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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알파GO

[알파GO] '한 달 전 구조요청했는데'..집 안에 방치된 고양이떼

[앵커]
집 안에 오랫동안 방치되던 고양이들이 죽고 다치는 일이 최근 울산에서 일어났습니다. 보다못한 이웃들이 동물 구조 요청을 했는데, 지자체의 늑장대응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왜 그런건지, 알파고 김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기자]

우리 법은 아직 동물을 '가족'이 아닌 '물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울산에서 이런 법적 한계 때문에 고양이들이 죽고 방치되는 일이 발생했는데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고양이 3마리가 몸을 늘어뜨린 채 누워 있습니다. 한 마리는 그 옆에서 물을 먹습니다. 침대 아래 이불은 붉은 피로 물들었습니다. 지난 7일 새벽, 울산 중구 한 주택에서 고양이 3마리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박승혁/고양이 주인 지인]
"바닥에 핏자국 있었고요. 죽은 고양이 입에도 피가 맺혀 있었고.. 굶어 죽었나 싶어서 만져봤는데 그렇게 말라서 죽은 그런 상태는 아니었어요."

고양이 7마리를 키웠던 세입자가 개인 사정으로 집을 오래 비우게 됐는데 지인이 집을 방문했다 이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정황상 동물 학대가 의심되지만 신고를 받고 나온 구청 직원은 고양이 사체만 치우고 돌아갔습니다. 

[박승혁/고양이 주인 지인]
"되게 짜증을 냈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살아있는 고양이) 구조를 안 하고 사체만 치우고 갔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한 달 전에 '고양이 구조 요청'이 있었던 게 드러났습니다. 지난달 16일, 건물주는 세입자가 두 달 가까이 안 보이는데 고양이들이 방치돼 있다며 관할 구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동물은 '물건', 즉 소유주의 재산이기 때문에 동의 없이 구조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현행법에서는 동물을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 유체물로 보기 때문입니다.

[박은주/울산중구청 경제진흥과]
"주인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다시 돌아올 지도 모르니까,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반려동물이잖아요. 그거를 저희가 허락 없이 구조하는 부분은 법상 할 수 없는 부분이고.."

동물단체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해당 구청은 뒤늦게 고양이 주인을 찾아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아왔습니다.

[안옥순/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울산지부]
"(최초 구조 요청 때) 세 마리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는데 죽고 나서야 제가 알게 됐고 또 긴급 요청을 해야 했고.."

지자체에서 지정한 동물 병원입니다. 몸 곳곳에 상처를 입은 채 문 앞에서 발견된 고양이들은 이곳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중인데요. 어떤 상태인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런데, 구청 허가 없이는 고양이 상태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동물병원 의사]
(기자) 왜 면회가 안 되는 거예요, 동물단체에서조차? "동물단체든 뭐든 마찬가지입니다. 구청에서 이거 허락받았나요? 공고 기간이 끝나야 보여드리죠."

지자체에서 올리는 입양 공고는 유기 동물을 안락사하기 전 보호 기간이 10일임을 명시할 뿐, 동물 면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동물 단체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합니다.

[안옥순/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울산지부]
"아이들을 봐야 경과가 어느 정도인지, 왔다 갔다 많이 해요 제가. 그런데 갈 때마다 눈치도 보이고.."

긴 설득 끝에 건강 상태에 대한 짧은 설명을 들었습니다.

[동물병원 의사]
"지금 꿰맸는데 안 좋으면 나중에 (다리) 절단해야 할 수도 있어요."

이번 일을 바라보는 동물 단체들은 동물권 보호를 위한 신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애/동물구조단체 '달달한 동물세상']
"아이들이 죽어나오는 데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걸 보면 이건 방치라는 거죠. 이런 일이 너무 많은 거죠."

[신주운/동물권행동 '카라']
"(법안 개정으로) 물건으로 치부해서 진행돼 왔던 모든 관례들을 하나하나씩 풀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가족으로 자리 잡은 반려동물. 지금도 어디선가 동물이 희생되고 있지만 정부가 동물을 '비물건화'하는 법안 개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알파GO 김문희입니다.

김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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