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 커]
울산화력 발전소 붕괴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사고 수습은 마무리되었지만 피해자들의 정신적 충격과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텐데요.
MBC가 만난 사람, 오늘은 유태균 울산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장 모시고 극복 방법에 대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인사)
Q. 안타깝게도 울산에서 큰 재난이 발생했습니다. 이럴때 가장 심리적으로 힘드신 분들이 사고의 피해자들이시죠. 희생자의 유족이나, 부상자, 사고를 눈앞에서 목격한 동료 분들이실텐데요. 이 분들이 심리적 지원을 꼭 받으시면 좋은 이유가 무엇일지,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이번 화력발전소 붕괴는 다수의 인명 피해가 난 큰 재난이라 유족과 부상자, 목격하신 동료분들 대부분이 극심한 불안·혼란·죄책감, 사고 장면의 반복 회상 같은 강한 스트레스 반응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반응이 72시간 내 적절히 돌봄을 받지 못하면 PTSD나 우울, 만성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심리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저희 울산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는 사고 직후부터 유족 대기 공간과 병원을 직접 찾아가 심리적 응급처치와 1:1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피해자분들이 “지금은 안전하다”는 감각을 회복하고, 불안과 긴장을 낮출 수 있도록 곁에서 지지하고, 이후에는 심리회복 프로그램과 필요 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연계까지 이어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사고는 구조 과정에서 생존자가 한 명도 없을 만큼 인명 피해가 심각했는데요.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구조활동에 나선 소방대원, 또 도움을 주신 관계기관 실무자나 자원봉사자들의 심리 건강도 걱정스럽습니다.
네, 물론입니다. 이번 사고는 안타깝게도 생존자가 한 분도 없을 만큼 규모와 충격이 컸기 때문에 구조활동에 참여한 소방대원과 경찰, 공무원, 자원봉사자분들 모두가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사건이라고 봐야 합니다. 반복적으로 위기와 사망 장면을 접하면 누구에게나 심리적
소진과 충격이 생기는데, 이번 현장에서도 “조금만 더 빨랐다면 살릴 수 있었을까”, “내가 더 잘했어야 한 건 아닐까” 하는 강한 죄책감과
책임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희 울산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는 이런 재난대응 인력도 중요한 지원 대상에 포함되기에, 구조현장 가장 가까운 곳에 회복지원차량을 배치해 그 안에서 현장 상담과 심리안정, 단기 회복 개입을 진행했습니다.
현장활동 인력들도 “나는 구조하는 사람이니까 괜찮아야 한다.”는 부담에서 잠시 내려와 전문가와 함께 안전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고, PTSD로 이어지지 않도록 필요한 분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추적관찰과 추가 상담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이런 대규모 참사가 벌어졌을 때는 사고 수습이 다급하다 보니 마음 관리는 후순위로 밀리거나,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심리적 지원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재난 직후에는 모두가 “일단 수습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마음에도 응급처치가 필요합니다. 특히 사고 후 72시간 안에 적절한 심리 지원을 받으면 외상 기억이 굳어지는 것을 막고 이후 회복이 훨씬 빨라집니다. 반대로 슬픔과 불안을 억누른 채 방치하면 불면, 악몽, 신체 증상, 예민함 등 지연성 PTSD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전문적인 심리적 지원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는 사고 직후부터 유족 지원과 즉각적인 심리안정화와 위험군 선별 등의 심리지원 과정을 바로 적용해서 스트레스 반응이 과도하게 커지지 않도록 도왔습니다.
Q. 이번 사고는 지역 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번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시더라도 심리적 타격을 입으신 시민 분들이 적지 않을 텐데요. 이런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 사고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시더라도 많은 시민들께 큰 충격이 되었고, 뉴스를 반복해서 보거나 사고 현장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불안이 올라오는 ‘간접 재난 트라우마’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내가 피해자는 아닌데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나” 하며 억누를 일이 아니라, 불안이 계속되거나 잠을 못 이루고 사고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면 꼭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울산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는 직접 피해자뿐 아니라 재난으로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시민 모두를 지원하고 있으며 심리학 교수, 정신건강 전문요원, 임상심리전문가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 72명이 참여하는 모든 상담과 프로그램이 전액 무료로 제공됩니다.
마음의 응급처치가 필요할 때 울산 시민 누구나 1670-9521로 연락 주시면 이번 사고로 생긴 무거운 마음을 함께 회복해 갈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 앵 커 ]
사고가 발생한 건 되돌릴 수 없지만, 피해자들은 물론 지역사회가 조속히 심리적 회복을 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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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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