 공사를 진행해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다리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이 공사가 다리에 무리를 줄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고 말합니다.
[곽경민 / 울산 중구 다운동]
도로포장하기 위해서 아스팔트를 깔고 약간 사람들이 그걸 다지기 위해서 차를 올려서 하는데 그때 좀 금이 좀 가지 않았어 않았을까...
중구는 최대한 빨리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해 복구나 철거 계획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이번 폭우에 지난 12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반구대 암각화도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반구천의 암각화 가운데 하나인 반구대 암각화는 인근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물에 잠기는데 현재 수위는 58m에 달합니다.
암각화 발견 전 식수 확보 목적으로 건설된 사연댐 영향으로 50년 넘게 이렇게 물에 잠기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훼손돼 왔습니다.
[전호태 / 울산대 명예교수]
자주 잠기면 암질의 지탱력이 약해지거나 이런 문제들이 생기기 때문에 어떤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을까 고민이 되네요.
수위 조절을 위한 수문이 사연댐에 설치될 예정이지만 공사는 2030년 완공 계획으로 당분간 암각화를 지킬 대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울산시는 사연댐 수위가 낮아져 반구대 암각화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데 최소 한 달이 걸리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다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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