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 커]
울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사가 지속적인 학부모의 부당민원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휴직에 들어갔습니다.
보다 못한 동료교사들도 교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항의 창원에서 집단 병가를 냈는데요.
결국 교육감이 직접 해당 학부모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이용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울산의 한 초등학교.
이 학교의 1학년 교사 9명 가운데 8명이 단체로 병가를 내고 학교를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1명은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에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휴직한 상태.
1학년 학생 160여 명 모두가 정상적인 수업을 받지 못한 겁니다.
문제는 입학식이 열리기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한 1학년 학생 학부모가 입학 준비 과정에서 아이가 불안해 하니 휴대전화 사용을 허락해 달라며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후에도 학교 내 휠체어 사용을 허락해 달라거나 날이 더우니 야외체험학습을 하지 말라는 등 과도한 민원이 지속됐습니다.
급식실을 무단 침입하거나 담임교사에게 문자를 수십차례 보내기도 하고,
급기야는 담임교사에게 아동학대 소송을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민원에 시달리다 1학기에 한 차례 휴직을 했던 담임교사가 2학기에도 휴직을 신청하자,
동료교사들이 항의 차원에서 일제히 병가를 신청하게 된 겁니다.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닫자 울산교육청은 교육감 명의로 해당 학부모를 고발했습니다.
교육감이 직접 고발장에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으로, 고발장에는 공무집행방해와 협박, 무고 등의 혐의가 기재됐습니다.
[신동수 / 울산교육청 교육활동보호센터장]
"민원 제기로 인해서 피해 교원도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학생들 수업 활동에도 지장을 주는 문제가 발생을 했습니다."
울산교육청은 고발과 함께 해당 학교 교직원 심리 상담과 학교 차원의 회복 프로그램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교육청의 조치가 늦어지는 동안 처음 다니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입니다.
[00초교 학부모(음성변조)]
"대체 강사나 교사로 계속 이렇게 중간중간 바뀌다 보니 1학년에 관련된 교육 과정을 거의 다 어떻게 보면 이수받지 못한 상황이 된 거죠."
이 학교에서는 벌써부터 교사들이 내년 2학년 담임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교원단체들은 고발만로는 학교와 교사를 지킬 수 없다며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교권 보호 대책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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