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2년 10월 5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은 부동산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지난달 21일에 정부가 울산 중구와 남구에 대해서 부동산 규제를 풀었어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한 건데, 그로부터 이제 3주가 지났습니다. 조정지역 해제가 지역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Q. 먼저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이라는 게 무엇인지부터 알아 볼까요?
부동산조정대상지역은 부동산 경기 과열이 우려될 때 국토교통부의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지정하는 제도입니다. 부동산에 대한 규제 중 한 가지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부동산 경기가 과열될 때 정부가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게 크게 세 단계입니다. 가장 낮은 단계가 지금 울산에 지정이 되었던 조정대상지역이고요. 그 수준으로는 관리가 안 되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더 심각할 때는 투기지역으로 지정합니다.
울산에서는 지난 2020년 12월에 중구와 남구가 조정대상지역에 지정됐어요. 당시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면서 정부가 공적 자금을 많이 풀었고 금리는 낮다 보니까,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모여들면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던 시기였죠. 이때 혁신도시와 대규모 재개발 아파트로 경기 과열이 우려되었던 중구와, 울산의 전통적인 부동산 선호 지역인 남구에서 실제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죠.
조정대상지역은 최근 3개월간 해당 지역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3배를 넘는 지역에 지정됩니다. 이것 말고 새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 주택 거래량, 주택 보급률 등도 함께 고려해서 결정하게 됩니다.
Q.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어떤 규제를 받게 되나요?
보통 부동산을 살 때 자기 돈만 가지고 구입을 할 수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죠. 대부분 대출을 받게 되는데,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이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합니다. 대출을 받기 어렵게 만들어서 집을 사지 않도록 유도하는 거죠.
이런 제도에는 LTV와 DTI가 있습니다. 아마 청취자 분들도 많이 들어보셨을 거에요. LTV는 Loan To Value ratio를 줄인 말인데요. Loan은 대출금, Value는 주택의 가치입니다. 그러니까 집의 가치에 대비해 대출을 얼마까지 받을 수 있는지를 정하는 한도에요. 집을 사기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데, 내가 살 집을 담보로 은행 같은 곳에서 돈을 빌리죠. 이 때 내가 사려는 집값에 대비해 얼마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를 정부가 정해 놓는 겁니다. 원래 울산은 따로 규제가 없어서 LTV는 70%까지 인정됐습니다. 5억짜리 집을 살 때 3억 5천만 원까지 돈을 빌릴 수 있는 거죠. 근데 남구와 중구는 조정지역에 포함되면서 9억 이하 지은 50%, 9억이 넘는 집은 30%로 규제가 세졌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5억짜리 집을 살 때, 예전에는 3억 5천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1억 5천만 원만 내가 마련하면 됐는데, 조정지역이 되면 2억 5천만 원까지만 대출이 되니까 내가 직접 마련해야 할 돈이 1억 원이 넘는 거에요. 그리고 남구 일부 지역에 한 채가 10억원 대인 비싼 아파트들도 있죠. 이런 아파트를 살 때는 집값의 70%는 내 돈으로 준비해야 하고, 대출은 30%만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집을 사기가 그만큼 어려워지겠죠.
또 DTI라는 게 있습니다. 이건 Debt To Income의 준말이고, 총부채상환비율이라고도 하는데요. 집을 사는 사람이 자기 소득에 대해 빚을 갚을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판단하는 겁니다. DTI는 이 사람이 1년 동안 갚아야 할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더한 값을 그 사람의 1년간의 소득으로 나눠서 구합니다. DTI가 낮을 수록 빚은 적고 소득은 많은 거니까 빚을 갚기 더 쉬운 사람이고, DTI가 높은 사람은 빚은 많고 소득은 적어서 대출 상환이 그만큼 어려운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거죠. 울산이 원래 아무 규제를 받지 않을 때는 DTI가 60%인데, 부동산조정지역이 되면 이게 50%로 한정됩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연 소득이 4천만 원인 사람이면, DTI가 60%일 때는 1년에 2천 400만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DTI가 50%로 낮아지면 2천만 원까지만 빌릴 수 있는 겁니다.
Q. 그 외의 다른 규제들도 많다면서요?
네. 아파트를 분양받는 경우에 중도금대출을 많이 쓰죠. 이것도 규제를 강화합니다. 아파트마다 다르지만 처음 계약할 때 계약금을 전체 금액의 5%만 받는 경우도 있는데, 조정대상지역이면 첫 계약금을 무조건 집값의 10%는 내야 하고요. 대출 보증도 한 세대당 1건만 내 줍니다. 또 이미 주택을 2채 가지고 있는 집이면 LTV가 0%에요. LTV가 0이라는 건 집값이 얼마가 됐든 대출을 아예 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집을 사기 어렵게 만드는 거죠.
또 투기를 막는 게 목표이니까, 주택을 사는 사람이 그 집에서 살 목적으로 그 집을 구입하는 게 아니면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안 내줍니다. 보통 부동산규제를 하는 건 다주택자들이 집을 많이 보유하고 집값을 올리는 걸 막는 게 목표다 보니까. 2주택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은 취득세나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도 더 내게 하고요. 아무리 오래 보유했다고 해도 양도소득세를 깎아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집이 다 지어지기 전에 분양권을 사고파는 행위, 즉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다는 겁니다. 요즘은 새 집을 선호하다 보니까 보통 아파트를 분양하면 분양권에 웃돈, 이른바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 가격을 끌어올리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 자체를 막는 거죠.
