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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톡톡 취재수첩

표류하는 도심융합특구 사업, 과연 언제쯤 지정될까?

  •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 톡톡> 표준FM 97.5(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2년 6월 8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제 지방선거가 끝나고 민선 8기 울산 지방정부를 이끌 당선자들이 모두 확정이 됐습니다. 이들이 앞으로 4년 동안 울산을 어떻게 이끌어갈지가 우리 지역의 현안 해결은 물론이고 미래의 장기 발전까지도 결정하게 될 텐데요. 그래서 민선 8기 지방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지역 현안과 장기 발전 과제들이 무엇인지 이 시간에 하나씩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Q. 저희 울산MBC뉴스로도 보도가 되었는데, 도심융합특구 사업이라는 걸 첫 번째로 지목해 주셨더라고요. 울산에 도심융합특구를 빨리 조성해야 한다는 내용이던데, 먼저 도심융합특구라는 게 뭔지부터 알아볼까요?


도심융합특구는 지난 2020년 9월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산업입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본회의에서 국토교통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함께 추진하기로 보고했던 내용인데요, 경기도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지방에도 만들겠다고 했죠. 판교 테크노밸리의 경우 네이버를 대표로 하는 IT대기업을 중심으로 대형 게임업체, 스타트업 같은 창업, 벤처기업 등 입주해 있습니다. 젊고 소득 높은 젊은 인구가 대거 판교로 몰려들면서 인근 상권이 발달하고 지역 전체가 함께 발전하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효과를 인재와 기업이 빠져나가는 지방 대도시에 적용해 보겠다는 것인데요, 지방 광역시가 대상이고 수도권인 인천은 제외하고 대전, 대구, 광주, 부산 그리고 울산까지 해당됩니다.

Q. 그러면 도심융합특구가 기업을 유치하는 사업이라는 건가요? 기업을 유치하는 사업이라면 그 전에도 이미 여러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었는데, 도심융합특구가 기존의 특구 사업과 다른 게 뭘까요?
역시 판교의 경우를 살펴봐야 하는데요. 판교의 경우 2기 신도시로 택지를 조성하면서 정부 부처 여러 곳이 협력을 했습니다. 택지를 개발하는 국토교통부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문화체육관광부까지 협력을 했죠. 왜냐하면 단순히 기업만 유치하고 공장만 세우는 게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산업뿐만 아니라 주거시설도 확보하고 문화 인프라도 조성하는 것이죠. 울산의 경우 각종 산업단지뿐 아니라 경제자유특구, 혁신도시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역에 인구와 기업 유치해보려 노력했지만 성공적이지 않았습니다. 지역에서 '정착할 만하다, 지내고 살 만하다'고 할 수 있는 이른바 '정주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또 특구나 산업단지가 도시 외곽으로 나가서 지역과의 연결성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도심' '융합' 특구는 도심을 하나 새롭게 만드는 것이구요, 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융합하겠다는 의미입니다.

