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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톡톡 취재수첩최신뉴스

울산교육감 선거 후보공약

  • 방송 : 울산MBC 라디오 <김연경의 퇴근길톡톡> 표준FM 97.5 (18:10~19:00)
  • 진행 : 김연경 앵커
  • 대담 : 유희정 취재기자
  • 날짜 : 2023년 2월 8일 방송

취재수첩 시작하겠습니다. 울산MBC 보도국 유희정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은 울산교육감 보궐선거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지난 번 이 시간에 소식을 전해드릴 때와는 상황이 또 많이 달라졌다고 하는데요. 바뀐 구도 자세히 알아보고요.

오늘은 특히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공약을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Q. 여러 번 예측을 해 드렸던 내용이긴 한데요. 고 노옥희 교육감의 배우자인 천창수 전 교사가 공식적으로 선거 출마를 선언했죠?

네. 예상했던 대로 천창수 후보가 교육감 선거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지난 주에 지역 시민단체 등 진보 진영에서 천창수 전 교사를 후보로 추대했고, 당사자가 수락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어서 지난 월요일이죠. 6일에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이 날 천창수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내세운 슬로건이 인상적인데요. '중단없이 한발 더'라는 문구를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기자회견 배경에 천창수 후보가 생전의 노옥희 교육감과 함꼐 손을 잡고 달리는 사진을 넣기도 했어요.

결국 슬로건과 사진이 의미하는 바는 예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고 노옥희 교육감이 지난 7대와 8대 교육감을 지내면서 추진해 왔던 교육 정책이나 노 전 교육감의 교육 철학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의미겠지요.

이 시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천창수 후보는 단순히 고 노옥희 교육감의 배우자이기만 한 것은 아니고요. 사범대학을 졸업해서 교사 자격이 있었으나 독재정권 반대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교사 발령을 받지 못했던 인물이라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이후에 현대중공업 노동운동에 투신하면서 노옥희 전 교육감을 만나 결혼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라, 단순한 배우자 관계이기만 한 게 아니라 노동운동이나 교육운동의 사상적 동지였다고 봐도 되겠지요.

그래서 아마 천창수 후보가 실제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다면 결국은 노옥희 전 교육감이 추진하던 교육 정책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그게 그대로 슬로건에 나타난 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Q. 사실 천창수 후보의 출마는 이미 예측이 되었던 일이긴 한데,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한 가지 더 있었네요. 오흥일 후보가 사퇴를 선언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오흥일 후보가 어제(2/7) 예비후보직에서 물러나겠다면서 공식적으로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내놓은 사퇴의 이유는 가족의 만류였습니다. 본인은 지역 교육의 중립성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공직에 나서려 했지만 가족들이 완강히 반대하고 만류해서 이 뜻에 따라 후보를 사퇴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시간에 한 번 전해드리긴 했습니다만 오흥일 후보는 스스로를 중도 성향으로 밝혀 왔고요. 단일화에 대해서는 딱히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본인이 선거에 자신이 있고,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답하기도 했거든요.

또 보수나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른 후보들이 오흥일 후보를 공개적인 단일화 대상으로 지목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오흥일 후보가 끝까지 선거에 참여할 경우 단일화보다는 독자 완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는데, 후보가 스스로 사퇴하면서 이 가능성은 사라지게 됐습니다.

Q. 그런데 오흥일 후보가 선거에서는 사퇴하면서도 본인의 공약은 다른 후보에게 넘겨줄 수 있다, 이런 말을 했다면서요?

네.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 말인데요. 후보 본인의 말을 그대로 옮겨오면 이렇습니다. "그동안 준비한 교육의 중립성이 담긴 정책은 진영이 아닌 교육의 중립성을 담아낼 후보의 요청이 있다면 제공하도록 하겠다"

이 말은 공약 그 자체의 세부 내용에 주목하기보다는, 본인은 사퇴하지만 본인의 뜻과 일치하는 후보가 있으면 도와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시간에 전해드리기도 했지만 오흥일 후보의 경우 울산에서 교직생활을 오래 하기도 했고요. 교육위원을 지낸 전력도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울산시체육회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어느정도 인지도를 쌓기도 했거든요.

