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 커]
공인 노무사가 부당해고 구제심판 과정에서 AI를 활용해 답변서를 냈다가, 세상에 없는 판례를 인용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른바 인공지능이 만든 환각 판결문을 동원한 건데, 직업 윤리를 넘어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용주 기자.
[리포트]
부당해고를 당한 아내를 위해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낸 전상우씨.
전 씨는 회사 측 노무법인의 공인노무사가 제출한 답변서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노무사가 인용한 전체 법원 판례 10건의 원문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도 사건번호를 검색해 봤지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법원행정처 담당자]
"이거 없는 사건인데 혹시 그 챗GPT나 뭐 이런거 활용해서 혹시 신청하신 건가요? 다 없는 사건이에요."
전 씨가 원본의 진위를 밝혀 달라고 지노위에 요청하자 해당 노무사는 그제서야 AI로 판례를 찾았다고 시인했습니다.
사측을 두둔하는 논리를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이 만든 환각 판결문을 동원했다는 겁니다.
답변서CG) 노무사는 "AI와 인터넷으로 판례를 찾는 경향이 많다"며 "사실관계를 조작하지 않았으니 고의나 허위는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부당해고를 심판하는 지방노동위원회도 판례가 가짜라는 걸 모르고 있었습니다.
[전상우 / 부당해고 구제신청자 가족]
"제가 지적을 하기 전까지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잖아요.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는 막아내지 못한다면 충분히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인공지능이 만든 허위 판례를 실제 사건에 적용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9월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서도 챗GPT를 활용해 불송치 결정문을 쓰다 존재하지 않는 법리를 인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당시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이 문제제기를 하는 바람에 뒤늦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서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권칠승 의원 -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지난 10월 17일, 경찰청 국정감사)]
"저 판례를 검색하고 내용을 추출할 때 무슨 AI를 썼느냐고요. [챗gpt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경찰이 존재하지도 않는 법리를 인용해서 사건을 종결한 거잖아요"
AI 환각 현상이 만든, 존재하지 않는 가짜 판례를 검증하지도 않고 그대로 제출하는 전문가들.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면 법적 근거로 활용돼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었습니다.
아내의 부당해고를 인정받은 전 씨는 허위 판례를 인용한 노무사의 노무사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며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MBC뉴스 이용주.
Copyright © Ulsan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취재기자
enter@us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