Q. 기획한 의도대로만 된다면 기존의 기업 유치나 인구 유입 정책보다는 좀더 나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 그런데 이게 왜 시급한 현안이라고 지적해 주신 걸까요?
2020년 9월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사업계획에 따르면 2020년에 광주와 대구부터 먼저 입지 선정해서 특구를 확정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는 대구, 연말에는 부산도 센텀2지구에 입지 선정해서 특구 지정 끝났습니다. 5대 광역시 중 울산만 아직 입지 선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왜 그런 건가요?
애초 2020년 국토교통부가 사업 계획 내놓았을 때 울산시의 계획은 KTX역세권으로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2021년 3월에 1순위 후보지로 결정되었습니다. KTX고속철도는 물론 부울경 광역철도와 연결된다는 교통 최대 장점이 있고 기존에 이미 개발 추진하고 있는 역세권 인근 개발사업과 연계할 수 있어 정주여건을 갖춰놓은 상태에서 특구가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이 계획이 밝혀지자 중구 지역과 중구지역 국회의원이 반발했습니다. 중구에 혁신도시가 이미 있고 장현첨단산업단지 조성하고 있다, 왜 외곽으로 나가나 하면서 중구가 최적지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사업 부지로 정했던 울주군과 새롭게 요구하기 시작한 중구 간의 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된 것이죠. 지자체가 입지 선정을 해야 정부에 특구 지정을 요청할 수 있는데 첫 단계부터 시작을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울산시가 중간에서 중재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양쪽 요구를 다 들어주는 선택을 했다는 것입니다. 울주군 KTX역세권에 중구 혁신도시+장현산단을 묶어서 특구로 지정해 달라고 지난해 11월 요청을 했구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 방안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Q. 받아주지 않은 이유는 뭔가요?
도심융합특구의 취지에 이런 입지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도심이라는 것은 한 곳에 만들어야 하고 어느정도 거리가 있더라도 한 생활권 안에 있어야 주거나 출퇴근, 문화나 상업시설을 누리는 게 의미가 있다는 것이지요. 혁신도시+장현산단은 KTX역세권과의 거리 문제가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두 지역간의 이격거리가 24km나 되어서 같은 지역에 있다고 볼 수 없다, 한 도심권이라고 인정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도심이라고 보기에 면적이 너무 넓다는 겁니다. KTX역세권이 230만 제곱미터이며 중구 혁신도시와 장현산단을 합치면 330만 제곱미터나 됩니다. 현재 특구가 확정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중 가장 넓은 부산 센텀2지구 특구 면적이 190만 제곱미터 정도입니다. 또한 중구 혁신도시는 애초 목적이 공공기관 유치였고 이미 그런 기능으로 조성이 끝났는데 그걸 특구에 넣는게 바람직한가는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Q. 그러면 울산시로서는 정부가 요구한 대로 특구 입지를 조정해야 할 것 같은데요. 진척이 있나요?
현재까지는 아무런 진척이 없습니다. 1단계로 면적이 너무 넓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정을 했습니다. 전체 예정부지에서 중구 혁신도시를 뺐습니다. 면적이 너무 넓다는 문제와 특구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 등을 감안해서 중구 혁신도시는 빠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300만 제곱미터가 빠졌지만 KTX역세권 230만에 장현산단 30만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국토부의 두 번째 지적인 도심이라고 보기에 두 곳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구와 중구지역 국회의원은 혁신도시 양보했으니 장현산단은 양보 못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죠. 이 상태로 계획을 올려봐야 국토부에서 받아주지 않을 게 뻔한 상황입니다.

Q. 지금 다른 지역은 전부 특구 지정이 끝났다고 했잖아요. 이렇게 사업이 늦어지면 울산이 손해를 크게 볼 것 같은데요.
특구 조성사업의 성공은 특구를 잘 만드느냐. 어떤 혜택을 주느냐 모두 중요하지만 결국 인재와 기업을 끌어올 수 있는가가 결정적 요소입니다. 입지나 혜택 면에서 끌어올 수 있는 입지상의 우위도 중요하지만 빨리 조성해서 인재와 기업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새로운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기업은 얼마나 늘어날 수 있고 관련 업계 인재는 몇 명이나 될까요? 광주, 대구, 대전은 이미 국비 3억 원 받아서 특구 조성계획 용역 진행중이고 부산도 용역 발주 절차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울산은 한참 속도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타 도시가 특구 먼저 만들어서 기업과 인재 다 데리고 간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요?
또 다른 문제는 도심융합특구 사업은 법적 근거가 없는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해서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여기에 국비를 지원해 줄 관련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기형적인 상태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관련법이 발의되기는 했지만 아직 해당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비슷하게 특구를 만들자는 사업 관련법들이 많아서 합치는 방안 등을 논의하느라 법 제정이 안 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에 결국 법 제정이 되지 못해 사업의 기반이 사라진다면? 이미 국비 투입해 사업 추진한 곳과 시작조차 하지 못한 곳의 차이는 어떻게 될까요? 결국 울산시와 중구, 울주군이 원만히 합의해 입지를 빨리 선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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