현재 교육감 선거는 오흥일 후보가 사퇴했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로 후보들의 성향이 명확하게 갈려 있잖아요. 어쩌면 이런 대립 구도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유권자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본인이 교육 경력을 통해 얻은 지지세도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그동안 본인을 지지했을 걸로 보이는 유권자층을 다른 후보가 흡수하면 그 후보가 지지세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이런 방식의 제안을 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Q. 그러면 다른 후보들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야 의미가 있을 텐데요. 다른 후보 진영에서 반응이 있나요?

오늘 구광렬 후보가 처음으로 오흥일 후보의 공약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 정확히는 오흥일 후보가 내놓았던 10개 핵심 정책과 64개 세부 공약을 전부 다 본인의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을 정도인데요.

구광렬 후보는 이렇게 선언하면서 오흥일 후보는 교육계 동지이면서 고 노옥희 교육감의 뜻을 잇는다는 점에서 같은 노선을 지향해 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흥일 후보가 내놓은 공약들을 다 수용할 수 있다는 건데요.

다만 오흥일 후보가 내놓았던 공약을 구광렬 후보가 어떤 식으로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구광렬 후보가 처음으로 내놓았던 공약이 '전국 최초의 학부모 부담경비 0원 실현' 입니다. 기존에 노옥희 교육감이 실현했던 학습비나 교복비 등의 공적 부담에서 넘어서서 수학여행비와 체육복비도 교육청에서 전적으로 부담해 고 노옥희 교육감이 추진했던 무상교육을 완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오흥일 후보가 내놓았던 공약들을 살펴보면요. 전체적인 기조가 울산의 학력 하향평준화와 대학입시 성적 저하, 취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결국은 학생들 공부 더 잘 시켜서 소위 좋은 대학 보내고, 직장 취직시키겠다는 내용이거든요. 구체적인 공약을 보면 민간에서 운영하는 입시 컨설팅이나 연구기관처럼 수능이나 입시제도에 대응하는 전담기관을 교육청 산하에 만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고요.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대부분 중단했던 학업성취도 평가를 부활시키겠다. 학생생활기록부 같은 입시 자료 준비를 위한 상담원을 배치하겠다는 등의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이런 학력 신장 중심, 소위 수월성 교육 위주의 정책은 대체로 진보 진영에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고, 진보 진영에서는 교육의 평등성이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일반적인데요.

구광렬 후보는 스스로 노옥희 후보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는데 오흥일 후보의 이런 정책들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 되긴 합니다.

Q. 이렇게 되면 진보 진영 후보 간의 단일화 가능성은 더 낮아지는 것 아닌가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천창수 후보 쪽에서 반응이 부정적입니다. 일단 천창수 후보가 내놓은 공약만 봐도 차이가 명확하게 두드러지거든요.

이번에 천창수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놓은 공약은 기본적으로 노옥희 전 교육감의 정책 방향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중시하는 교육의 공공성과 평등성을 강화하는 쪽, 학업 성적이 낮거나 어려운 교육 환경에 있는 학생들에게도 신경을 쓰는 쪽에 가깝거든요.

오늘 천창수 후보가 첫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어요. 첫 공약 분야를 ‘기초학력보장, 미래책임교육 분야’로 정했거든요. 공교육에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책임지겠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초1은 기초 문해력과 수리력, 한글교육, 초3은 영어 기초 교육, 초6은 전환기 기초학습지원에 중점을 두고, 중1은 전환기 기초학력 집중학기제를 운영해 기초학력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문해력과 수리력 같은 기초학력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진단을 하고 부족한 학생들은 돕겠다는 거에요.

예를 들어서 원래 공교육 과정상 한글은 초등학교에 진학해서 배우게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대부분 유치원에서 배워 오거나, 아니면 사교육을 통해서 배우고 오죠. 그런데 생각보다 경제적인 여건이 안 되어서 초등학교 이전에 한글 교육을 완벽히 받지 않은 학생들이 많아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워낙 한글을 떼고 온 아이들이 많으니까, 교육과정에 들어 있는 한글 학습을 소홀하게 지나가고, 그러면 선행학습이나 사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공교육의 시작 단계부터 학습에서 일부 배제되는 사태가 일어나는 문제 의식 같은 게 담겨 있는 겁니다.

