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다시 호황 맞은 K-조선‥ 신입 채용은 '불황'

이용주 기자 입력 2025-12-09 20:20:00 조회수 280

[앵 커]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조선업계가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노동현장에서는 이를 떠받치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청년 신규 채용이 실종된 사이 하청업체 숙련공들이 떠난 자리가 전부 이주노동자로 채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용주 기자.
[리포트]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의 아침 출근길.

거대한 물결처럼 도로를 뒤덮은 이 오토바이 부대원 가운데 상당수는 이주 노동자입니다.

조선업이 다시 호황을 맞으면서 조선소마다 일감은 물 밀듯 밀려드는데,

일 할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빈 자리를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들이 조선업 현장에 정확히 몇 명이나 있는지 구체적인 통계는 회사만 알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주노동자 수가 지난 2020년 3천명에서 조선업 수퍼 사이클 이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급격하게 이주 노동자가 증가했지만 조선업은 여전히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지자체가 나서 광역형 비자를 통해 조선소에서 일할 외국인 수급에 나섰습니다.

울산시는 현대중공업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에 교육 훈련소까지 마련해 외국인 모시기에 뛰어들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이주 노동자가 급증하는 동안 국내 고용은 전혀 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불황 터널을 빠져나온 현대중공업의 매출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직원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5년 사이 HD현대중공업의 매출액은 2020년 8조3천억원에서 2배 가량 늘었지만 정규직 직원 수는 700명 줄었습니다. OUT)

정년 퇴직자들의 자리마저 신규 채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의 생산직 신규 채용 인원이 한 자리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동엽 / HD현중노조 사무국장]
"22년, 23년, 24년 정규직 채용이, 현장직 생산직 정규직 채용이 9명 밖에 안 됐습니다. 3년 동안 9명 정도 채용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거예요."

노동 강도는 높지만 긴 불황 동안 오르지 않은 임금 때문에 청년들이 조선소를 외면하는 탓도 있지만,

회사가 숙련 노동자 양성이나 처우 개선은 외면하고 외국인에만 기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최용규 /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이런 청년 노동자들의 떠나는 발걸음을 현대중공업 현장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취업을 HD현대중공업 사측이 보장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스가 프로젝트를 앞세운 조선 훈풍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 속 이주노동자를 들이는 것만이 능사인지 지역사회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용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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