Q. 아직 울산 집값이 크게 내려간 건 아닌데, 왜 해제가 된 걸까요?
가장 중요한 지수는 주택가격이 6달 동안 1% 이상 떨어져야 하고요. 미분양 주택수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나야 보통 해제를 해 줍니다. 울산 중구와 남구가 이 기준을 충족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도 해제가 된 건 주택 보급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아서 주택 공급 자체가 많다고 봤고요.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도 전국 평균보다 높습니다. 또 중요한 건 주택 거래량이 최근 들어 크게 감소했죠.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졌다는 거 시장에서는 이미 다 알고 계실 거에요. 거래량 자체가 크게 줄어드는 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첫 신호이기 때문에 이런 점도 고려해서 해제를 결정한 것 같습니다.
Q. 그러면 이런 결정이 내려진 지 이제 3주가 넘었습니다. 시장에서 어느 정도 기대나 반응하는 심리가 있나요?
별로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지난 29일까지 기준을 봤을 때 울산 아파트값이 17주 동안 연속으로 하락했거든요. 지금부터 3주 전 시점에 조정지역 해제라는 호재가 있었으니까 반등이 있으려나 했는데 효과가 없었던 겁니다. 당장 집값이 반등하지는 않더라도 하락폭은 줄어들 수도 있을텐데, 조정지역 해제의 혜택을 본 중구와 남구도 별 반응이 없어요. 중구는 9월 3주째에 0.16% 하락, 4주차에는 0.15% 하락해서 별 차이가 없었고요. 남구는 같은 기간에 -0.2%에서 -0.28%로 하락폭이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울산 전체적으로 봐도 지난 주에 울산 아파트값이 전 주 대비 0.24% 떨어졌는데, 이게 2018년 12월 이후 3년 9개월만에 하락폭이 가장 큰 겁니다. 2018년 12월이면 울산지역 부동산 가격이 2015년경 큰 상승이 있었던 이후 계속 하락해서 거의 저점에 가까워지고 있었던 시기였는데, 그 수준까지 떨어진 겁니다.
Q. 규제를 풀었는데도 왜 도움이 안 되는 걸까요?
무엇보다 금리 문제가 가장 크겠죠. 지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굉장히 큰 폭으로 계속 오르고 있고요. 이에 따라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7~8% 수준까지 금리가 뛰었어요. 아무리 대출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도, 저 정도 이자를 감당하기는 무리라는 거죠. 그리고 만약에 대출 부담이 크더라도 집값이 더 오를 거라고 기대한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살 텐데, 지금 울산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전국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죠. 경기 침체가 일어날 거라고 판단하고 집값이 더 떨어질 거라고 판단하니까 집을 아예 사지 않아서 거래 자체가 중단되는 이른바 '거래 절벽' 현상이 해소가 안 되고 있는 겁니다. 집값이 오를 때 집을 샀던 사람은 본인이 산 가격이 있으니까 가격을 어느 이하로 내리지 않으려고 하고, 사는 사람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집을 사지 않는 겁니다.
Q.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결국은 금리가 가장 큰 변수일 것 같습니다. 이미 집을 샀던 분들의 경우에도 변동금리로 대출을 내셨다면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이 제법 심할 텐데, 이게 시간이 쌓이면서 부담이 너무 커지면 차라리 집을 팔겠다는 선택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거든요. 반대로 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유지된다면 상황이 또 달라질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기준금리가 계속 올라가는 추세인 데다가, 미국이나 유럽연합을 포함해서 주요 국가들이 이미 금리를 크게 올리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라고 여기서 예외가 될 수 없겠죠. 또 우리나라도 물가 상승이 지금 심각한 수준이라서, 이걸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는 게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들도 있어서, 금리가 당분간 더 오를 거라는 전망이 많고요. 그러면 부동산 경기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기는 어렵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뉴스를 전하다 보면 부동산 정책이 어디로 가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서 가격을 올리겠다는 건지, 지금은 과열됐으니 가격을 잡겠다는 건지, 어떤 게 좋은 정책인지 판단을 내리기 참 쉽지 않네요.
사실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마다 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를 원하겠고, 누군가는 떨어지기를 바라겠죠.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모든 경제 주체가 100% 만족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는 없을 거고요. 그런 정책을 펴는 게 목표도 아닐 겁니다. 다만 어떤 정책이든 급격한 변화는 자제하도록 하는 게 맞겠죠.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지만, 갑자기 너무 많이 오르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빨리 떨어지는 건 경제 주체들에게 굉장히 큰 타격을 줄 수 있거든요. 대응할 방법을 찾을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다만 지금은 전 세계적인 고물가 현상과 금리 상승이라는 외부의 변수가 너무 강력하고요. 최근까지도 대출을 많이 일으켜서 집을 사신 분들이 워낙 많다 보니까, 향후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기가 까다로운 것도 사실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