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역 소멸 위기의 실태와 대책을 알아보는 연속 보도입니다.
지역이 추진하는 사업들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단계에서 탈락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측을 빗나가는 결과가 적지 않습니다.
지역의 발전 가능성보다는 지표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성 측정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도 나옵니다.
유희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대게 산지로 이름난 경북 영덕군 강구항.
영덕군은 강구항을 관광지로 더 키우고 싶었지만 열악한 도로 사정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최정희/영덕 강구항 상인]
안동에서부터 대전 청주, 이런 쪽으로 (경유)해서, 진짜 여기서 서울 가려고 해도 5~6시간씩 걸렸어요.
국토교통부는 경북 상주에서 영덕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는 탈락이었습니다.
고속도로가 지역 개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고, 지역이 낙후된 이유가 도로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판단해 놓고도,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업을 반대했습니다.
고속도로는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주고서야 건설됐는데, 개통하자마자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많은 차량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김준수/전남 광양시]
영덕이라는 곳은 재작년에 왔었는데, 또 다시 한 번 오고 싶어서 초청해서 왔어요. 우리 친구랑. 여기가 알고 보니까 사통팔달이 되어 있더라고요.
강구항 방문객은 고속도로 개통 전에는 한 해 200만 명대였지만, 개통 직후 362만 명으로 급증했고, 2020년에도 320만 명을 넘기며 국내 방문객 1위에 등극했습니다.
이렇게 된 건 당시 조사에서 관광 수요가 새롭게 생겨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김시백/전북연구원 산업경제연구부장]
경제성 분석에서는 다루지 못하고 있는 여러 가지, 실제 계산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편익이나 그런 것들이 경제성 분석에서 반영이 안 되기 때문에.
울산시와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울산항 배후도로 건설 사업도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려 있습니다.
배후도로는 국도 7호선 등 울산지역 도심 도로의 정체를 해결하는 대책입니다.
북구에 오토밸리로가 개통돼 있고, 남구 울산항 지역과 북구를 잇는 동부도시고속도로가 계획되어 있어서, 배후도로만 연결되면 화물차들이 도심으로 진입할 일이 없습니다.
이 사업의 경제성은 2015년 해양수산부의 자체 조사에서는 1.45로 매우 높게 측정됐지만, 2018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0.62로 급격히 떨어지면서 탈락했습니다.
항구를 드나든 화물의 양으로 수요를 측정하던 것이 화물자동차 대수로 계산하도록 바뀌면서, 타 지역에 등록된 화물차들이 수요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조미정/울산연구원 울산공공투자센터]
화물자동차라 하면 택배차량이라든지 이런 주소지 기반으로 (등록)되는 게 있잖아요. 그렇다 보니 우리는 항만에서 발생하는 물동량을 가지고 기초 데이터가 되어 있어야 되는데..
기획재정부는 객관적인 지표로 경제성을 분석하고 있다지만, 이런 방식이 오히려 지역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꼭 필요한 사업이 탈락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MBC뉴스 유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