천창수 후보 쪽에서는 이 정도로 교육의 평등성이나 공공성을 강조하는 데다가, 원래부터 구광렬 후보는 같은 성향이라 보기 어렵고 단일화의 상대로 여기지 않는 입장이었잖아요. 그런데 구광렬 후보가 중도 성향의 오흥일 전 후보 쪽 공약까지 흡수한 상황이니 교육 철학적인 측면에서 두 후보가 더 멀어져버린 상황이 된 건 확실한 듯합니다.

Q. 이번에는 보수 성향 후보들의 상황도 볼까요? 먼저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이 궁금한데요.

먼저 이성걸 후보부터 보면요. 1호 공약은 이색적이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에 건강검진을 실행해서 성장기에 성인질환이 일찍 발생하는 걸 막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다만 이후 나오는 공약에서는 후보의 성향이 확실히 보이는데요. 발언에서부터 후보의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좋은 성적은 자신과 가족에게 행복을 준다"라는 말을 기자회견에서 했어요.

그러면서 학생들의 사교육비를 교육청이 일부 내 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어요. 사교육을 받거나 참고서를 사는 돈을 교육청에서 대 주겠다고 선언을 한 겁니다.

그리고 '서울 소재 대학 진학률을 높이겠다'고도 밝혔습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소위 명문대는 서울에 몰려 있고, 지금은 전통적인 명문으로 여겨져 온 지방 국립대보다 오히려 서울의 사립대가 더 높은 입학 성적을 요구하기도 하죠. 결국은 학생들 성적을 높여서 대학 보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공약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또 학생들의 진로 상담 부분에서도 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췄어요. 진로교육기관을 만드는 데, 여기에 대학 진학을 전담하는 컨설턴트를 채용하겠다고 했거든요. 이건 서울 등지에서는 민간 영역에서 사적으로 많이 운영이 되고 있는 건데, 역시 공교육의 영역으로 가지고 오겠다는 겁니다.

Q. 김주홍 후보의 공약은 어떤 내용일까요?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건 학생들의 체육과 문화 활동을 월 10만원까지 지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주요 공약 내용을 보면 학생들의 학력 향상에 좀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요.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해서 학생의 학력 상태를 파악하고 공부를 더 잘 하는데 집중하겠다는 내용도 공약에 담겨 있습니다.

교사, 학부모가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알 수 있어야 진학이나 진로 상담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읽히고요. 이를 위해서 기초학력 지원센터도 만들겠다고 합니다.

Q. 보수 성향 후보들의 교육 철학이나 방향은 두 사람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단일화 논의는 진행이 되고 있나요?

좀처럼 진척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에 한 번 전해드렸던 것처럼 김주홍 후보는 단일화에 적극적이고요. 방송 토론 등을 통해서 유권자들의 검증을 받은 뒤에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자는 구체적인 방식까지 내놓았어요.

하지만 이성걸 후보는 여기에 뚜렷하게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수 성향의 후보들 사이에서는 지역 정치권이 교육감 선거에 개입을 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지역 정치권이 대체로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정치권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나봐요. 그러다보니 후보 간에 원활한 대화가 잘 안 이뤄지는 부분도 있는 듯합니다.

Q. 그래도 선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선거 구도에 변화가 생길 여지도 충분히 있겠어요.

네. 결국 후보들 스스로도 단일화를 해서 지지세를 결집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고요. 내 진영은 후보 단일화를 못 했는데 상대 진영은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선거가 굉장히 불리해지고, 선거에서 만약에 질 경우 정치적 책임도 크게 질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후보들이 모두 본인의 경쟁력에 대해서 자신을 하고 있다 보니 진보나 보수 모두 단일화 논의가 아예 시작도 안 되고 있다는 점은 단일화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확실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4월 5일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 유권자 여러분들 관심 많이 가져 주시고요.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과 후보들의 교육 철학 꼼꼼히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유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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